①트럼프 관세유예인데 中만 제외…90% 中 생산해온 아이폰 가격 인상 불가피
②'美 기업 관세 예외' 언급…애플 주가 15% 급반등 이유·팀쿡 트럼프 설득 관건
③생산기지 다변화 나서는 애플…단기간에 물량 전환 가능할까
[오스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오스틴의 애플 공장을 방문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생산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2019.11.21.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0일간의 상호 관세 유예 조치를 전격 발표했다. 단, 중국은 예외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은 되려 기존 104% 수준에서 125%로 상향됐다.
아이폰 약 90%를 중국에서 생산하는 애플에게는 여전히 관세 전쟁의 불이 꺼지지 않은 셈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미국 기업에 대한 관세 면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일말의 희망이 생겼다. 과거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일부 애플 기기에 대한 관세 면제를 이끌어낸 전례가 있는 만큼, ‘500만원 아이폰’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 시간 기준 9일 오전 0시 1분(한국 시간 9일 오후 1시 1분)부터 발효된 상호관세를 90일 간 유예하고 10%의 기본 관세만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맞불 관세로 대응했던 중국에 대해서는 오히려 관세율을 125%로 높여 즉시 부과했다.
이번 미중 관세 전쟁에서 애플 앞에 놓인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로 정리된다. 하나씩 살펴보면 ▲관세 전쟁이 계속되고 관세 면제도 받지 못해 아이폰 가격이 대폭 인상되는 것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기업 제품에 대한 관세를 면제해 과도한 가격 변동을 피하는 것 ▲당장의 관세 유예 기간 동안 미국 내 아이폰 재고를 최대한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아이폰 공급망을 재조정하는 것 등이 언급된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했던 관세 전쟁이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만 예외'라는 방침을 내세우면서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 제품은 여전히 가격 인상 압박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에 대한 125% 관세 적용이 발표된 이후 IT전문매체 나인투파이브맥은 "현재 아이폰16 프로 256GB 모델은 부품 비용, 테스트, 최종 조립 등을 포함한 원가가 약 580달러(약 85만원) 수준이다. 125%의 관세가 적용되면 중국에서 미국으로 도착할 시 애플의 수익을 제외해도 약 1305달러(약 190만원)가 된다"며 "만약 애플이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고 아이폰16 프로를 1399달러(약 204만원)에 판매한다 해도 현재 가격(1099달러)에서 300달러(약 44만원)가 인상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중국에 대한 104% 관세율 발표 이후에도 애플의 최고 사양 아이폰 가격이 500만원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이보다도 중국 수입품 관세율이 높아진 만큼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관세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일부 미국 기업에 대한 관세 면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애플에도 반전의 여지는 생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관세 유예를 발표한 이후 백악관 언론 브리핑을 통해 "회사의 특성상 (상호관세에) 더 큰 타격을 입는 곳도 있다. 우리는 이것을 더 살펴보고, 약간의 유연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발언 이후 애플 주가는 즉각 반등세로 돌아섰다. 애플의 주가는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발표 이후 223달러에서 172달러로 약 23%가 하락했다. 이번 관세 유예가 발표되자 172달러로 개장한 후 약 15% 상승한 주당 198달러 수준으로 장을 마감했다.
애플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적인 관세 협상에 성공한 전례가 있다. 트럼프 1기 정부였던 지난 2019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당시 팀 쿡 CEO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애플 기기에 대한 관세 면제를 이끌어낸 바 있다.
이번에도 쿡 CEO가 다시 한 번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인 셈이다. 변수는 미국과 중국 모두 트럼프 1기 정부 때보다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관세율도 25%의 5배 수준인 125%라는 점이다.
이번 관세 유예 조치에 따라 베트남, 인도, 대만 등 주요 생산국은 90일간 10% 수준의 기본 관세만 적용받는다. 애플 역시 이들 지역으로의 공급망 재편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애플은 중국과 인도에서 조립된 일부 아이폰을 항공편 5대로 미국에 긴급 수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장기적으로는 인도, 브라질 등 보다 관세율이 낮은 국가에 대한 생산 투자 확대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당장은 90일 간의 유예 기간이 주어지고 미국 기업에 대한 관세 면제 가능성도 나타났지만, 트럼프 정부의 관세 장벽이 유지될 경우 애플의 공급망 재조정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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