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 관세 125%' 발표
아이폰 가격 '2배 인상' 전망
현지 매체, 예상 가격표 게시
부품값 인상에 수리비도 부담
"중고 아이폰 거래 늘어날 것"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만 관세를 125%로 올리고 나머지 국가들엔 90일간 상호관세를 10%로 낮춘다고 밝히자 아이폰 예상가격이 종전보다 더 뛰었다. 새 아이폰을 구매하는 대신 수리를 선택해도 부품값이 워낙 올라 비용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中 관세 125% '폭탄'…아이폰 가격 2배 인상 전망도
9일(현지시간) 정보기술(IT) 매체 씨넷에 따르면 향후 아이폰 구입시 비용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패티 브레넌 키 파이낸셜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관세 125% 적용 방침이 발표된 이후 이 매체를 통해 "애플 제품 가격이 두 배로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애플은 앞서 비행기 5대를 동원해 아이폰 물량을 미국으로 들여왔다. 상호관세가 발효되기 전에 아이폰을 들여와 부담을 덜어내려는 시도였다. 이 물량은 중국과 인도에서 대거 수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또 중국에서 생산하는 아이폰 물량 일부를 인도·베트남 등으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아이폰 10대 중 9대는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비교적 관세율이 낮은 곳으로 생산물량을 옮기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당초 중국에 상호관세 34%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관세를 더하면 총 54%의 관세율이 적용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보복 관세로 대응하자 총 104%에 이르는 관세율로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더해 이날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서 중국 관세율을 125%로 추가 인상한다고 알렸다.
미국 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적용한 관세율 125%가 모두 판매가로 반영될 경우 아이폰 예상 가격. 자료=씨넷
中 관세, 판매가로 전가할 경우 최대 400만원 육박
씨넷은 중국 관세율만큼 판매가가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 최상급 플래그십 모델인 아이폰16 프로 맥스(256GB) 가격은 1199달러(약 175만원)에서 2배 이상 오른 2698달러(약 394만원)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이폰16 프로(128GB)는 2248달러(약 363만원), 아이폰16 플러스(128GB)와 아이폰16(128GB)은 각각 2023달러(약 296만원)·1798달러(약 263만원)에 이른다는 것. 보급형으로 선보인 아이폰16e(128GB)도 599달러(약 88만원)에서 1348달러(약 197만원)로 인상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관세가 100% 제품 판매가로 전가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라이언 레이스 부사장은 "관세 인상과 1대 1 비율로 가격이 인상되지는 않을 것이다. 관세에 관한 계산은 그렇게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여러 국가에서 아이폰 부품을 조달한다. 부품을 조달하는 국가들도 90일간의 유예기간이 지나면 관세율이 변동될 수 있다. 게다가 관세 부담을 모두 판매가에 반영해 소비자에게 떠넘길 경우 시장경쟁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관세 부담을 기업이 상당 부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로젠블래트증권은 중국에 대한 관세가 54%였을 당시 아이폰 가격이 30~40%대 인상폭을 나타낼 것으로 분석했다. 최대 43% 가격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봤다. 아이폰16 프로 맥스 1TB(테라바이트) 모델 판매가는 2300달러(약 336만원)로 예상했다.
웨드부시 분석가 댄 아이브스는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할 경우 가격이 3500달러(약 511만원)로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관 대변인이 전날 아이폰 생산기지의 미국 이전을 언급하자 이 같은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아이폰16 시리즈. 사진=애플 제공
부품값 인상에 수리도 벅차…중고 아이폰 거래↑
미국 소비자들이 아이폰 구매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쳐쓰더라도 부담을 크게 덜 수는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관세 여파로 부품 가격마저 인상되는 탓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미국에서 전국망을 갖춘 한 수리업체 지점 관리자를 인용해 전자기기 수리에 필요한 부품 가격이 20% 인상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 소형 수리업체 운영자는 "휴대폰 화면 교체의 경우 서비스 비용 50달러(약 7만원)에 화면 비용을 별도로 청구한다"며 "새로운 관세 인상으로 아마 50% 더 비싸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 아이폰 거래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고 전자제품 사이트 스와파에선 최근 2~3세대 뒤처진 아이폰13·14 모델 판매량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와파 설립자인 벤 에드워즈 CEO는 "관세가 유지되고 새 기기 비용이 더 인상된다면 많은 신규 구매자들이 스와파나 유사 사이트로 몰릴 것"이라고 했다.
관세가 유지될 경우 미국 내 모든 전자제품 판매가는 50%까지 인상될 수 있다. 하나증권은 지난 9일 낸 보고서에서 "관세 조치는 미국의 기술 산업을 10년 전 수준으로 후퇴시킬 수 있다"며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저가형 전자제품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될 것이고 그 결과 대부분의 전자제품 소비자 가격은 40~50%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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