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김우영 의원·한국소통학회 토론회 개최
빅테크 트래픽↑, 통신사 수익성↓…갈등 심화
소비사 효용 기준 망사용료 책정 모델도 제시
법인세 회피·인앱결제 갑질 문제도 해결 해야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국내 인터넷 트래픽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구글이 내야 하는 적정 망 사용료가 2000억원에 이른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미국이 한국의 망 사용료를 무역장벽으로 지목한 가운데, 국회에선 구글, 넷플릭스 등 일부 빅테크의 망 무임승차로 인한 역차별 상황을 해소하고 디지털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 관련 입법 추진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변상규 호서대 문화영상학부 교수는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우영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소통학회가 주최한 ‘AI 시대 대형 플랫폼 문제점 개선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서 “망 사용료 문제는 인터넷 생태계를 좌우할 수 있는 문제”라며 적정 망 사용료 책정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소개했다.
트래픽이나 국내 기업 기준 삼아 적정 망사용료 책정 가능
망사용료는 인터넷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말한다. 구글,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제공 사업자(CP)가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같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ISP)에 데이터를 전송하면서 발생하는 트래픽 양에 따라 추가적으로 부과하는 비용을 말한다.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우영 의원과 한국소통학회가 주최한 플랫폼 문제점 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변상규 호서대 문화영상학부 교수(왼쪽에서 네 번째)가 발제를 맡았다. (사진=임유경 기자)
변 교수는 “트래픽 발생량을 기준으로 산정했을 때 구글의 적정 망 이용대가는 2000억원에 이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전체 인터넷전용회선 시장에서 구글이 트래픽 대비 부담해야 하는 몫을 계산한 것이다. 2022년 기준 인터넷전용회선 시장 규모(KISDI 조사)는 5079억원으로 추산되며, 같은 기간 구글의 국내 인터넷 트래픽(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 비중은 28.6%였다.
또, 국내 사업자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매출액 대비 각각 1.8%, 2.0%에 이르는 망 사용대가를 내고 있는 점을 감안해 구글의 적정 망 사용대가를 추정해도 1995억원으로 비슷한 수치가 제시됐다. 구글의 한국재무관리학회가 추정한 구글의 2022년 실제 국내 메출액은 10조5000억원인데, 네이버와 카카오의 평균치인 1.9%를 적용해 나온 값이다.
변 교수는 아울러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효용을 기준으로 상호 기여도를 추정해 망 사용료를 책정할 필요성을 새롭게 제안했다. 그는 “OTT가 통신사의 가입자 모집 및 유지에 기여하고 있고, 통신사는 OTT 이용자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며 “소비자의 편익은 상품에 대한 지불의사액의 최대값이므로 편익의 범위 내에서 대가를 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법을 찾지 못하면 구조적으로 갈등이 심화될 수밖에다”고 강조했다. 빅테크의 인터넷 트래픽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인데, 통신 사업자의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어 망 무임승차 문제를 놓고 갈등이 심화될 수밖어서다.
다량의 트래픽을 유발하는 동영상 서비스의 이용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구글과 넷플릭스의 트래픽 유발 비중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서 압도적인 트래픽 발생 1위 업체 구글의 비중은 2020년 25.0%였으나, 2023년엔 30.6%까지 늘었다. 구글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큰 넷플릭스는 2020년 4.8%를 차지했으나, 2023년엔 6.9%로 증가했다. 구글과 넷플릭스 모두 국내에서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반면, 통신사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통신3사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1.6%씩 감소했다.
변 교수는 법제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망 사용료 갈등이 표출되면 사업자 간 법정 다툼을 통해서 건건이 해결되고 있어 매우 비효율적인 상황”이라며 “정부는 기업 간 갈등이 계속 법정 소송이나 시장 지배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도록 법 제도를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는 이해민·김우영 의원과 이정헌 의원이 각각 발의한 ‘망 무임승차 방지(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발의된 망 무임승차 방지법은 협상력 우위에 있는 거래 대상자에게 망 이용계약 체결을 의무화하고,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 부과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미국 무역대표부 (USTR)가 최근 공개한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에서(NTE) 한국의 망 사용료 입법 추진을 무역장벽으로 지목했지만 법안을 발의한 이해민김우영 의원은 이를 “디지털 주권 내정간섭”으로 규정하며 입법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법인세 회피·인앱결제 갑질 등 빅테크 논란 계속
이날 토론회에선 망 사용료 논란 이외에도 글로벌 빅테크는 국내에서 법인세 회피 등 다양한 지적을 받고 있다. 주력 사업에서 발생한 매출을 해외 법인으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국내 매출을 축소 신고해 법인세를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한국재무관리학회는 구글코리아의 실제 매출 규모가 2023년 감사보고서의 3653억원보다 약 30배 더 많은 12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구글코리아의 2023년 법인세는 155억원 불과하지만, 실제 매출을 기준으로 했을 땐 5180억원으로 껑충 뛴다.
이외에도 애플과 구글은 앱스토어에서 자체 결제 시스템인 인앱결제를 강제하며 앱개발사들에 높은 수수료(30%)를 부과해 갑질 지적을 받았다. 인앱결제강제 금지법으로 이 같은 행위를 막자 제3자 결제를 허용했지만 이 경우에도 수수료를 26%로 높게 책정해 사실상 법을 무력화했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국내 시장에서 글로벌 빅테크의 지배력이 확대됨에 따라 우려되는 이용자 피해를 막기 위해 보호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명수 강원대 경영학과 교수는 “AI 시대의 출현은 플랫폼 서비스의 고도화를 이끌며 이용자 편익을 높이고 있지만, 데이터 트래픽과 기술이 소수 사업자에 집중되면서 오히려 이용자 피해가 심화될 우려가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표적인 플랫폼 이용자 피해 사례로 △일방적 요금 인상 △국내 이용자에 대한 차별 △허위정보 방치 △서비스 장애 대응 미흡 △공정경쟁 저해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OTT 및 플랫폼 서비스 요금 투명성 확보를 위해 부가통신서비스 사업자에 이용약관 신고의무를 도입해야 한다. 뉴스 미디어의 역할을 수행하는 OTT 등 플랫폼에 대한 가짜뉴스 조치, 삭제 의무를 부과하고 추천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와 주요 기준을 공개하도록 하며 공정성 검증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우영 의원은 “글로벌 대형 플랫폼의 서비스는 분야를 막론해 막강한 시장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어 위상에 걸맞게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함에도 오히려 지배력을 내세워 기습적으로 요금을 인상하고 플랫폼상 허위 조작 정보의 유통을 사실상 방치하거나, 소상공인 등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 글로벌 플랫폼의 경우 법인세, 뉴스사용료, 인터넷망 비용 등 정당한 대가 지불마저 회피하며, 국내 이용자와 기업에 각종 부담을 전가하는 실정”이라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으로서 오늘 논의 결과를 토대로 대형 플랫폼의 피해 방지를 위한 입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유경 (yklim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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