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신관 5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한국인의 밥상’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배우 최수종. KBS 제공
“최불암 선생님 그림자를 따라가며 최수종화 시켜볼게요. 14년 이상 하고 싶어요”
14년간 ‘한국인의 밥상’을 지킨 최불암의 뒤를 잇는 배우 최수종이 첫 방송을 앞둔 10일, 서울 여의도동 KBS 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리에는 임기순 프로듀서와 전선애 작가도 참석했다.
‘한국인의 밥상’은 2011년 1월 첫 방송 이후 14년 3개월간 전국 방방곡곡의 한 끼 식사를 통해 한국인의 삶과 문화를 담아온 대한민국 대표 푸드멘터리 프로그램이다.
최불암은 그동안 ‘국민 아버지’로서 프로그램을 이끌어왔다. 14년의 여정 끝에 최불암은 자신의 뒤를 이을 후임을 찾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임 PD는 “1월 중순쯤에 ‘오랫동안 함께해온 밥상의 이야기를 든든한 후배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뜻을 제작진에게 밝히셨다”며 “물러난다는 뜻을 밝히셨을 때 제작진 측에서는 선뜻 상상하지 않았던 현실이고 브랜드 그 자체인 분이라서 재차 여러 차례 재고를 말씀드렸다. 그런데 워낙 뜻이 강하셔서 더 부탁을 드리는 게 제작진의 욕심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신관 5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한국인의 밥상’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배우 최수종. KBS 제공
이에 따라 제작진 측이 결정한 ‘한국인의 밥상’ 새 프리젠터는 배우 최수종이다. 최수종은 제작진 측에서 정한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반길 수 있는 대중적인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자 ▲촬영 현장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따스한 마음을 가진 인물, ▲프로그램의 정체성, 특히 음식문화를 기록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가슴으로 이해하고 시청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라는 세 가지 조건에 모두 부합했다.
임PD는 최수종에 대해 “초등학생도 알아보고 있다”며 “KBS 대하드라마의 상징이기도 하고, 최불암 선생님이 연륜에 대한 깊이를 가진 프리젠터라면 최수종 배우는 ‘국민 남편’이라는 별칭이 있기에 친근함, 친밀함이 장점이다. 몇 번 뵀는데 항상 밝고 유쾌해서 건강한 에너지가 계속 나온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수종에 대해 “눈물도 많다”고 소개하면서도 “첫 더빙을 하다가 울컥 하셔서 녹음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눈물이 많다는 건 곁에 있는 사람에게 잘 공감하고 있고 잘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론적으로 최수종 배우로 프리젠터가 바뀌게 되는 건 세대가 바뀌는 것보다는 세대를 이어갈 최후의 적격자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고 말했다.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신관 5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한국인의 밥상’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배우 최수종. KBS 제공
최수종은 어떤 마음으로 ‘한국인의 밥상’ 프리젠터에 도전했을까. 최수종은 제안을 받을 당시 고민을 했다며 “쉽게 승낙을 못 했다. 아시다시피 ‘한국인의 밥상’하면 최불암 선생님이고, 선생님의 눈빛과 손짓 하나하나 다 국민들에게 담겨져 있기 때문에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그런 과정에서 최수종은 아내와 더불어 최불암과 고두심에게 조언을 받았다. 최수종은 “하희라 씨와 많은 얘기도 나누고, 최불암 선생님과도 1시간 넘게 통화를 했다. 마지막에 나레이션을 해주신 고두심 선생님에게도 전화가 왔다”며 “최불암 선생님은 사명감과 책임감을 말씀해주셨고, 제작하시는 PD님들 한 분 한 분의 성격과 장점, 단점 하나하나 알고 촬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새 프리젠터로 활약하는 마음가짐에 대해서는 “아이들 교육 문제를 이야기할 때 자식들이 부모님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하지 않나. 나도 최불암 선생님의 뒷모습을 조심스럽게 따라가겠다. 모든 걸 완벽하게 바꿀 수는 없지만 ‘한국인의 밥상’이 최수종화되도록 익혀가면서 촬영에 임하겠다”고 발언했다.
이어 최수종은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90세가 넘은 어르신들이 저를 보면서 죽기 전에 당신을 봐서 너무 행복하다는 말을 해주셨는데 감동이더라. 또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강감찬 장군 최수종! 싸인해주세요!’했다. 어딜 가든 어머님이 반겨주시고 학생들이 반겨주셔서 너무 감사하더라”라며 말하는 도중 눈물을 흘렸다.
끝으로 최수종은 전임 최불암보다 더 프로그램을 오래 이끌어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최불암 선생님이 관찰자의 시선으로 여유롭게 보셨다면 나는 아버지, 아들, 삼촌, 이웃, 형, 오빠의 역할을 다하면서 시청자들을 만나겠다. 건강을 지켜가면서 14년, 15년 그 이상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말해 시선을 끌었다.
최수종이 함께하는 ‘한국인의 밥상’은 10일 오후 7시 40분에 방송된다.
김희원 온라인기자 khil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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