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임종언(노원고)이 13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2차 선발전 남자부 1000m 예선에서 역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림픽 진출권이 걸린 국가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한 고등학생 임종언(17)이 윌리엄 단지누(캐나다)를 지목하며 “(실력이) 굉장히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한번 같이 경기를 해보고 싶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단지누는 2024∼2025시즌 쇼트트랙 세계 순위 1위인 선수로, 중장거리 최강자이다.
임종언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겨울올림픽 출전이 걸린 2025∼2026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종합 1위에 올랐다. 1∼2차로 나눠 진행된 이번 선발전에서 임종언은 1차, 2차 남자 1500m 1위를 기록했다. 스피드와 지구력을 갖춘 그는 마지막 3바퀴부터 속력을 올리기 시작해 선배들을 멀찍이 따돌리는 압도적인 레이스를 선보였다.
임종언은 13일 선발전 일정이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나 “열심히 준비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어서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남자부 선발전 1∼3위에게는 올림픽 개인전·단체전 출전권을, 4∼5위에게는 단체전 계주 출전권을 부여한다. 임종언은 “(올림픽에서) 1500m에서만큼은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쇼트트랙 임종언(노원고)이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취재진을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임종언의 활약은 이번 대회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남자부와 여자부 통틀어 임종언 외에 한 단 한 명의 고등학생 선수도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강점을 묻는 말에 “그간 묵묵히 혼자 열심히 운동해왔기 때문에 비결 같은 건 없다”며 “제 강점은 속도가 빠르고 체력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 선생님께서 저 자신을 믿고 해보라고 말씀하셨는데, 제 체력이 받쳐줘서 다행히 (성적이) 잘 나온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부츠를 처음 신은 임종언은 2018 평창올림픽을 보며 쇼트트랙 선수로 자랐다. 그는 “남자 1500m에서 임효준 선수가 1등 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올림픽의 꿈을 키웠다”면서도 “꿈만 같은 올림픽에서 임효준 선수와 대결하게 된다면 뒤처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며 올림픽을 향한 포부를 밝혔다.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은 2018 평창 대회 뒤 중국으로 귀화해 중국 대표팀으로 활동하고 있다.
임종언을 오랜 기간 지도해온 백국군 지도자는 그의 성실함과 노력을 높이 샀다. 백국군 지도자는 “따라가는 형들도 없이 오랜 기간 어마어마한 운동량을 몇 년 전부터 혼자 이겨냈다. 남들은 재능이 있다고 말하지만, 저는 노력파라고 생각한다”며 “임효준, 황대헌, 이준서 등 수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을 지도했지만, 그 나잇대(고등학생)에서는 임종언이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쇼트트랙 황대헌, 임종언, 이정민(왼쪽부터)이 13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시상대에 올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국제대회에서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외국에 견줘 상대적으로 높은 편에 속했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실업팀 소속 선수들의 노련함을 학생 선수들이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종언은 이를 체력과 스피드로 극복해내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임종언은 “멋진 경기보다는 완벽하게 1등 하는 경기를 보여주도록 하겠다”며 “열심히 준비해 올림픽에서 꼭 좋은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