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를 이용해 지브리풍으로 변환한 이미지.
"이 사진 좀 지브리풍으로 바꿔줘"
챗GPT에 내리는 명령어가 아니다. 요즘 심심찮게 카카오톡으로 사진과 함께 받는 메시지다. 챗GPT를 유료로 이용하고 있는 것을 아는 지인들이 부탁을 해오는 것이다. 가끔은 지브리풍이 아니라 레고풍이나 피큐어 장난감처럼 만들어달라는 구체적인 명령어까지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재밌나' 싶어서 사진 1~2장을 지브리풍으로 바꿔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열중하게 된다. 마음에 드는 이미지가 나올 때까지 명령어를 수정하고 보완을 요구한다. 그러다 문뜩 걱정이 앞선다. '내 사진 이렇게 AI에 막 올려도 되나? 저작권은 괜찮나?' AI가 무단으로 내 얼굴을 학습해 다른 이미지에 활용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마음 한 쪽에 자리잡는다. 혹시 저작권법을 위반한 것은 아닌지 우려도 생긴다. 지브리풍 이미지 인기가 높아지면서 '당근마켓' 등 거래 플랫폼에서는 이미지 변환을 500~3000원 상당의 돈을 받고 해주겠다는 상업성 글까지 등장했다.
그렇지만 애니메이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재미를 끊기가 쉽지 않다. 이제는 모임 단체사진도 다양한 그림체로 바꿔 공유하면서 즐기기까지 한다. 챗GPT 열풍이 당분간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오픈AI가 지난달 25일 신규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인 '챗GPT-4o 이미지 생성'을 출시한 뒤 신규 유료 이용자 유입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오픈AI는 지난 1일(현지시간) 챗GPT 가입자가 5억명을 돌파했다 밝혔다. 지난해 말 3억5000만명에서 3개월 만에 30% 이상 급증한 셈이다. 국내에서도 한 달 만에 유료 이용자가 30%나 늘었다. 유료 이용자 중 14%는 기존 결제 이력이 없는 순수 신규 유입이었다. NH농협은행의 'NH트렌드+'(2024년 1월~2025년 3월) 분석 결과를 보면 챗GPT의 유료 사용자 유입은 지난해 1월을 100으로 기준삼을 경우 올해 3월 5.18배로 증가했다. 사용금액은 4.7배 늘었다. 1년 여 만에 5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챗GPT 사용자가 늘수록, 이미지 변환 요구가 늘어날 것이고, 저작권 논란은 더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같은 AI 저작권 논란이 발생할 것을 고려해 저작권 체계를 재정비하고 저작권 보호를 강화할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저작권법을 개정해 창작자 보호와 AI 산업의 상생을 추구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늦어도 올해 2월까지는 저작권법 개정안 초안을 완성해 국회와 협의하기로 했던 문체부 계획은 늦어지고 있다. 탄핵 정국이라는 정치적 상황과 맞물린데다 창작자와 AI 업계 등 이해관계자의 입장 차가 워낙 크다보니 의견 조율에도 시간이 더 필요한 모양새다.
문체부는 대신 한국저작권위원회와 지난달 19일 '2025 인공지능(AI)-저작권 제도개선 협의체(워킹그룹)'를 발족하고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워킹그룹은 'AI 학습데이터 제도'와 'AI 학습데이터 거래활성화', 'AI 산출물 활용' 등 3개 분과로 운영된다. 문체부는 협의체에서 학습데이터 제도 관련 논의, 학습데이터 거래 관련 개발사와 권리자 협상 지원, AI 활용 창작물 저작권 등록 기준 안내서 검토 등을 할 계획이다.
현재 AI 저작권 관련 규정은 'AI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 중 AI 학습용 데이터의 생산·수집·관리·유통 및 활용 등에 관한 시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예산 지원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 규정 등이 전부다. 문체부는 저작권법 개정으로 AI의 학습용데이터 정보 목록을 공개하도록 하고, AI 산출물 표시를 임의로 삭제하거나 제거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도 추가할 생각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부정경쟁 방지법'을 통해 타인의 투자와 노력으로 만든 성과를 무단으로 사용해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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