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웅 한국전파진흥협회 팀장(한국전자파학회 산학연 이사)
우리는 디지털 심화 시대에 살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스마트폰부터 생성형 인공지능(Al)을 활용한 휴머노이드 로봇, 완전 자율주행차, 하늘을 나는 택시로 불리는 도심항공교통(UAM)까지 모든 산업에서 디지털이 혁신을 이끌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디지털 세계가 빈틈없이 연결되기 위해서는 기기간 상호연동 및 감지, 기기의 원활한 운용을 위한 에너지원이 중요한데 이를 수행하는 핵심 매체가 바로 전파다. 전파가 활용되는 주요 분야는 정보전송(방송·통신), 센싱(차량 레이더·드론감시), 에너지 전송(무선충전) 분야 등이다. 정부는 다양하게 활용되는 전파가 상호간 혼·간섭을 주지않고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허가·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전파를 이용한 에너지 전송 기술은 1891년 미국의 물리학자 니콜라 테슬라가 발명한 테슬라 코일로부터 시작됐다. 이 기술은 테슬라 코일을 통해 고주파 고전압 전류를 생성, 공기 중으로 방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자기유도방식과 자기공진방식, 전자기파방식으로 구분되며 이를 통칭하는 것이 무선전력전송 기술이다.
자기유도방식은 송·수신 코일 주위에 형성된 자기장을 이용하는 기술로 변압기의 원리와 유사하며 스마트폰 및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에 이용되는 무선충전기 등 소형 사물인터넷(IoT) 기기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자기공진방식이란 송·수신 장치에 특정 주파수의 공진으로 전력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수㎝ 거리에서도 전력을 효율적으로 전송할 수 있어 소형 IoT 기기뿐만 아니라 전동 킥보드, 로봇을 비롯해 전기차와 같은 중·대형 전기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전자기파방식은 전자기파 에너지를 공중으로 전송하여 수m 이상의 거리를 전송할 수 있는 기술로 빔 형성 기술을 활용해 전력을 특정 방향으로 집중시키기 때문에 RF빔 방식으로도 불린다. 이 방식은 근접 충전에 비해 에너지 전달 효율이 낮기는 하나 에너지 하베스팅이 필요한 전자 가격표시기, 스마트링 및 원거리 전력 전송이 필요한 드론, UAM 등 다양한 기기가 배터리 의존성을 낮추면서 전력공급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미래 유망 기술로서 각광받고 있다.
이렇듯 무선전력전송 기술은 소형 IoT 기기부터 전기 모빌리티와 같은 중·대형기기에 이르기까지 활용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테슬라도 2026년에 무선전력전송 기술이 적용된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렇듯 향후 무선전력전송 기술은 모든 모빌리티 분야로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기기에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에너지전송 기술 즉 무선전력전송 기술은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 전 세계적으로 중·대형기기에 활용되는 중·대출력(㎾급) 무선전력전송 기술에 대한 법과 제도는 미비한 실정이다.
이러한 시기에 지난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산학연 전문가들과 심도있는 기술 검토를 거쳐 서빙, 배달, 물류 로봇 등에서 사용되는 1㎾ 이하의 무선전력전송 기기를 허가 대상에서 인증 대상으로 전환했다. 이는 무선전력전송 산업과 로봇 등 관련 ICT 산업을 발전시키면서 국민이 안전하게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 결과다.
이번 정부의 제도개선에 대해 산업계에서도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전파진흥협회에서 운영하는 무선전력전송진흥포럼(김남 의장)에서는 무선전력전송 기술 개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강철호 원장)에서도 무선전력전송 기술을 통해 로봇의 이동성과 작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로봇 활용의 효율성과 편의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민 삶의 질을 제고하고 관련 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전기동력을 비롯한 친환경 동력, 완전 자율주행 시대로 나아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무선전력전송 기술의 발전이 뒤따라야 한다. 앞으로도 관련 기술의 혁신, 정부의 정책·제도적 지원, 산업 혁신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릴 수 있도록 산·학·연·관이 협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하태웅 한국전파진흥협회 팀장·한국전자파학회 산학연 이사 htw0120@rap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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