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P 구조. MCP 홈페이지 캡처
요즘 들어 자고나면 새로워지는 것을 두 가지만 꼽자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와 인공지능(A) 기술이다. 반도체와 전자제품은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더니, 대신 국가안보 차원의 별도 관세를 두 달 내로 물릴 거라고 하루 만에 업데이트한 것은 실로 대단한 속도다.
이 오락가락 속도엔 다소 못 미치겠지만, 글로벌 빅테크들과 그들을 뒷배로 둔 주요 AI기업들의 연구개발(R&D) 속도전은 점입가경으로 치달은 지 오래다. 이젠 AI 안전성도 슬쩍 뒷전으로 미뤄둔 듯하다. 이런 판국에 AI업계에서 뒤늦게 화두로 떠오르는 기술이 있어 눈길을 끈다.
모델콘텍스트프로토콜(MCP)은 오픈AI 대항마로 꼽히는 AI스타트업인 앤스로픽이 지난해 11월 공개한 기술이다. 애플리케이션이 대형언어모델(LLM)에 콘텍스트를 제공하는 방법을 표준화하는 개방형 프로토콜로, 마치 AI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USB-C 포트와 같다고 회사는 소개했다. USB-C가 PC·스마트폰 등 다양한 IT기기 간 연결에 표준화된 방법을 제공한 것처럼, MCP는 AI모델과 여러 데이터소스 및 도구들 간 연결을 표준화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기존에도 내·외부 데이터·시스템 간 연결은 가능했다. 하지만 AI모델에 정보를 전달하려면 개별적으로 코딩을 필요로 했고, 그 구현 방식도 각기 다를 수 있었다. 반면 프로그래밍언어서버프로토콜(LSP)에서 힌트를 얻은 MCP는 이런 연결을 표준화한다. 양방향 통신의 클라이언트-서버 구조라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호출과 달리 지속적으로 정보를 주고받고, 필요한 도구나 데이터를 AI모델과 통합할 수 있다. 다양한 AI에이전트 구현이 용이해지는 것이다.
앤스로픽이 MCP를 공개했을 당시에도 세간의 관심은 크지 않았다. USB-C가 세계적인 전자제품 제조사들의 채택으로 힘을 얻었듯, 주요 AI 모델·서비스가 지원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앞서 오픈AI의 경우 함수 호출 및 플러그인 기능 등을 내놓으면서 자사 모델 중심으로 연결되는 생태계 구축에 나선 바 있다.
MCP의 본격적인 확산은 지난 2월 AI기반 코드 에디터 서비스 '커서'가 이를 지원하면서부터다. 가능성을 엿본 개발자들과 기업들이 이 개방형 생태계에 모여들었다. 나아가 마이크로소프트(MS)뿐 아니라 앤스로픽의 라이벌인 오픈AI까지 지난달 에이전트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를 시작으로 MCP를 지원하면서 분위기를 탔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사람들은 MCP를 사랑한다. 제품 전반에 걸쳐 지원을 추가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앤스로픽의 주요 투자사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물론, 최근 구글도 제미나이 모델에 대한 지원 계획을 내놓으면서 MCP가 표준으로 통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MCP는 좋은 프로토콜이며 AI에이전트 시대를 위한 개방형 표준으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고 언급했다. 여러 곳의 다양한 도구와 서비스들도 MCP서버로 만들어져, 이를 모아놓은 스미서리(Smithery) 사이트에는 이미 4500개가 넘는 MCP서버가 올라와있다.
MCP에 대해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 앤드리슨호로위츠(a16z)는 자연어 AI 기능과 기존 개발 워크플로우 간 격차를 해소하는 데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바라본다. 또 MCP서버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유스케이스(활용방안·사례)도 함께 확산되면서 기업용 앱에서 AI 채택을 크게 가속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MCP 서버를 찾고 설정하는 것은 여전히 수동 프로세스인 점을 비롯해 인증·권한 관리 같은 보안 관련 문제 등도 숙제로 지적했다.
MCP와 같은 표준 프로토콜의 확산은 AI가 본격적으로 플랫폼으로서 기능하는 시대를 앞당길 전망이다. a16z 측은 "MCP는 이미 AI에이전트 생태계를 재편하고 있지만, 다음 발전의 물결은 근본적인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제대로 활용되면 MCP는 AI와 도구 간 상호작용을 위한 기본 인터페이스가 될 수 있으며, 자율적이고 멀티모달하며 심층적으로 통합된 새로운 세대의 AI 경험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 짚었다.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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