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학생들이 2024년 11월8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2025 정시전략 설명회’에서 자료를 살펴보며 입시 학원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서울 주요 대학들이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이 치를 2028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정시 축소를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된 ‘정시 40% 이상 선발 규제’가 향후 얼마나 완화될지 주목된다.
1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은 교육부의 ‘2025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서 자율공모사업의 ‘전형 운영 개선’ 분야에 신청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대입 전형과 고교 교육과정의 연계성을 강화한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며, 5월 80개 대학을 선정해 올해 585억3천만원을 지원한다.
서울 내 대학들이 올해 새롭게 도입된 ‘전형 운영 개선’ 분야에 주목하는 이유는, 선정되면 정시 비율을 기존 40%에서 30%까지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논란 이후 대입 공정성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자 서울대 등 서울 소재 16개 대학에는 ‘정시 40% 이상 선발 규제’가 도입됐다. 이들 대학이 40%까지 정시 비율을 높이지 않으면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지원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교육부는 규제 도입 뒤 대학의 계속된 요구와 부작용 등을 고려해 처음으로 부분 완화를 추진 중이다.
대학들은 학교에 남아 공부할 학생들을 선발하려면 정시 비율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외대 입학사정관 실장을 지낸 이석록 공공입학사정관은 “정시로 뽑힌 학생들은 수능 한 문제만 더 맞았어도 더 높은 대학을 갔을 거라고 생각하며 엔수에 도전하는 경향이 크다”며 “내신 성적 등이 중요한 수시보다 수능 비중이 큰 정시가 확대될수록 엔수생을 양산하는 것”이라고 했다. 올해 서울대 정시 합격자의 57.4%가 재수 이상, 21%는 삼수 이상이었다.
이 때문에 정시 40% 제한을 받는 대학들은 이번 사업 선정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 사정을 잘 아는 교육계 관계자는 “16개 대학 대부분이 신청할 것이다. 대학끼리 전쟁이 붙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산술적으로는 해당 분야에서 4개 학교를 선정할 수 있지만, 최종 지원 규모에 따라 선정 학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정시 비중을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 장지환 교사(서울 배재고)는 “명확한 근거 없이 도입된 ‘정시 40% 룰’이 학생들의 자퇴와 사교육 의존을 부추겼다. 수능 중심의 정시는 진로와 적성에 따른 선택을 강조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나 고교학점제와도 맞지 않는다”며 “정부가 정시 비중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했다.
한편 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들이 이와 관련해 어떤 공약을 낼지도 관심거리다. 지난 대선에선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나란히 정시 확대를 공약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당선 이후 국정과제에서 이를 제외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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