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재판 후 법정을 떠나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AFP 연합뉴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 메타의 반독점 소송이 14일 시작됐다. 메타가 소셜미디어 업계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던 인스타그램, 왓츠앱을 인수한 것이 시장 경쟁을 저해했는지 판단하는게 이번 재판의 핵심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1기 행정부 시절인 2020년 첫 제기된 이 소송에서 메타가 패소할 경우엔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강제 매각해야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을 종합하면,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메타가 이른바 ‘인수하거나 매장하거나(buy or bury)’ 전략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반박하는데 진땀을 뺐다.
FTC측은 메타의 경영진이 “경쟁사와 경쟁하는 것 보다 경쟁사를 인수하는 것이 더 쉬울 것이라 판단했다”며 “100년 넘게 미국의 공공정책은 기업이 성공을 하고 싶다면 경쟁해야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는데, 메타가 그 약속을 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메타는 구글이 왓츠앱 인수를 검토하자 이를 방어하기 위해 왓츠앱을 선제적으로 인수했고, 지난 2013년에는 경쟁사 중 하나인 스냅을 60억 달러에 인수하려했지만 거절당했다”고도 덧붙였다. FTC는 이날 저커버그 CEO가 인수 당시 내부 경영진과 나눈 이메일·메시지 등에서 인수를 ‘경쟁자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방법’이라고 언급한 것을 향후 증거로 제시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메타 측은 “메타가 여전히 틱톡 등 여러 소셜미디어와의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고, 독점 기업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토록 치열한 경쟁 속에서 FTC가 10년 전에 승인된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의 인수를 취소하려고 한다면 이는 산업계에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저커버그 CEO는 이날 소셜미디어의 기능이 시간에 따라 많이 변화했고, 처음에는 가족·친구와의 연락 수단이었던 소셜미디어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변했다고도 주장했다. 소셜네트워크 산업을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광범위하게 정의할 경우, 메타는 유튜브 등 대형 기업과의 경쟁에 직면해 시장 독점이 아니라는 논리다.
향후 이 재판은 두 달 간 진행될 예정이며, 저커버그 CEO와 전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 등 메타 전현직 경영진의 증언이 예정돼 있다.
이번 재판에서 패소할 경우, 메타는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강제 매각해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재판 결과에 대해서 속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FTC는 지난 2020년 인스타·와츠앱 인수가 반독점법 위반이라며 1차 소송을 진행했으나, 당시 법원은 FTC가 “메타가 시장 지배적 위치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며 소송을 기각한 바 있다.
이후 FTC는 시장 점유율 및 진입 장벽 등을 더 정밀하게 분석하며 2021년 8월 소송을 다시 제기했고, 2022년 1월 법원으로부터 ‘재판 지속 허용’ 판단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재판의 승패는 FTC가 ‘인스타와 왓츠앱을 인수하지 않았다면 메타가 지금처럼 지배적인 위치를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을 입증하는데 달렸다”며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정의 상황으로, 업계에선 FTC가 주장을 입증하기 힘든 싸움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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