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월-목 1시간 더 일하고 금요일 조기 퇴근”…총 근무시간은 변화 無
민주당 “자신들의 과거 까맣게 잊었나”…국힘 “민주당 포퓰리즘 안과 달라”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월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망언집' 책자를 들고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망언집' 44페이지 中…"창의와 자율이 핵심인 첨단과학기술 시대에 장시간의 억지 노동은 어울리지 않는다. 첨단기술사회로 가려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 4.5일제를 거쳐 주 4일 근무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국민의힘이 대선 공약으로 돌연 '주 4.5일제'를 꺼내들었다. 보수 정당에서 근로일수 단축 공약을 내놓은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해당 공약 내용은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이재명 망언집' 발간을 통해 비판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총 근무시간에는 변동이 없는 만큼 "민주당안과 다르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에선 "자신들의 과거를 까맣게 잊었다"며 공세를 집중시키는 분위기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4일 비대위 회의를 통해 주 4.5일제를 대선 공약으로 적극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해당 제도를 시범 실시 중인 울산 중구청을 예시로 거론해 "직원들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8시간 기본 근무시간 외에 1시간씩 더 일하고 금요일에는 4시간만 근무한 뒤 퇴근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총 근무시간은 40시간으로 기존과 같고 급여 또한 그대로다. 결국 몰아 일하고 빨리 퇴근하는 제도인 셈이다. 권 위원장은 "업무 공백을 막고 시민에게 기존과 같은 서비스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정원의 25% 범위 내에서 모든 직원이 순환 방식으로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며 "기존 5일 근무 체제를 유연한 시간 배분을 통해 주 4.5일제의 실질적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 개선 효과를 가져오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소개했다.
해당 공약은 앞서 진보 진영 주자들이 연이어 화두로 띄운 바 있다. 특히 대권 유력 후보인 이재명 전 대표는 지난 2월10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주 4.5일제를 거쳐 주 4일제 근무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대선 출마한 김동연 경기지사도 지난해 임기 후반기 핵심 중점과제로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 도입을 꼽은 바 있다.
이를 두고 당시 국민의힘 대권 후보들은 질타를 쏟아낸 바 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주 4일제까지 법제화하면 이게 우리 국민, 경제, 젊은이들 일자리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 깊이 숙고해 달라"고 촉구했다. 나경원 의원도 "노동시간 단축, 주 4.5일 주장은 더 자유롭게 일하고 싶은 사람들의 기회마저 빼앗는 규제를 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근 출간한 '이재명 망언집'을 통해 '망언'이라고까지 치부했다. 국민의힘 홈페이지에 올라온 '이재명 망언집(이재명의 138가지 그림자)'에는 지금까지 이 전 대표가 △경제 △복지 △노동 등 핵심 분야별 주제와 관련해 했던 발언 138개가 정리돼있다. 그중 노동 발언 파트인 44페이지에서 '주 4.5일제'에 대한 발언이 수록돼있다.
이에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권영세 위원장은 대단히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는 듯 '주 4.5일 근무제'를 언급했다"며 "민주당의 민생과제에 국민의힘이 드디어 호응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정책이 달콤한 측면만 부각하는 불량정책이라고 비난했던 자신들의 과거는 까맣게 잊은 것인가. 정작 단세포적인 것은 국민의힘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은 총 근무시간이 줄지 않는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안과는 다르다는 입장을 재차 피력하고 있다. 권영세 위원장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주 4일제, 주 4.5일제는 근로시간은 줄이지만 받는 급여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비현실적이고 포퓰리즘적인 정책"이라며 "근로시간을 줄이면 받는 급여도 줄어드는 것이 상식이라는 비판에 민주당은 설득력 있는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권 위원장은 반도체를 포함해 조선,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집중 근로가 필요한 산업에 한해선 '주 52시간 근로제 폐지'를 통해 기업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주 4.5일제 도입 검토와 함께 업종과 직무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형태의 유연근무를 방해하는 주 52시간 근로규제 폐지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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