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인스타그램·왓츠앱 인수 두고
미 연방거래위원회, ‘사거나 묻어버리기’ 전략 의심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 플랫폼스. 로이터 연합뉴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플랫폼스(메타)가 10여년 전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인수해 시장 지배 사업자가 된 것을 놓고, 미국에서 반독점 소송이 시작됐다. 메타가 경쟁사를 제거하기 위해 이들 업체를 인수했는지 여부가 재판의 쟁점이다. 메타가 패소할 경우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강제 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14일(현지시각) 워싱턴 디시(DC) 연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메타의 인스타그램·왓츠앱 인수가 ‘사거나 묻어버리기’(buy-or-bury) 전략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했다. 경쟁사 인수를 통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장에서 메타의 지배력이 공고해졌고, 그 결과 소비자들은 다른 업체의 소셜 미디어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빼앗겼다는 것이다.
연방거래위원회의 소송 대리인인 대니얼 매더슨 변호사는 재판에서 “100년 이상 미국의 공공 정책은 ‘기업이 성공하고 싶다면 경쟁하라’고 주장해 왔다.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는 메타가 그 약속을 저버렸기 때문”이라며 “메타는 경쟁이 너무 어렵다고 판단했고, 경쟁사를 사들이는 것이 더 쉽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연방거래위원회 쪽은 “스모킹 건”(결정적 단서)으로 2012년 2월 저커버그 최고경영자가 메타 경영진과 주고받은 메일에서 인스타그램의 성장과 “잠재적 경쟁자를 무력화하는 것”의 중요성을 논의한 점 등을 제시했다.
메타는 지난 2012년 인스타그램을, 2014년 왓츠앱을 각각 인수했다. 2004년 페이스북을 출시해 큰 성공을 거둔 메타는 스마트폰 등장 이후 이용자들의 소셜 미디어 사용 패턴이 피시(PC)에서 모바일로 이동함에 따라 페이스북의 시장 지배력이 약화하는 것을 우려했다.
반면 메타 쪽은 에스엔에스 시장이 유튜브와 틱톡 등 동영상 중심 서비스로 재편된 상황에서 회사가 여전히 상당수 업체와 경쟁 중이란 점을 강조했다. 연방거래위원회가 메타의 시장 독점을 주장하는 건, 소셜 미디어 시장의 범위를 ‘개인 소셜 네트워킹’(personal social-networking) 서비스에 한정해 보기 때문이란 것이다. 메타는 지난 1월 미국에서 중국계 숏폼(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서비스가 일시 중단됐을 때 인스타그램 이용자가 급증한 점을 언급하며 시장 경쟁이 작동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 변호인단은 과거 메타의 인스타그램·왓츠앱 인수를 승인했던 연방거래위원회가 10여년 만에 결정을 뒤집는 시도는 건 위험한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지난해 미 법무부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한 구글과 달리 메타의 소송은 결과를 속단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연방거래위원회와 46개 주 검찰총장은 지난 2020년에도 메타가 거액의 돈을 들여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해 사업을 확장한 방식을 문제 삼아 반독점 소송을 진행했으나, 이듬해 법원은 ‘메타가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오바마 행정부 법무부 반독점국 수석 법률 고문이었던 진 키멜만의 발언을 인용해 “반독점법이 다루기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는 업계 선도 기업이 잠재력 있는 중소 경쟁사를 인수하는 경우”라고 지적했다.
한편, 연방거래위원회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의 서비스 이용 시간을 기준으로 볼 때 메타가 미국 개인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eMarketer)는 올해 메타의 미국 매출 가운데 약 50%는 인스타그램 광고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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