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청소년이 환자 대부분
백신 2~4년만 효과, 성인도 필요
지난해 8월 22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황금유치원에서 을지연습 연계 공습대비 민방위 훈련에서 방재 모자와 마스크를 쓴 어린이들이 대피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뉴스1
심한 기침을 동반하는 백일해(百日咳)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백일해는 100일 동안 기침한다는 뜻의 호흡기 질환으로 2급 감염병이다. 백일해에 걸리면 참기 어려운 발작성 기침이 4주 넘게 나온다. 폐렴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며 심하면 사망한다.
15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에서 백일해 환자 3686명이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4월) 423명보다 770% 증가했다. 질병청은 백일해 환자가 지난해 7월 1만 564명으로 정점을 찍었을 때보다 감소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올해에만 최근 10년(2014~2023년·2683명)을 합친 것보다 많이 발생해 여전히 주의가 필요하다.
올해 백일해 환자는 5~19세 어린이와 청소년이 70%를 차지하지만 0~4세 환자(133명)도 나왔다. 지역은 경기(934명), 서울(358명), 부산(268명), 경남(250명), 대구(234명) 순이다.
그래픽=정서희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백일해는 면역력이 낮은 어린이들이 새학기 교실에서 집단 생활을 하며 전파될 수 있다”면서 “수도권은 인구가 밀집해 전파가 빠르고 부산·경남은 전부터 백일해가 유행했던 지역”이라고 했다.
백일해는 보통 5년 안팎 주기로 반복된다. 백일해 환자 수는 지난 2013년 36명에서 2018년 980명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4만 7982명으로 급증했다. 국내 첫 백일해 사망자가 지난해 11월 나왔다. 당시 생후 2개월 아기가 예방 접종을 맞지 않은 상태로 기침 증상이 있어 의료기관을 찾았다가 백일해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백일해는 보통 기침과 재채기로 전파된다. 침과 콧물이 묻은 물건으로 옮을 수도 있다. 감염자 1명이 많게는 17명까지 백일해를 전파시킨다. 백일해는 모든 연령대에서 감염되지만 특히 면역력이 낮은 어린아이가 취약하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성인 가족이 어린아이에게 백일해를 옮기거나 어린아이들이 집단 생활을 하며 감염될 수 있다”고 했다.
그래픽=정서희
백일해는 예방 접종으로 피할 수 있다. 보통 생후 2·4·6개월에 기초 접종을 하고 15~18개월, 4~6세, 11~12세에 추가 접종을 한다. 이후 10년 단위로 예방 접종을 한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기초 접종이 핵심”이라며 “임신했을 때 예방 접종을 하면 항체가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임산부도 접종하는 게 좋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성인들도 백일해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신우 교수는 “백일해는 예방 접종을 해도 면역 유지 기간이 짧은 편”이라며 “파상풍은 10년 이상 예방 효과가 있지만 백일해는 2~4년만 효과가 있기 때문에 성인이 돼서도 꾸준히 예방 접종을 해야 한다”고 했다.
백일해는 일본에서도 유행하고 있다. 최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올해 1~3월 백일해 환자가 4771명으로 작년 전체 환자(4054명)를 이미 넘어섰다고 밝혔다. 신문은 “백일해를 치료할 때 쓰는 약에 내성이 생겼을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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