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복원의 ‘우주의 비밀, 탐사의 미래’
지구위협 시나리오(4)
1986년 3월8일 이스터섬에서 촬영한 핼리혜성. 위키미디어 코먼스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천체는 태양과 달, 별, 그리고 태양계 행성이다. 태양계 행성 전부를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만 맨눈으로 볼 수 있다. 가끔 혜성도 볼 수 있고 초신성을 맨눈으로 관측한 기록도 있다. 혜성은 다른 천체와는 달리 꼬리를 지니는 특이한 모양이다. 혜성의 본체인 핵(nucleus)은 수㎞에서 수십㎞ 크기에 불과하지만, 혜성의 핵에서 나오는 가스와 먼지가 태양풍과 반응하고 태양빛을 반사해서 혜성 핵의 크기보다 훨씬 긴 꼬리를 만든다. 지구의 공전궤도에 이르면 꼬리의 길이가 수십만㎞에 이르기 때문에, 지구에 가까이 다가오는 혜성은 망원경 없이 맨눈으로도 볼 수 있다.
혜성 중에서는 핼리혜성이 가장 유명하다. 오래전부터 이 혜성을 관측한 기록이 있지만, 17세기까지 별개의 다른 혜성을 관측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아이작 뉴턴과 동시대 사람이었고 서로 교류도 했던 에드먼드 핼리는 이전의 혜성 관측 기록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1531년, 1607년, 1682년에 관측한 혜성이 하나의 혜성임을 인지했다. 핼리는 1705년에 이 혜성이 1758년에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고, 실제로 핼리가 사망한 후인 1758년에 이 혜성이 다시 나타났다. 핼리의 이름을 따서 핼리 혜성(Halley’s comet)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혜성은 최초로 공전주기를 알아낸 혜성이다. 국제천문연맹(IAU)의 명명법에 의한 이름은 1P/Halley이다. 맨앞의 1은 발견순서, P는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혜성(periodic comet)을 의미한다. 빗금문자 다음에는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쓴다.
태양계 행성이나 소행성과 비교하면 핼리혜성의 공전궤도는 특이하다. 태양의 북극에서 보면 태양계 행성은 태양 주위를 시계반대방향으로 공전한다. 소행성대의 소행성들도 거의 같은 면에서 시계반대방향으로 공전한다. 태양계 생성 초기에 원반 모양으로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던 먼지와 가스로부터 태양계 천체들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핼리혜성은 대부분의 태양계 천체들과는 달리 시계방향으로 도는 역행궤도(retrograde orbit)로 공전한다.[1]
핼리혜성의 공전궤도. 위: 태양 북극 방향에서 바라본 공전궤도. 태양계 행성과는 달리 시계방향으로 공전한다. 아래: 태양계 행성 공전면 옆에서 바라본 공전궤도. 핼리혜성의 공전궤도는 지구 공전궤도와 비교해 약 18도 기울었다. 핼리혜성의 근일점은 금성 공전궤도 안쪽에 있고 원일점은 해왕성 공전궤도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다. 데이터 출처: Horizons system, JPL/NASA
핼리혜성은 어디에서 왔나?
혜성은 태양에서 30~50AU(Astronomical Unit: 천문단위, 1AU=1억5천만km) 떨어진 카이퍼대(Kuiper belt)에서 날아오거나 2000AU 이상 떨어진 오르트 구름(Oort cloud)에서 날아온다고 추정한다. 원일점이 카이퍼대에서 만들어진 혜성이 지구 공전궤도까지 온다면 공전주기는 60~129년이다. 근일점이 목성 공전궤도에 닿는 혜성까지 포함하면 카이퍼대에서 오는 혜성의 공전주기는 최대 144년이다. 오르트 구름에서 오는 혜성의 공전주기는 이보다 훨씬 더 길다. 오르트 구름의 내부 경계로 보는 2,000AU에서 날아오는 혜성은 공전주기가 3만년이 넘고, 오르트 구름 최외곽에서 오는 혜성의 공전주기는 1천만년이 넘는다.
공전주기가 200년보다 짧은 혜성은 단주기 혜성, 200년보다 긴 혜성은 장주기 혜성으로 분류한다. 이 분류에 따르면 공전주기가 76년인 핼리혜성은 단주기 혜성이다. 원일점도 35.3AU로 카이퍼대 근처에 있다. 공전주기와 원일점만 보면 핼리혜성은 카이퍼대에서 기원한 혜성처럼 보인다. 문제는 핼리혜성의 역행궤도이다. 카이퍼대의 천체들은 원반 또는 도넛 모양으로 분포해 있고 대부분은 시계반대방향으로 공전하기 때문에, 카이퍼대에서 온 혜성도 태양 주위를 시계반대방향으로 공전한다. 하지만 핼리혜성의 공전궤도는 이와는 정반대인 다른 역행궤도이다.
핼리혜성이 카이퍼대에서 기원한 혜성이면, 과거에는 공전궤도가 다른 태양계 천체들처럼 시계반대방향으로 공전하는 순행궤도(prograde orbit)였을 것이다. 현재의 역행궤도가 되려면 순행궤도가 역행궤도로 변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도 행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순행궤도를 도는 혜성이 적절한 속도와 방향으로 목성이나 토성과 같은 큰 행성에 다가갔다가 멀어지는 과정을 반복하면, 순행궤도가 역행궤도로 바뀌는 궤도 뒤집힘(orbit flip)이 가능하다.[2] 탐사선이라면 행성을 이용한 중력도움 항법을 반복하는 것과 같다. 첫번째 중력도움 항법으로 궤도의 기울기를 크게 만든 후, 두번째 중력도움 항법으로 역행궤도로 만든다. 그러나 두번 또는 그 이상의 특정 궤도 변경이 연속으로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흔히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핼리혜성이 오르트 구름에서 온 혜성이면 애초부터 역행궤도를 돌았을 수 있다. 오르트 구름에서 혜성은 공 모양으로 분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장주기 혜성이 날아오는 방향이 무작위라는 것이 이 추정의 기반이다. 날아오는 방향이 무작위라는 것은 공전방향도 무작위라는 것을 의미한다. 태양계 행성처럼 시계반대방향으로 공전할 수 있고, 행성 공전 궤도와 직각인 방향으로 공전할 수도 있고, 태양계 행성과는 반대로 시계방향으로 공전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핼리혜성이 오르트 구름에서 기원한 혜성이라면 역행궤도인 것이 이상하지 않다.
오르트 구름 혜성의 공전주기를 결정하는 힘
혜성의 공전주기는 태양에서 가장 먼 거리인 원일점과 가장 가까운 거리인 근일점을 알면 쉽게 계산할 수 있다. 케플러 행성운동법칙의 제3법칙인 조화의 법칙이 알려주는 계산방법을 쓰면 된다. 천문단위(AU)로 나타낸 원일점과 근일점을 더한 후에 2로 나누면 타원궤도 긴 축의 반지름을 계산할 수 있다. 이 긴 반지름(또는 장축반지름, semi-major axis)을 세제곱하고 제곱근한 값이 공전주기이다. 오르트 구름의 내부 경계인 태양에서 2000AU 떨어진 곳에서 지구 공전궤도까지 날아오는 혜성의 경우, 원일점은 2000AU이고 근일점은 1AU이다. 공전주기는 3만1646년이다. 2000AU 떨어진 곳에서 목성 공전궤도까지 날아오는 혜성의 공전주기는 3만1741년, 해왕성 공전궤도까지 날아오는 혜성의 공전주기는 3만2337년이다. 더 먼 곳에서 오는 오르트 구름 혜성은 공전주기가 더 길다.
핼리혜성이 오르트 구름에서 기원한 혜성이라면, 먼 과거에는 원일점이 적어도 2000AU였을 것이고 공전주기는 3만년이 넘었을 것이다. 공전주기가 핼리혜성의 공전주기인 76년으로 줄어들려면, 공전궤도가 현재의 핼리혜성의 공전궤도 크기로 작아져야 한다. 그럴려면 공전속도가 줄어들어야 한다. 혜성의 공전속도를 줄이는 것도 혜성이 적절한 방향으로 행성에 가까이 다가갔다가 멀어지면 가능하다. 혜성의 속도를 줄이려면, 혜성이 행성의 공전방향과 다르게 다가가서 비슷하게 멀어져야 한다. 수성탐사선이나 태양탐사선이 중력도움 항법으로 속도를 줄이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원일점이 2000AU이고 근일점이 목성 공전궤도인 5AU인 오르트 구름의 혜성이 근일점인 목성 공전궤도를 지나갈 때의 속도는 초속 18.8km이다. 이 혜성의 공전주기가 단주기 혜성 공전주기의 상한선인 200년이 되려면, 목성 공전궤도를 지나갈 때의 속도가 초속 18.1km가 되어야 한다. 혜성의 속도를 초속 0.7(=18.8-18.1)km만 줄이면 3만년이 넘는 공전주기가 200년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공전주기가 핼리혜성처럼 76년이 되려면 목성 공전궤도를 지나가는 혜성의 속도는 초속 17.5km여야 한다. 혜성의 속도를 초속 1.3km만 줄이면 된다. 혜성이 행성에 적절한 방향으로 다가가면 이 정도의 속도를 줄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공전주기가 3만1741년(원일점: 2000AU, 근일점 5AU)인 혜성(검은색), 공전주기가 200년인 혜성(분홍색), 공전주기가 76년인 혜성(파란색)이 목성 공전궤도(카키색)를 지나갈 때의 속도.
오르트 구름 혜성은 어떻게 태양에 가까이 갈까?
오르트 구름의 혜성이 행성에 다가가서 공전주기를 줄이는 것도 애초에 혜성이 행성에 다가가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혜성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근일점이 행성의 공전궤도에 닿을 만큼 태양에 가까웠다면 문제가 안된다. 하지만 원래 오르트 구름 안에서만 머물며 공전하던 혜성이라면 문제다. 혜성의 근일점이 짧아져서 태양계 행성에 다가가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오르트 구름에 머물던 혜성의 근일점이 짧아지는 경우가 몇가지 있다. 첫번째로 행성 크기 이상의 큰 천체가 오르트 구름을 지나가는 경우이다. 큰 천체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태양계 행성일 수도 있고 별 사이를 떠돌아 다니는 떠돌이 행성(rogue planet)일 수도 있다. 다른 별이 오르트 구름을 뚫고 지나갈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큰 천체가 혜성에 가까이 다가갔다가 멀어질 수 있다. 큰 천체가 혜성 근처를 지나간다는 것은 큰 천체의 입장에서는 혜성이 그 천체에 다가갔다가 멀어지는 것이다. 혜성이 큰 천체를 이용한 중력도움 항법을 시행하는 상황이 되면서 혜성이 움직이는 속도의 크기와 방향이 변한다.
오르트 구름을 지나가는 천체의 영향으로 혜성의 속도가 빨라지면 긴 반지름이 더 큰 공전궤도로 변하고, 혜성의 속도가 느려지면 긴 반지름이 더 작은 공전궤도로 변한다. 긴 반지름이 작아지면 근일점이 짧아지면서 혜성이 태양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혜성의 속도가 줄어야만 근일점이 짧아지는 것은 아니다. 혜성이 움직이는 방향이 변하는 경우에도 근일점이 짧아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혜성이 움직이는 방향이 좀 더 태양 쪽으로 변하거나 좀 더 태양 반대 쪽으로 변한 경우가 그렇다. 속도가 변하지 않고 방향만 바뀌어 근일점이 태양에 더 가까워지는 경우는 타원궤도의 긴 반지름이 변하지 않는다. 근일점이 짧아진 만큼 원일점이 태양에서 더 멀어진다. 공전속도가 더 빨라지는 경우에도 근일점이 더 태양에 가까워질 수 있다. 그럴려면 혜성이 움직이는 방향이 더 많이 태양 쪽이나 태양 반대 쪽을 향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혜성의 근일점이 태양에 더 가까워지는 것보다 원일점이 태양에서 멀어지는 것이 더 크다. 그 만큼 긴 반지름이 더 커지면서 공전주기는 오히려 늘어나지만, 혜성은 태양에 더 가깝게 다가간다.
오르트 구름에 떠돌이 행성이나 별이 지나가는 경우, 천체의 중력으로 인해 혜성 공전속도의 크기와 방향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주는 그림. 발견하지 못한 태양계 행성이 오르트 구름 안에서 공전하는 경우에도 같은 원리로 행성의 중력이 영향을 끼쳐 혜성의 공전궤도가 변할 수 있다.
공전속도의 크기나 방향이 변함에 따라 다르게 변하는 공전궤도. 검은색 궤도 → 파란색 궤도: 공전주기가 줄어들면서 근일점이 줄어드는 경우이다. 공전속도도 줄고 공전 방향도 변해야 한다. 검은색 궤도 → 보라색 궤도:공전주기는 그대로이면서 근일점이 줄어드는 경우이다. 공전속도는 그대로이고 공전 방향이 변해야 한다. 화살표의 길이와 방향은 혜성의 궤도가 변하기 전후에 혜성이 날아가는 속도의 크기와 방향을 나타낸다.
은하의 중력도 혜성 궤도를 바꿀 수 있어
은하의 중력도 혜성의 궤도를 변하게 할 수 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은하 기조력(galactic tide)이 혜성의 궤도를 변하게 한다.[3] 우리 은하의 중심에는 초대질량 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이 있고 그 주변에는 천체들이 밀집해 있다. 중심부 너머에는 천체들이 원반처럼 퍼져 있다. 중심부 천체의 질량이 만드는 중력은 중심을 향하고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약해진다. 태양보다 은하 중심에 더 가까운 혜성에는 더 강한 은하 중력이 작용하고, 태양보다 은하 중심에서 더 먼 혜성에는 더 약한 은하 중력이 작용한다. 태양보다 은하 중심에 더 가깝거나 더 멀어서 생기는 은하중력의 차이가 은하 기조력을 만든다. 이 은하 기조력은 달과 태양의 중력이 지구에 만드는 기조력과 비슷하다. 보름달이나 그믐달일 때 지구의 바다에서 태양과 달 중력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밀물이 생기듯이, 은하 중심부 질량이 만드는 은하 기족력도 은하 중심을 향한 방향과 그 반대방향으로 오르트 구름을 늘어뜨리는 힘을 만든다.
우리 은하가 지닌 원반구조는 지름이 약 10만 광년에 이르고, 두께는 최대 수천광년에 이른다. 이런 원반구조의 질량은 원반면의 수직방향으로 끌어당기는 중력을 만든다. 원반구조의 중심면에서 지나치게 멀지 않다면, 마치 스프링이 달려있는 것처럼 중심면에서 멀수록 더 강하게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한다. 오르트 구름 혜성도 은하원반 중심면에 가까우면 상대적으로 약한 중력이 끌어당기고, 은하 중심면에서 멀면 상대적으로 강한 중력이 끌어당긴다. 이 차이는 은하 원반면에 수직인 방향으로 오르트 구름을 썰물처럼 누르는 은하 기조력을 만든다.
은하 기조력은 오르트 구름 혜성의 궤도를 변하게 할 수 있다. 태양에서 멀수록 태양의 중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오르트 구름 안에서도 더 외곽에 있는 혜성에 작용하는 은하 기조력이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끼친다. 긴 시간동안 은하기조력에 의한 변화가 누적되면 혜성의 근일점이 태양에 가까워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태양계 안쪽을 향해 날아오는 혜성의 90%는 은하 기조력의 결과라는 주장도 있다.[4]
은하 중심 질량에 의한 은하 기조력과 은하 원반 질량에 의한 은하 기조력. 오르트 구름에는 두 종류의 은하 기조력이 함께 작용한다. 은하 중심을 항하는 중력은 오르트 구름을 은하 중심에서 가까워지는 방향이나 멀어지는 방향으로 늘어뜨리는 은하 기조력을 만들고, 은하 원반면이 만드는 은하 기조력은 오르트 구름을 은하 원반면과 수직인 방향으로 누르는 은하기조력을 만든다. 중력과 기조력의 크기는 이해를 돕기 위해 과장했다.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때의 파괴력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때의 에너지는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혜성이 지구에 다가가는 방향이 같다면, 더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혜성이 충돌에너지도 더 크다. 지구 공전궤도를 지나가는 속도는 혜성의 원일점이 멀수록 더 크다. 돌멩이를 떨어뜨리는 높이가 높을수록 떨어지는 돌멩이가 바닥을 때리는 속도가 더 빠른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이 때문에 태양에서 훨씬 먼 오르트 구름에서 오는 혜성이 카이퍼대에서 오는 혜성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지구 공전궤도를 지나간다. 하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다. 태양에서 30AU 떨어진 카이퍼대에서 오는 혜성이 지구 공전궤도를 근일점으로 지나갈 때의 속도는 초속 41.4km인 반면, 태양에서 2000AU 떨어진 오르트 구름에서 오는 혜성이 지구 공전궤도를 지나갈 때의 속도는 초속 42.1km로 약간 더 크다.
오르트 구름에서 오는 순행궤도 혜성이 지구를 뒤따라가며 충돌하는 경우와 역행궤도 혜성이 지구와 정면 충돌하는 경우의 충돌 속도.
혜성 충돌의 파괴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혜성이 지구에 다가오는 방향이다.
카이퍼대에서 오는 혜성은 지구와 다른 태양계 행성처럼 시계반대방향으로 공전한다. 이런 카이퍼대 혜성이 지구에 다가오는 방향은 공전방향과 비슷하거나 약간 다른 정도이다. 카이퍼대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면, 지구를 뒤따라오다가 충돌하는 경우이거나 지구에 비스듬히 다가와 충돌하는 경우이다. 혜성의 근일점이 지구보다 태양에 더 가까운 경우에는 지구에 다가가는 각도가 조금 더 커진다. 이렇게 카이퍼대 혜성이 지구와 부딪치는 속도는 초속 16~30km 정도이다.
오르트 구름에서 오는 혜성은 아무 방향에서나 올 수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지구가 공전하는 방향과 크게 다른 각도로 다가와 충돌할 수 있다. 지구와 혜성이 서로 다가오는 방향이 다를수록 상대속도가 커서 충돌 속도도 크다. 혜성충돌 중에서는 근일점이 지구 공전궤도에 위치하는 역행궤도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경우가 가장 최악이다. 서로 반대방향에서 날아와서 상대속도가 최대가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지구와 충돌하는 속도는 초속 72.8km에 이른다. 핵의 지름이 수km에 이르는 혜성이 이 속도로 지구와 부딪치면 지구는 궤멸적 피해를 입는다.
주)
[1] “1P/Halley Orbit", Minor Planet Center, https://www.minorplanetcenter.net/db_search/show_object?object_id=1P
[2] “Secular Orbital Evolution of Jupiter Family Comets”, H. Rickman, et al., Astronomy & Astrophysics 598, A110 (2017).
“Direct-retrograde Orbit Flips at Planetary Close Encounters”, G. B. Valsecchi, et al., Astronomy & Astrophysics 667, A91 (2022).
[3] “The influence of the Galactic tidal field on the Oort comet cloud”, J. Heisler, S. Tremaine, Icarus 65, 13 (1986).
[4] “Periodic variation of Oort Cloud flux and cometary impacts on the Earth and Jupiter”, P. Nurmi, M. J. Valtonen, and J. Q. Zheng,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327, 1367 (2001).
윤복원 |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전산재료과학센터·물리학) bwy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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