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보고서
산업기술 관련 기업들이 연구개발(R&D) 활동을 수행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운영비 부담 증가’를 꼽았다. 기업을 나타낸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산업기술 관련 기업들이 연구개발(R&D) 활동을 수행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운영비 부담 증가’를 꼽았다. 특히 인건비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연구개발 지속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 '2025년 산업기술혁신 정책건의_GO B.A.S.I.C!'을 16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회원사 350여 개를 대상으로 기업 현장의 기술혁신 애로사항을 조사하고 이를 정부에 정책으로 건의했다. 이 중 가장 많은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애로사항은 ‘R&D 활동에 따른 인건비 등 운영비 부담’이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팀은 “기술인력 확보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연구개발을 수행하기 위한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정부의 기술개발 과제 지원은 있으나 실제 인건비를 충당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해결방안으로는 정부 R&D 매칭펀드 제도의 민간 부담을 줄이는 파격적인 가변형 매칭펀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부분의 정부 R&D 사업은 정부와 민간이 일률적인 비율로 사업비를 부담하고 있는 만큼 기업 특성에 따라 정부 부담 비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유연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산업계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한 정책 제안도 이어졌다. ‘K-브레인 리턴 본부’를 설치해 글로벌 경험을 갖춘 한국계 우수 인재 유입을 위해 국가 차원의 일관성 있는 대규모 귀환 인재 유치 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외국인 우수인력의 ‘유치’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정착’까지 유인할 수 있는 체계적인 인재 유입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연구팀은 현장 의견을 바탕으로 “기업이 우수 연구개발 인력을 유지하고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고용유지형 인건비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고용 불확실성 해소와 연구인력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력, 세제, 규제 개선 등 R&D 현장의 애로사항을 민간 주도로 상시 발굴해 법·제도 설계에 반영하는 민간주도 R&D제도개선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R&D 분야는 노사 합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근로 시간을 관리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 내 예외 조항을 신설해 첨단기술 개발의 골든타임을 확보해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국가전략기술 등 기술우위 확보가 시급한 기술이 신속히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의 패스트트랙인 ‘패스트패스 샌드박스(FastPass Sandbox)’를 신설해 해당 기업의 사전컨설팅부터 신속심사는 물론 실증 특례 만료 전 관련 법 개정 의무화와 사후 지원까지 포함하는 전략적 규제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술혁신 인력확보를 위한 제언도 이어졌다. 산기협은 국가 차원의 ‘R&D스킬랩’ 운영을 통해 첨단바이오, 양자 등 첨단기술에 대한 산업계 업스킬링·리스킬링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기업 혁신인력 양성 및 역량 강화를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부처별로 파편화된 인력 제도 및 지원사업을 전략적으로 통합·체계화하는 R&D인재 컨트롤타워로 '(가칭)혁신인재본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건의 사항에 포함했다.
인공지능(AI)과 관련해선 글로벌 AI스타트업 ‘K-AI 챌린저’ 육성을 위해 국가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중소 제조AI 도입·활용을 촉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주도하는 패키지형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끝으로 국가 빅 프로젝트 발굴 및 운영을 위한 거대혁신체제 구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가칭)산·학·연·관 거대혁신협의체 구축을 제안했다. 부처별 소관법령에 따라 상이한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정의를 일원화해 동일 기술에 대해 일관된 정책 적용 기반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행정부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기업규제 해소를 위해 국회 내 기업규제혁신 지원기구를 설치하여 입법부 차원의 소통창구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고서곤 산기협 상임부회장은 “과거 여러 번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기업의 기술혁신 노력 덕분”이라면서 “글로벌 혼돈 속에 경제발전의 주역인 우리 기업이 R&D의 끈을 놓지 않도록 정부가 산업계와 상시적 소통을 강화하고 주요 정책과제 추진에 적극 나서는 등 혁신적인 마중물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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