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인공지능(AI) 육성 등 정책 비전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한동훈 “한국의 팔란티어 육성 위해 AI 인프라에 5년간 150조원 투자” 공약
민주당 차지호 “무지·무책임 발상…‘AI 기반 방산업체’ 팔란티어? 군사용AI 위험 모르나”
차지호 “멋져 보이는 구호 나열 전 윤리적 위험성 공부하라” 맹공
국힘 유용원 “팔란티어 방산뿐 아니라 국내 민간 기업과 스마트시티·금융 등 활용 협업”
유용원 “팔란티어가 군사용 AI만 하는 기업? 선택적 비난만 하는 민주당 사실 왜곡 중단”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인 한동훈 전 대표의 ‘한국의 팔란티어(미국 최대 AI업체)’ 육성 등 인공지능(AI) 공약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AI기반 방산업체 팔란티어의 군사용 AI 위험을 모르는 무지·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쪽에서는 “팔란티어는 방산뿐 아니라 국내 민간 기업과 스마트시티·금융등을 활용하며 협업하는 기업”이라며 “사실왜곡과 선택적 비난을 중지하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가진 정책 비전 발표 기자회견에서 “의료 AI, 로보틱스, 국방 AI, 드론, 자율주행 등 실제 응용 분야에 대한 전략적인 투자를 통해 ‘한국의 팔란티어’를 탄생시키겠다”며 “ ‘AI 전사(전문인재)’ 1만명을 양성하기 위한 미래전략부(가칭)도 신설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한 전 대표는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AI 인프라에 5년간 150조원을 투자하고, 생태계 조성까지 포함해 총 200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AI미래전략특별위원장인 차지호 의원은 15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한국의 팔란티어’ 기업 육성 공약에 대해 “무지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맹비난했다. 국회 영상 캡처
‘한국의 팔란티어’ 추진 언급에 대해 민주당 AI미래전략특별위원장인 차지호 의원은 “무지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맹비난했다.
팔란티어는 페이팔 창업자이자 피터 틸이 창업한 미국의 AI 기반 방산업체다. 최근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다.
차 의원은 15일 언론공지를 통해 “한 전 대표의 공약은 언뜻 혁신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이는 AI의 군사적 활용과 ‘스마트 강군’의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군사 AI 무기가 초래할 심각한 윤리적·국제적 위험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무지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맹공을 가했다. 그는 “AI의 군사화는 단순한 기술 발전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자유와 생명, 국제 평화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라며 “이미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자율살상무기(LAWs)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강력한 규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많은 국가들이 AI 무기의 개발을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군사 AI 확산을 공약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차 의원은 “우리 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국민 감시 시스템이나 살상 AI 무기 도입이 아니라, 병사들이 청춘을 소모하며 복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첨단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전문 직업군인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AI를 활용한 스마트강군은 인권과 국제 규범을 존중하는 가운데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술 더 떠 “대통령 후보라면 멋져 보이는 구호나 기술 이름을 나열하기에 앞서, AI 군사화가 가져올 윤리적 위험성과 국제적 논란에 대해 먼저 공부하고 책임 있는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훈수를 뒀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16일 “더불어민주당이 전 세계 AI 기업 중 선두인 팔란티어가 마치 군사용 AI만 다루는 것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AI 공약은 평화적이고 한동훈 후보의 AI 공약은 비윤리적이라는 선택적 비난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용원 의원실 제공
차 의원의 AI무기 도입 주장에 군사전문기자 출신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전 세계 AI 기업 중 선두인 팔란티어가 마치 군사용 AI만 다루는 것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이 “선택적 비난을 하는 민주당은 사실 왜곡을 중단하라”고 반박했다.
유 의원은 “우리나라는 인공지능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를 매년 개최하고 있고 AI 정상회의 주최 등 디지털 선진국으로서 AI와 관련된 국제규범 마련에 앞장서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한 국제 규범 속에서 우리나라 방산기업들도 미국의 빅데이터 프로세싱 기업인 팔란티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무인수상정, 정찰위성, 기뢰제거 등 미래 국방발전을 위해 팔란티어의 전문기술 지원과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할 계획”이라며 “방산뿐만 아니라 민간 회사들도 팔란티어와 협력을 통해 스마트시티, 금융, 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에 AI를 활용하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특히 팔란티어의 ‘고담’ 프로그램 등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불법 침략에 맞서 우크라이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지난 14일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공개 일정으로 국내 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을 찾아 AI 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한 것을 언급했다. 그는 “AI는 군사용과 민간용의 구분을 칼로 무 자르듯이 명확히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환이 가능한 것”이라며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AI 공약은 평화적이고 한동훈 후보의 AI 공약은 비윤리적이라는 선택적 비난을 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유 의원은 “오늘날 전장 환경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AI가 현대 전투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고 전투 환경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으며 인공지능이 상황분석을 통해 의사 결정을 지원하고 최적의 작전수행을 돕는 것은 더 이상 미래가 아니다”며 “AI는 영화에 나오는 킬러 로봇의 개념이 아니라 결국 사람이 최종결심을 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전투 지원요소 등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은 21세기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AI 기술을 정치 공세에 활용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정당의 과감한 결단과 투자로 글로벌 경쟁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뼈있는 지적을 했다.
정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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