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티빙 지분 13.5% 보유한 2대 주주
김채희 미디어부문장 "웨이브, 지상파 독점력 떨어져"
"이미 합병에 준하는 행보"…KT 발목잡기 지적 '일축'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KT(030200) 그룹의 미디어 사업을 총괄하는 김채희 미디어부문장이 16일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티빙과 웨이브 간 협병 추진에 대해 “웨이브의 지상파 콘텐츠 독점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합병이 티빙 주주가치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부문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안다즈 서울 강남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KT그룹 미디어토크’에서 “티빙과 웨이브 간 합병이 KT 반대 때문에 지연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KT 의사와 무관하게 이미 진행 중”이라고 짚으며 이같이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티빙의 최대주주인 CJ ENM과 웨이브의 최대주주인 SK스퀘어는 2023년 12월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양사의 주요 주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길어지면서 1년 넘게 합병 법인 탄생이 미뤄지고 있다. 지난해 말 웨이브 주요 주주인 지상파 3사가 합병에 찬성하면서 현재는 티빙의 지분 13.5%를 보유한 KT의 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만 합병에 찬성하면 본계약이 가능한 상황까지 진척됐다. 업계에선 KT가 티빙-웨이브 합병 법인 출범 후 CJ ENM과 SK스퀘어에 밀려 영향력이 축소될 것을 우려해 합병 찬성을 주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부분장은 합병 찬반에 대한 여부에 대해선 “CJ 측과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고 있고 KT의 공식적인 입장은 적절한 시점이 밝힐 예정”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티빙-웨이브가 합병을 전제로 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고, 어떤 특정 측면에서는 합병 효과에 준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며 KT가 합병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했다.
실제 CJ ENM과 SK스퀘어는 합병에 속도를 내기 위해 공정위에 임원 겸임 기업결합심사도 신청한 상태다. 임원 겸임 형태의 기업결합은 과반 이상의 주주 의결만 확보하면 된다. 따라서, KT의 동의 없이 CJ ENM, SK스퀘어 등 최대주주와 다른 주요 주주의 동의로도 가능하다.
김 전무는 KT가 티빙의 주요 주주로써 이번 합병이 주주 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그는 “웨이브는 지상파 콘텐츠의 독점력이 상당히 많이 떨어져 가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합병을 통해서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성이 과연 주주 가치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KT는 티빙과 밀접한 사업적 시너지를 고려해 전략적 투자를 맺었는데 지금은 사업 의지와 가치가 많이 훼손된 것 같다”고도 언급했다.
김 전무는 “티빙과 웨이브 합병이 산업계 큰 이슈이긴 하지만 KT는 이와 무관하게 우리 스스로 가야 할 길에 대한 더 고민하고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유경 (yklim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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