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네트워크센터·정보인권연구소, 메타·X 개인정보위에 신고
"동의 없는 개인정보 수집·이용,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명백"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GettyImagesBank.
이용자가 페이스북·인스타그램·X에 작성한 게시글이 AI 학습을 위해 수집·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네트워크센터·정보인권연구소는 메타와 X가 적법한 근거 없이 이용자 정보를 AI 모델 학습 훈련 데이터로 활용하고 있다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에 신고했다.
메타·X는 이용자 게시글과 가입정보를 AI 학습 훈련 데이터로 활용하고 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은 지난해 6월부터 개인정보를 AI 학습에 이용했으며, X도 지난해 11월 약관을 개정해 제3자가 개인정보를 AI 훈련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메타·X가 이용자에게 '게시글 등 개인정보가 AI 학습에 활용될 수 있다'고 명확히 고지하지 않아 자신의 정보가 AI 학습에 이용된다는 것을 모르는 이용자가 많으며, 거부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진보네트워크센터와 정보인권연구소, 페이스북·X 이용자 4명은 16일 메타·X 한국 법인과 미국 본사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개인정보위에 신고했다.
법률대리를 맡은 이은우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16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메타와 X는) 이용자의 신상정보를 중심으로 연결된 정보까지 학습하겠다는 것인데, (AI 학습에) 동의하지 않은 이용자 정보를 분리하거나 소급 삭제할 수도 없다”며 “메타는 자신들이 개인정보를 처리할 정당한 이익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X는 법적 근거를 밝히지 않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명백하다”고 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 처리자가 이용자 정보를 수집·이용하기 위해선 정당한 이익과 관련있어야 하며, 합리적 범위를 초과해선 안 된다. 이 변호사는 “이 조항은 (개인정보 수집·이용 과정이) 명확하고 합법적이어야 한다는 뜻”이라며 “개인정보의 이용도 최소한이어야 하는데, 이 요건도 위반하고 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인종·질병 등 민감정보가 AI 학습에 이용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SNS에 있는 개인정보는 개인의 이야기이기에 전체를 민감정보로 볼 수도 있다. 여러 정보 중 민감정보만 걸러내는 것도 어려우며, 이런 정보를 익명화 처리도 없이 학습하는 건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아일랜드 규제당국인 데이터보호위원회는 지난해 6월 메타가 이용자 정보를 AI 학습에 무단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메타는 메타AI 출시를 연기하고 개인정보 관련 방침을 변경했다. 메타는 최근 AI 학습을 재개하면서 EU 지역 이용자에게 어떤 정보를 수집·활용하는지 알림을 발송하고, 이를 원치 않는 이용자는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링크를 제공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유럽 이용자에겐 사전 공지를 하고 있는데, 한국에선 약관 변경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며 “이용자 입장에선 AI 학습이 시작된 줄도 모르고 있었다. 한국과 유럽의 창가 있다”고 했다.
▲페이스북, X CI. 사진=Pixabay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는 “메타·X는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한 이용자뿐 아니라, 그 이용자가 태그하거나 언급한 이용자의 정보도 수집할 우려가 있다”며 “이 경우 이용자의 사상·신념·노동조합 활동 여부·성적 지향 정보까지 수집될 수 있다. 사전 동의를 받지 않은 건 물론 사후 철회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장 상임이사는 2021년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 개인정보 유출 논란을 예로 들었다. 이루다는 집주소를 묻자 특정 아파트 주소를 말하고, '농협 계좌'라고 질문하자 특정 은행 예금주라고 답변하는 등 개인정보 유출 논란을 빚었다. 이루다 개발사는 연인 간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상대 심리를 분석해주는 '연애의 과학' 서비스의 카카오톡 정보를 토대로 AI를 학습했는데, 이 카카오톡 대화 속 개인정보가 가명처리되지 않은 채 그대로 공개된 것이다. 특히 이루다가 학습한 정보에는 초등학생 개인정보도 담겨 있었다.
장 상임이사는 “빅테크 기업은 이용자 데이터를 학습한 AI를 자사 서비스뿐 아니라 마케팅 등 여러 분야로 확장할 것”이라며 “이용자들은 단순히 SNS에서 내 일상에 대한 이야기할 뿐인데, 이를 AI 개발에 활용한다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 데이터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 자체가 정보인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신고와 별개로 이용자가 페이스북·인스타그램·X 등에서 개인정보 수집·이용을 거부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선 이용자가 직접 'Meta AI' 서비스에 “AI 학습 목적의 개인정보 사용을 거부한다”는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X에선 설정 페이지의 '개인정보 및 보안' 창에 들어가 “내 공개 데이터를 비롯해 반응, 질문, 답변을 Grok 및 X AI의 학습 및 미세 조정에 사용하도록 허용한다”는 항목을 해제해야 한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