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의장 제안 철회 후 대권 주자들 공약으로만 다뤄져
'지방분권·행정수도 명문화 개헌' 필수…충청 역할론도
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개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급부상했던 개헌론이 사실상 무산된 분위기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선·개헌 동시 투표' 제안을 철회하면서 본격적인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다.
대권 주자들은 여전히 개헌 추진을 공약에 담고 있지만, 실질적인 논의는 차기 정부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이 같은 흐름은 우 의장의 개헌 구상이 반발에 부딪히며 굳어졌다. 그는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현 상황에선 대선과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기 어렵다"며 "각 정당의 공감대와 합의 속에 대선 이후 본격 논의하자"고 밝혔다. 사흘 전 윤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제안했던 개헌 방안을 공식 철회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권과 각계에서 개헌 요구가 잇따르며 논의가 본격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시 개헌론에 거리를 뒀지만, 그간 4년 중임제를 주장해온 만큼 탄핵이 현실화되면 논의에 동참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탄핵 이후에도 이 전 대표가 "내란 종식이 우선"이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개헌에 선을 긋자 국회 차원의 추진 동력도 급속히 약화됐다.
우 의장은 "각 당 대선 주자들이 개헌 방향과 내용을 공약으로 제시해달라"고 당부했지만, 이는 차기 정부로의 공 넘기기에 가깝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논의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제한적 개헌 요구가 분출되고 있다. 대권 주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공약에 개헌을 내걸고 있으나, 이를 실현할 정치적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다.
세종시는 지난 15일 총 3개 분야 26개 대선 공약 과제에 '행정수도 명문화' 개헌을 포함해 각 정당 세종시당에 건의했다.
박형준 부산시장, 김두겸 울산시장, 박완수 경남지사도 지난 14일 부산시청에서 '제3회 부울경 정책협의회'를 열고 '지방 분권' 개헌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현재 우리나라는 수도권 일극 체제로 저성장, 초저출생, 지역 격차 확대가 나날이 심화하고 있다"며 "이번 대선 과정에서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권한을 배분하는 분권 개헌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개헌의 실질적 추진 여부는 차기 정부의 의지와 역량에 달렸다는 의견이 나온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파면이라는 일련의 과정에서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지방분권과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소하는 개헌이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차기 정부가 개헌을 공약에만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향후 국정 운영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라며 "충청권 역시 지방 분권 강화와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을 헌법에 명문화하는 방향으로 개헌을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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