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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뉴스]"아빠 발표하고 올테니 잘 놀고 있어!"…학회에 움트는 돌봄 서비스

온카뱅크관리자

2025-04-27 1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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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대한금속·재료학회는 23~25일 춘계학술대회를 열면서 제주국제컨벤션센터 5층에 아이돌봄 서비스를 제공했다. 24일 돌봄 프로그램에 참여한 연구자 자녀들이 탐험 프로그램을 듣고 있다. 이채린 기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4/27/dongascience/20250427120018888kbpd.jpg" data-org-width="680" dmcf-mid="bkd47rWALf"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4/27/dongascience/20250427120018888kbpd.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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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금속·재료학회는 23~25일 춘계학술대회를 열면서 제주국제컨벤션센터 5층에 아이돌봄 서비스를 제공했다. 24일 돌봄 프로그램에 참여한 연구자 자녀들이 탐험 프로그램을 듣고 있다. 이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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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발표 잘 하고 올게! 잘 놀고 있어." "오전 발표만 듣고 돌아올게. 점심 이따 같이 먹으러 올 거야."  
 24일 국내외 재료·금속 분야 연구자 수백명이 모인 제주국제컨벤션센터의 한 학회 현장. 국내에서 열리는 여느 학회랑 사뭇 다른 모습이 연출됐다. 수십 명의 엄마, 아빠 연구자들이 아침 9시부터 자녀 손을 잡고 학회 한 켠의 200평 남짓한 돌봄 공간에 자녀를 맡기고 나왔다.
 아빠와 떨어지기 싫어하던 한 어린이는 돌봄 공간의 에어바운서를 보자마자 아빠한테 한 번 손을 흔든 뒤 쪼르르 에어바운서로 달려갔다. 잘 뛰어노는 자녀를 본 아빠는 가방을 고쳐 메고 동료들과 학회 발표 현장으로 향했다.  
 대한금속·재료학회는 23~25일 춘계학술대회를 열면서 제주국제컨벤션센터 5층에 아이돌봄 서비스를 진행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대상은 학회에 참석하는 연구자의 만 3~12세 자녀다. 돌봄시간은 웬만한 어린이집·유치원보다 더 길다. 오전 8시 40분부터 오후 6~7시까지다(25일은 오후1시). 연구자들이 돌봄 서비스를 받기 위해 지출해야 하는 별도 비용도 없다. 
 돌봄 서비스를 기획한 대한금속·재료학회 학술부회장인 석현광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생체재료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자녀 때문에 학회 참석을 포기하거나 학회 일부 프로그램에만 참석해야 하는 후배 연구자들의 모습을 보며 자녀 걱정 없이 연구자들이 학회에 집중하도록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 학회 장소 특화한 돌봄 프로그램 
 대한금속·재료학회 돌봄 서비스는 국내 대규모 학회 중 처음 진행된 돌봄 서비스다. 돌봄 서비스에 등록한 연구자 자녀는 40여 명이다. 돌봄 선생님은 만 4세 미만 자녀의 경우 2명당 1명, 그 이상 자녀는 4명 당 1명으로 배정됐다. 
 창밖으로 제주도의 맑은 바다 전경이 펼쳐지는 돌봄 공간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을만큼 크다. 터널, 미끄럼틀 등으로 구성된 에어바운서와 색연필, 스티커, 색칠책, 동화책, 크레용 등이 놓인 미술 공간이 있다. 체육활동을 할 수 있는 실내 운동장도 있었다.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오전 10시 전에 도착한 아이들은 미술 공간에서 열심히 하드보드지 위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가 되자 돌봄 선생님들이 "제주도 탐험 갈 초등학생 친구들 나오세요"라고 크게 말했다. '문경수 탐험가와 함께하는 꼬마탐험대' 돌봄 2일차 프로그램이 시작된 것이다. 24명의 아이들이 2명씩 짝을 지어 기차 모양을 만들면서 줄지어 돌봄 공간 밖으로 나갔다. 아이들은 학회가 열리는 현장을 통과했다. 학회에서 예상치 못한 아이들의 행렬을 발견한 연구자들은 "와, 유치원 아니야?", "나도 애들 데려올 걸"이라며 신기해 했다.  
 밖으로 나온 아이들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 설치된 기다란 제주 돌담 앞에 섰다. 문 탐험가가 "우리 주위에 세계적인 보물이 있어요. 뭘까요?"라고 하자 아이들은 "현무암!", "돌탑!"이라며 정답을 외쳤다.
 문 탐험가는 돌담 위를 짚으며 "바로 이 돌담이 정답이에요. 제주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돌담은 돌 틈이 있어 제주의 강한 바람을 약하게 나눔으로써 바람의 세기를 약하게 만들고 약해진 바람이 농작물의 잎에 붙어 있는 병균을 날려주는 역할을 한답니다"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이후 제주 주상절리까지 탐방을 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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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제주도 주상절리를 구경하는 연구자 자녀들. 이채린 기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4/27/dongascience/20250427120020290rpws.jpg" data-org-width="680" dmcf-mid="KQvrgU41dV"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4/27/dongascience/20250427120020290rpws.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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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주상절리를 구경하는 연구자 자녀들. 이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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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금속·재료학회의 돌봄 서비스가 특별한 이유는 학회가 열리는 '제주도'의 특성에 맞게 프로그램이 구성됐다는 점이다. 이렇게 제주도를 탐방하는 프로그램 외에도 제주와 관련된 물건 만들기, 제주 풍경이 담긴 사진 찍기, 제주 바람 명상 등 아이들이 제주를 맘껏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대한금속·재료학회와 돌봄 서비스를 기획한 노하현 자란다 대표이사는 "학회가 열리는 장소를 사전 답사해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실내외 활동을 계획해 학회와 최종적으로 프로그램을 결정했다"며 "부모님 따라 아이들이 찾은 학회 장소를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게 되면 좋겠다"고 했다.   
 이밖에 실내 미니 운동회, 서예 활동, 줌바, 동물 반달떡 만들기, 직업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돌봄 서비스를 이용한 조인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가희소금속센터 수석연구원은 "딸이 돌봄 프로그램을 너무 재밌어 한다"며 "유치원처럼 교육적인 프로그램에 아빠가 일하는 현장에서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새로운 것 같다"고 말했다. 
 ● 선진국에선 흔한 돌봄 서비스 
 대한금속·재료학회 돌봄 서비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자녀를 돌봄 서비스에 맡긴 연구자들은 "이번 만큼 자녀 걱정 없이 학회에 집중해 참석한 적이 없다"며 입을 모았다. 돌봄 공간이 누구나 다 볼 수 있도록 개방돼 있어 학회 중간중간 연구자들은 돌봄 공간을 찾아 자녀가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일부 연구자들은 돌봄 공간에서 자녀와 점심을 함께 먹으며 "프로그램 재밌었어?", "엄마는 발표 잘 했어? 사람들 많이 만났어?"라며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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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학회가 열리는 현장을 지나가는 아이들의 행렬. 이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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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1학년, 4학년 자녀 2명을 돌봄 서비스에 맡긴 이효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생채제료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연구자 부부라 같은 기간에 가야하는 학회가 있으면 육아 때문에 한 명이 학회를 포기하거나 학회를 날짜나 시간별로 세세히 나눠서 번갈아 참석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에는 돌봄 서비스 덕분에 남편과 스케줄 조정할 필요 없이 자녀를 모두 학회에 데려왔음에도 마음 편히 학회의 모든 일정을 소화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학회에 이 같은 돌봄 서비스가 널리 퍼지면 자녀가 있는 교수부터 대학원생, 박사후연구원이 자녀를 돌보지 않았다는 죄책감 없이 학회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학회 돌봄 서비스는 연구 선진국에서 흔하다. 석 책임연구원은 "한국에서 연구자가 학회에 자녀를 데려가는 것은 금지된 행동처럼 여겨지지만 연구 선진국에서는 연구자에게 중요한 일정 중 하나인 학회에 가족과 함께 가서 학회에서 준비한 돌봄·여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당연시 된다"며 "자녀들이 부모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부모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꿈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수석연구원도 "과학 분야 유럽 학회에서는 자녀들이 로켓 만들기, 블록 쌓기 등 연구자 자녀들이 과학 체험을 할 수 있는 돌봄 프로그램이 자주 열린다"며 "자녀들이 부모님처럼 과학자를 꿈 꿀 수 있게 만드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지난해 영국 워릭대에서 열린 EKC(유럽한국학회)에서는 영국 유수의 대학을 방문하는 가족 투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학회 돌봄 서비스는 한국에서도 2년 전부터 조금씩 생기고 있다. 지난해 대한성형학회와 올해 한국천문학회, 국어교육학회, 한국우주과학회 등 소규모로 돌봄 서비스를 제공했다.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도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학회 돌봄 서비스 사업을 시범으로 진행했다. 
 문제는 예산이다. 공간 대여료, 인건비, 식비, 프로그램 준비 비용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루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도 1000만원 가까이 든다. 특히 소규모 학회의 경우 돌봄 서비스의 예산을 마련하기 더 어렵다. 대한금속·재료학회 돌봄 서비스를 준비한 이명섭 대한금속·재료학회 부장은 "학회에 돌봄 서비스를 운영하려면 돌봄 공간이 필수이지만 공간 대여료가 만만치 않다"며 "돌봄 서비스가 다른 학회에도 더 많아지려면 외부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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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봄 서비스의 미술 공간. 이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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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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