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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학설에도 선 있는데 '환단고기'는 세게 넘었다" 역사학자 일침

온카뱅크관리자

2025-12-20 06:5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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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업무보고로 불거진 ‘환빠’ 논쟁…기경량 교수가 본 ‘사이비 역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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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경량 가톨릭대 교수는 “『환단고기』를 앞세운 사이비 역사학이 고대사를 왜곡해 왔으며, 일부 정치인들도 이에 동조했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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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의 업무보고가 예상 밖의 ‘외부효과’를 파생시켰다. 이른바 ‘환빠 논쟁’이다. 이 대통령이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환단고기는 연구할 가치가 있는 문헌이 아니냐”고 질문하면서다. 파장은 컸다. 학계와 야당을 중심으로 비판이 치솟자 대통령실은 “동의하거나 연구나 검토를 지시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지만, 17일 한국고대사학회 등 국내 대표적인 역사·고고학회 48개 단체가 우려하는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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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실 “연구 지시 아니다” 거리두기 
 『환단고기(桓檀古記)』는 고대 동이족이 세계 최초의 문명국가 환국(桓國)을 세우고, 유라시아 대륙 곳곳에 진출했다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대통령실의 거리두기에도 학계는 왜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할까. 소장학자 기경량 가톨릭대 국사학과 교수를 17일 만났다. 고구려 역사를 연구하는 기 교수는 소장 학자들과 팟캐스트 ‘만인만색역사공작단’을 운영하는 등 상아탑 밖 활동도 활발히 하면서 『환단고기』 등을 비판해 온 대표적 학자다. 
 Q : 학계에선 『환단고기』를 어떻게 바라보나. A : “역사학계는 누군가의 학설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대하진 않는다. 수용 범위가 매우 넓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線)’이라는 게 있는데, 『환단고기』류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 
 Q : 왜 그런가. A : “역사학은 재판과 비슷한 면이 있다. 증거에 충실히 입각해서 과거 어떤 일이 실제로 있었는지 최대한 복원하고 의미를 해석하고 부여한다. 증거가 조작됐다면 판결에서 배제하는 게 맞지 않나. 『환단고기』가 그렇다. 위조된 자료라서 받아들일 수 없는 거다. 역사학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이다.” 
 Q : 조작됐다는 근거가 있나. A : “이유립이라는 사람이 1979년 발표한 책이다. 너무 최근이니까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는지 거짓으로 출처를 창작했다. 자신의 스승 계연수가 고려 및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역사서를 비밀리에 소장하고 있었는데 이를 1911년 엮어서 냈었다는 거다. 거짓말이다.” 
 Q : 『환단고기』가 1979년 이전엔 없었나. A : “있기는 했다. 이유립은 태백교라는 종교를 만들었는데 1960년대부터 교단 내 소식지를 냈다. 『환단고기』에 있는 내용은 거기 다 있다. 다시 말해 종교용으로 창작한 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용어나 내용이 어떻게 바뀌어갔는지도 이미 다 밝혀졌다.” 
 Q : 일각에선 조선총독부에서 20만 권의 역사책을 불태워 과거 기록이 소실됐다고도 말한다. A : “당시 총독부가 책들을 수거해서 태운 건 맞다. 그런데 총독부 관보를 보면 서적 목록이 다 나온다. 『이순신전』 『강감찬전』 『이태리 건국 삼걸전』 등이다. 애국정신이나 독립 의지를 북돋을만한 책을 없앤 거다. 고대사 관련 책은 아니다. 관보를 보면 다 나오는데 일반 시민들이 이런 것까지 다 찾아보진 않지 않나. 사이비 역사학자들의 전형적인 선동 방식이다. 이걸 처음 꺼내 든 건 대표적 사이비 역사학자 문정창이다. 조선총독부에 근무했고 황해도 은율군수까지 지냈던 친일파였다. 그런데 해방 후 아마추어 역사학자로 변신한 뒤, ‘수메르는 우리 민족이 세운 문명’이라는 둥 황당한 이야기를 많이 퍼뜨렸다. 문정창의 주장을 받아들인 사이비 역사학자들은 ‘수메르=소머리’ ‘이집트=이 집터’ ‘조선=선택받음(Chosen)’ 같은 주장을 지금도 하고 있다.” 
 Q : 이덕일 등 『환단고기』를 신뢰하는 측은 기존 역사학계를 식민사학의 후예라고 한다. A : “식민사학은 일본이 한국을 지배하는 것을 정당화하고 뒷받침해 준 학문이다. 해방 후 한국 역사학자 모두가 식민사학 극복을 제1가치로 생각하고 연구해왔다. 대부분의 사이비 역사학자들이 체계적으로 연구하지 않은 비전공자이다보니 자신들의 약점을 가리기 위해선 역사학계의 권위를 깎아내려야 한다. ‘우리가 틀려서가 아니라 저들이 식민사학자이고 친일파’ ‘저들은 우리 역사를 음해하고 축소한다’는 식이다. 그래야 일반 시민들에게 먹히지 않겠나. 그 작업을 수십 년간 해 온 거다.” 기 교수는 “이 대통령이 『환단고기』를 언급한 게 단순해 보이진 않는다”고 우려했다. “사이비 역사학자들에게 동북아역사재단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데 그와 무관치 않을 수도 있다”고 봐서다. 2014년 ‘고대 한국 프로젝트(EKP)’ 무산을 예로 들었다. 
 Q : ‘고대 한국 프로젝트(EKP)’는 뭔가. A : “마크 바잉턴이라는 미국 학자가 진행한 프로젝트였다. 한국 고대사로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드문 사례였다. (EKP를 통해) 한국 고대사 연구 성과를 영어로 번역해 소개하고 미국에서 한국 고대사 학자들을 양성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사이비 역사학 측에서 그가 2013년 낸 『한국 고대사에서의 한사군』이라는 책을 문제 삼았다. 한사군 중 하나인 낙랑군이 평양에 그려졌다는 이유다. 그런데 낙랑군이 평양에 있었다는 건 『삼국사기』부터 『세종실록지리지』까지 모두 인정해왔던 사실이다. 20세기 들어서도 평양에서 낙랑 시대의 무덤이 수백 기 이상 발견됐다. 그런데 사이비 역사학자들은 고조선의 수도 왕검성은 만주 요하 유역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낙랑군이 평양에 있으면 식민사학이라는 것이다. 세계 역사학계에서 낙랑군이 평양에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건 북한뿐이다.” 
 Q : 과거 중국 기록 중엔 평양이 만주에 있었다는 내용도 있지 않나. A : “아주 드물게 낙랑·평양·조선 같은 지명이 만주에서 보이는 사료가 있다. 10개 사료 중 1개가 다르면 그 하나를 사실로 보기 전에 왜 다른지를 연구해야 한다. 배경을 알고 보면 쉽게 풀리는 문제다. 313년 고구려가 낙랑군을 병합하자 낙랑 유민 중 일부가 요하 지역으로 도망쳤다. 그때 선비족 세력이 이들을 수용하고 정착시킨 지역에 이들의 출신 행정구역 명칭을 그대로 부여했다. 쉽게 비유하자면 영국인이 미국으로 이주했을 때 영국 요크(York)에서 딴 뉴욕(New York)을 썼던 것과 마찬가지다.” 
 Q : 다른 곳인데, 옛날 행정구역명을 왜 썼나. A : “과거 사람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출신 지역과 강력하게 결부시켰다. 중국도 그랬다. 위·촉·오를 통일한 진(晉)나라가 유목 민족에게 밀려 강남으로 이동했을 때 중원의 행정구역명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이걸 교치(僑置)라고 한다. 이 문제는 조선 시대에도 제기된 적이 있다. 성호 이익 같은 학자들이 ‘어떤 기록을 보니 낙랑군이 만주에 있었나 보네’라고 의문을 가진 거다. 그러자 정약용·안정복 등 후세 연구자들이 여러 기록을 교차 검토한 뒤 ‘이건 교치’라고 결론 내렸다. 이덕일 같은 이들은 아직도 식민사학의 폐해라고 공격하는데 선동에 불과하다.” 사이비 학자들, 낙랑군 평양 설치 인정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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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한 기경량 가톨릭대 교수. [사진 JTBC]"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2/20/joongang/20251220061804781gaae.jpg" data-org-width="559" dmcf-mid="pZDw2aztSB"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20/joongang/20251220061804781gaae.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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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한 기경량 가톨릭대 교수. [사진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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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 바잉턴 교수는 지금 무엇을 하나. A : “사이비 역사학자들의 자극적 공세를 언론이 대서특필하고 사회가 들썩이면서 사업이 무산되자 그는 충격을 받고 연구 분야를 중국 고대사로 바꿨다고 한다. 그는 ‘고구려사는 한국사’라며 동북공정에서 한국 측에 섰던 해외학자였는데 우리가 쫓아낸 거다. 사이비 역사학의 폐해 중 하나다. 이들은 이후에도 정치인들까지 포섭해 한국 역사학자들이 8년간 공들여 만든 동북아역사지도를 무산시킨 적이 있다. 독도가 누락됐다는 등 터무니없는 모함이었는데 여야 의원들 모두 거기에 호응했다. 지난 대선 때도 이들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접촉해 동북아역사재단을 공격했다고 알고 있다. 고대사를 영역으로 삼는 그들에겐 동북아역사재단이 눈엣가시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 학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Q : 한국 사회의 민족주의가 과도하다는 비판도 있다. 왜 그럴까. A : “식민 지배를 받았고 강대국에 휘말려 분단이 되다 보니 ‘민족주의는 좋은 것’ ‘민족주의는 진보적 가치’로 통용되던 시절이 있었다. 학교 교육도 그랬다. 그러다 보니 민족주의적 경향이 굉장히 강한 사회다. 민족주의를 넘어 국수주의적이고 극우적인 파시즘적 성격까지 보이는 세력도 있는데 사회 면역력이 아직은 약하다.” 
 Q :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팟캐스트(‘만인만색역사공작단’)를 하는 이유인가. A :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반대하는 과정에서 뭔가 목소리를 내려고 만들면서 시작했다. 하다 보니 동북아역사지도 건도 그렇고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자꾸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대중과의 소통할 통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역사학자라는 게 일반인들이 보기엔 1타 강사처럼 재미있지도 않고, 지루해 보이지 않나. 그런 인식과 사이비역사학의 폐해를 조금씩이나마 개선해나가고 싶다.” 인터뷰를 마치며, 기 교수는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특정 분야 역사를 강조한다거나, 정치인들이 특정 인물에 대한 동상이나 기념물을 건립하려는 것은 역사를 정치적 욕심에 이용하려는 의도로 느껴진다”며 “지원도 좋지만, 무엇보다 연구자들이 소신껏 역사적 실상을 복원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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