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출산 장려를 위해 청약제도가 개편되면서 내 집 마련에 나서려는 20·30세대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개편을 위해 잠시 가동을 멈췄던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이 다시 열리면서 분양 일정이 미뤄졌던 물량들도 이달부터 쏟아질 전망이다. 오는 5일 봄 분양의 포문을 열 대전 중구 'e편한세상 서대전역 센트로' 특별공급(이하 특공)을 시작으로 분양 물량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라진 '결혼 페널티' …청약통장 가입자 수 증가도 기대
사진출처=게티이미지
이번 청약제도 개편의 핵심은 '결혼 페널티'를 없앤 것이다. 정부는 '청약 기회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혼인신고를 기피하는 현상이 만연하자 이를 해소하고자 제도를 손봤다. 부부 중 한 명이 결혼 전 청약에 당첨됐거나 주택을 보유한 이력이 있어도 배우자가 신혼부부 또는 생애최초 특공에 청약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특공 청약 시 배우자에게 보유 주택이 있으면 처분해야 한다. 청약제도의 기본 취지가 무주택자 주거 지원인 만큼 특공 시 가구원 전부가 무주택이어야 한다는 조건은 지켜야 한다.
부부가 특공이나 규제지역 일반공급에 중복 청약해 당첨되면 둘 다 부적격 처리했던 규제는 사라졌다. 부부가 같은 아파트 청약에 신청했다가 동시에 당첨되는 경우 먼저 접수한 사람이 당첨 자격을 유지하게 된다. 다자녀 특공 문턱은 ‘3자녀 이상 가구’에서 ‘2자녀 이상 가구’로 낮아졌다.
공공분양 특공에서 맞벌이 부부의 소득 기준도 종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40%에서 200%로 완화했다. 그동안 부부 합산 연 소득 약 1억2000만원까지 공공 특공 신청이 가능했다면, 이제는 연 소득 1억6000만원 수준인 맞벌이 부부도 청약이 가능해진 것이다.
민영주택 가점제 청약에서도 부부에게 인센티브를 준다. 배우자의 청약통장 가입 기간 점수(최대 3점)를 합산해 청약할 수 있게 했다. 다만 합산 점수가 만점(17점)을 넘길 수는 없다. 본인이 통장을 오래 보유해 이미 만점을 채웠다면 큰 의미는 없다.
청약제도 개편이 청약통장 가입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2556만3099명으로, 전월보다 1723명 증가했다. 무려 20개월 만이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2022년 6월 말 2703만1911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뒤 그해 7월부터 올해 1월(2556만1376명)까지 19개월 연속 감소한 바 있다. 부동산정보플랫폼 '다방' 운영사 스테이션3가 올 1월 앱 이용자 3103명을 대상으로 '주택청약제도 인식'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20·30세대 응답자 1578명 중 1188명(75.3%)이 청약통장을 보유했으며, 이 중 467명(39.3%)이 청약제도가 '실효성이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임신·출산 가구 우위…4월 분양 시장 기대감 커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 사진출처=연합뉴스
부부들에게 특공의 문이 활짝 열린 가운데 수요자들은 배분 물량이 조정되는 만큼 유리한 전형을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공공분양주택 '뉴:홈'은 신설된 '신생아 특공' 유형에 물량의 최대 35%를 배정하고, 공공임대주택은 전체 가구의 10%를 출산 가구에 우선 공급한다. 민간에서는 기존 생애최초·신혼부부 특공에 배정된 물량의 20%가 신생아 특공에 할애된다.
예를 들어 오는 5일 분양을 시작하는 'e편한세상 서대전역 센트로'는 특공 유형별로 신혼부부 86가구, 생애최초 42가구가 공급된다. 이 중 신혼부부 특공에서 17가구, 생애최초에서 8가구가 당첨자 선정 시 신생아 임신·출산 가구에 우선 배정된다. 임신했거나 출산한 부부가 그렇지 않은 부부보다 우위에 서는 것이다.
한편, 시장에서는 청약제도 개편에 더해 이달 봄 분양 물량이 대거 예정돼 있어 온기가 돌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직방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서 45개 단지, 총 4만825가구가 분양에 나선다. 이 중 3만4091가구가 일반분양된다. 전년 동월 대비 총가구 수는 169%, 일반분양은 186% 늘어난 수준이다. 지역별로 수도권에서 1만4196가구(서울 1066가구·경기 8821가구·인천 4309가구), 지방에서 2만6629가구가 공급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혼인 가구의 약 36%는 출산을 통해 내 집 마련의 인센티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는 세계 유례없는 저출산 국가로, 정부 정책이 내 집 마련과 관련해 청약, 대출, 주택 공급 시 출산 가구를 우대하는 정책에 공을 들이는 양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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