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
펨토초 레이저 장비 도입·추진
이오테크닉스·한미반도체 등
장비 기업 간 각축전도 치열
ⓒ게티이미지뱅크
메모리 업계에 '1000조 분의 1초'인 펨토초 레이저 경쟁이 시작됐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가 메모리 웨이퍼 절단에 펨토초 레이저 장비 도입을 시작했거나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웨이퍼 절단이 극초단파 레이저로 대전환이 시작되면서, 시장 공략을 위한 장비 업계 간 각축전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최근 대만 반도체 공장(팹)에 펨토초 '풀 컷' 레이저 장비 반입을 시작했다. 펨토초 수준의 짧은 시간에 빛 펄스를 방출하는 극초단파 레이저로, 웨이퍼를 한번에 잘라내기 위해서다. 마이크론이 대만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만큼, HBM용 웨이퍼 절단용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레이저는 '그루빙'에 주로 쓰였다. 잘라야 하는 웨이퍼에 미리 길을 그려놓는 과정이다. 이후 다시 다이아몬드 휠(블레이드) 등 기계적 방식으로 잘라 개별 칩으로 완전히 분리한다. 마이크론의 풀 컷 절단은 한번에 웨이퍼를 잘라내 생산성을 높이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이 선제적으로 펨토초 기반 풀 컷 장비를 도입했다”며 “향후 웨이퍼 물량 확대에 따라 장비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풀 컷은 순식간에 높은 에너지를 쏴야하기 때문에 펨토초 레이저가 필수다. 기존 기계적 방식은 다이아몬드 휠로 기계적 방식이 주류였으나, 절단면이 매끄럽지 않고 이물 발생으로 수율 개선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루빙에서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나노초(10억 분의 1초)나 피코초(1조 분의 1초) 등으로 레이저가 진화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펨토초 레이저는 지난해 TSMC가 시스템 반도체용 웨이퍼 절단(그루빙)에 도입하면서 시장이 본격 개화했는데, 최근 메모리 업계까지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 HBM 등 차세대 메모리용 웨이퍼 두께가 점점 얇아지면서 펨토초 수준의 고정밀·고출력 레이저가 필요해져서다. 열 발생도 적어 웨이퍼에 그려진 회로 등에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레이저로 웨이퍼 절단 경로를 미리 그리는 '그루빙' 개념도(사진=레이저텍)
여러 강점에 마이크론 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펨토초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펨토초 레이저 절단 장비 도입을 추진 중이며, SK하이닉스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웨이퍼 절단용 레이저가 나노초에서 피코초로 전환되는데 10년 이상 걸렸지만 펨토초 도입은 1~2년만에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올해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제조 분야에서 본격적인 장비 발주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레이저 장비 기업 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웨이퍼 절단 장비 시장 점유율 1위는 일본 디스코다. 디스코를 포함, 이오테크닉스·한미반도체·AP시스템·필옵틱스·미래컴퍼니·프로텍 등 기업이 레이저 기반 웨이퍼 절단 장비 시장을 공략 중이다. 펨토초 기술은 일부만 확보한 상태로, 후발주자들은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