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아타카마 사막서 관측한 15년 치 관측 데이터 공개
아타카마 망원경./미 프린스턴대
칠레 북부의 사막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던 아타카마 전파망원경이 15년간 관측을 마무리하고 마지막 연구 데이터를 공개했다. 과학자들은 이곳에서 우주 탄생 직후인 138억년 전, 수소와 헬륨 가스 속에서 별과 은하가 형성되기 전의 우주 ‘영아기’ 모습을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조 던클리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진은 18일(현지 시각) 아타카마 망원경으로 빅뱅(Big Bang·대폭발)으로 우주가 탄생한 지 불과 약 38만 년이 지난 시점에서 방출된 우주 배경 복사(CMB)를 관측했다고 밝혔다.
빅뱅 이후 초기 우주는 물질이 초고온에서 전자와 핵이 분리된 플라스마 상태로 가득 차 있어, 빛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는 불투명한 공간이었다. 이후 우주가 식으면서 수소와 헬륨 원자가 형성됐고, 그 결과 빛이 방해 받지 않고 우주를 가로지를 수 있게 됐다. 이 시점에서 방출된 빛이 바로 CMB로, 지금까지도 우주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는 CMB의 미세한 특징과 빛의 특정 방향성인 ‘편광(偏光)’이 담긴 고해상도 데이터다. 편광은 빛이 어떤 표면과 부딪히면 전기장이 특정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현상이다. 이번 편광 데이터는 기존의 플랑크 망원경이 제공한 데이터보다 해상도가 5배 더 높다.
연구진은 이번 데이터를 바탕으로 초기 우주의 수소와 헬륨 가스가 중력에 의해 뭉쳐 최초의 별이 탄생하고, 은하가 형성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초기 우주의 밀도 변화와 가스의 속도까지 측정했다.
던클리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CMB의 미세 구조와 편광 패턴을 정밀하게 분석했다”며 “이를 통해 초기 우주에서 발생했을 수 있는 비정상적인 물리 현상을 검증할 수 있고, 과거로 돌아가 우주가 어떻게 지금처럼 복잡한 모습으로 진화했는지 퍼즐 조각처럼 맞춰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타카마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새로운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복사(CMB) 이미지./ACT Collaboration; ESA/Planck Collaboration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우주의 진화 과정을 설명하는 표준 우주 모델인 ‘람다 차가운 암흑물질(LCDM)’ 이론을 검증했다. 현대 물리학은 스스로 빛을 내는 수많은 별을 다 합쳐도 우주 전체의 5%밖에 안 된다고 설명한다. 과학자들은 중력이 있지만 빛을 내지 않는 존재, 즉 암흑물질이 우주의 27%를 차지한다고 본다. 나머지는 중력 대신 밀어내는 척력을 가진 암흑에너지로 추정된다.
LCDM은 우주에 암흑물질, 암흑에너지가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연구진은 LCDM의 가정처럼 우주에서 일반 물질이 차지하는 비율은 극히 낮으며, 대다수의 질량은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도 천문학의 가장 큰 미스터리 중 하나인 ‘허블 긴장’을 해결할 실마리는 발견되지 않았다.
현대 물리학은 우주가 빅뱅으로 탄생한 뒤로 계속 팽창하고 있다고 본다. 허블 긴장은 우주의 팽창 속도를 나타내는 허블 상수가 측정 방법에 다르게 나타나는 문제를 의미한다. 우주의 팽창 속도는 은하를 관측해 직접 측정할 수도 있고, CMB 데이터를 이용해 우주 초기의 조건을 찾아 예측할 수도 있다. 그러나 두 방법으로 도출한 허블 상수 값이 일치하지 않아 과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연구진은 고해상도 CMB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허블 상수를 측정했지만, 여전히 CMB 기반값과 일치하는 결과가 나왔다. 우주의 팽창 속도를 설명할 새로운 물리 법칙이 존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대안 이론을 검토했지만, 현재까지 이를 뒷받침할 만한 신호는 발견되지 않았다.
콜린 힐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CMB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입자가 필드가 존재하는지 확인하려 했지만, 기존 우주 모델과 일치하는 결과만 나왔다”며 “현재의 우주론 모델이 여전히 강력한 설명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최근 아타카마 망원경에 이어 같은 장소에 새로운 후속 망원경인 시몬스 천문대가 운영을 시작했다. 이 망원경은 더욱 정밀한 장비를 갖추고 있어 CMB를 더욱 깊이 탐색할 수 있다. 곧 진행될 새로운 연구를 통해 우주 초기의 비밀이 한층 더 밝혀질 전망이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