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일손 돕는 AI 서비스
생후 1년 안팎 아기를 키우는 부모에게는 밤마다 아이를 재우는 일이 가장 큰 숙제다. 아이를 충분히 안아서 잠재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침대에 눕히니 아이가 바로 깨버리기 때문이다. 일본 도쿄과학대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지난달 공개했다. 아기 팔이나 다리에 심장 박동을 측정하는 밴드 형태 웨어러블(착용형) 센서를 달면 장치와 연동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아기를 언제 눕혀서 재워야 할지 알려주는 기술이다. AI가 맥박 패턴을 분석해 보호자가 우는 아이를 안고 걸어야 할 때, 안은 채 앉아야 할 때, 침대에 눕혀도 될 때를 구분해서 음성으로 알려준다. 연구진은 “현재 아이를 한 번에 재울 수 있는 성공률은 60% 수준이지만 수면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성공률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사무실이나 산업 현장을 넘어 일반 가정에도 확산하고 있다. 밤새 아기의 수면 상황을 확인하는 스마트 침대나, 바쁜 부모를 대신해 아이를 돌보는 AI 로봇 등 ‘육아 비서’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난임 문제를 해결해 주는 AI도 개발되고 있다.
그래픽=백형선
◇부모 일손 덜어주는 ‘AI 육아 도우미’
독일 테크 기업 보쉬는 올해 미국 CES에서 갓난아기의 상태를 24시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침대를 선보였다. 센서·카메라·AI가 적용된 이 침대는 아기의 생체 신호를 살펴 담요가 아기가 울거나 담요가 아기 기도를 막으면 침대와 연동된 스마트폰으로 신호를 보낸다. 크레이들와이즈가 개발한 유아용 침대는 아기의 수면 패턴과 깊이를 감지해 호흡 상태를 알려준다.
아이를 세심하게 돌볼 수 있는 AI 의료 기기도 등장했다. 폴란드 스타트업 스테토미는 호흡기 질환을 점검하는 가정용 청진기를 개발했다. 이 청진기는 훈련된 AI가 심박수, 심장 소리 등을 분석해 원인과 치료법을 제공한다. 삼성전자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 출신인 스타트업 모닛은 AI를 이용해 기저귀 교체 시점을 알려주는 스마트 기저귀를 개발했다. 동전 크기 센서를 기저귀에 달면 AI가 기저귀 오염 정도를 확인해 스마트폰 앱에 교체 시기를 알려준다.
바깥 나들이에 필수인 유모차도 AI를 만나 진화하고 있다. 캐나다 스타트업 글룩스킨드가 선보인 유모차 ‘로사’는 AI가 적용된 스마트 브레이크가 장착됐다. 내리막길에서 경사도를 감안해 자동으로 천천히 내려가고, 오르막길에선 전기 모터를 작동해 쉽게 올라갈 수 있다. 손잡이엔 얼굴 인식 기능을 넣어 보호자가 아닌 사람이 유모차를 다룰 수 없도록 설계했다.
바쁜 부모를 대신해 어린이들과 대화하고 학습을 도와주는 가정용 로봇도 등장하고 있다. 미국 임바디드는 5~10세 아동의 발달을 돕는 학습 로봇 ‘목시(Moxie)’를 개발했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요정과 외모가 비슷한 이 로봇은 대화 내용에 따라 얼굴에 있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표정을 연출한다. 최근 오픈AI 챗GPT를 탑재해 어린이 나이에 맞는 대화가 가능해졌다.
◇난임 문제 해소에도 AI
AI는 난임 등 임신 관련 고민을 해소하는 데에도 활용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과 바이오 기업 카이헬스는 난임 치료 성공률 향상을 위한 AI 배아 분석 디지털 치료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시험관 시술에서 건강한 배아(수정란)를 고르는 데 AI를 활용해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다. 연구진은 AI를 활용해 배아 발달 상황과 임신 가능성을 평가하고, 시술 때 예측률을 약 65%까지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NHN에듀는 임신 테스트기 결과를 정확히 판정해 주는 ‘AI핑봇 임신 테스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미지 데이터 딥러닝(심층 학습)을 기반으로 사용자가 촬영한 임신 테스트기 사진을 판독해 양성·음성 결과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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