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우주군 2인자 콘퍼런스서 공개
중국 위성 5기, 저궤도서 공중전 훈련
미·중 우주기술 격차 급격히 줄어
미 우주군 우주 작전 부사령관 마이클 게틀린 중장이 18일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열린 맥앨리스 방위 프로그램 콘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미 공군 에릭 디트리히
중국이 지난해 우주에서 여러 대의 인공위성을 동원해 ‘공중전(도그파이팅)’ 연습을 했다는 미 우주군 고위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중국의 우주 기술과 우주 작전 능력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우주에서 양국의 잠재적 충돌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미 우주군 우주 작전 부사령관인 마이클 게틀린 중장은 18일(현지 시각)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열린 맥앨리스 국방 프로그램 콘퍼런스에 참석해 “미국의 적대국이 지난해 지구 저궤도에서 위성 5기를 동원해 군사 훈련을 수행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게틀린 중장은 5개의 위성이 어느 나라 위성이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우주군 대변인은 별도로 기자들에게 중국 위성이라고 밝혔다.
도그파이팅은 전투기 간에 벌이는 근접전을 뜻하는 말이다. SF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우주선 간 긴박한 공중전 장면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 훈련엔 위성이 동원됐다. 게틀린 중장은 이날 행사에서 “상업 파트너가 제공한 우주 상황 인식 정보를 확인한 결과 우주 물체 5개가 서로 접근했다가 멀어지는 현상을 발견했다”며 “한 위성에서 다른 위성으로 궤도상 우주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전술, 기술과 절차를 연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적대국들이 궤도 전투를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우주에서 공중전 연습을 했던 것”이라며 “이는 미국이 보유한 우주 역량을 거부, 방해, 저하, 파괴하기 위한 광범위한 노력의 새로운 단계”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군사 전문지 디펜스 뉴스는 당시 훈련에는 중국의 실험용 위성인 시얀-24C 위성 3기와 실험용 우주선 시젠-605A와 B가 각각 동원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과거에도 위성 2기를 이용해 지구 저궤도에서 서로 접근했다가 멀어지게 하는 랑데부 및 근접기동(RPO)으로 불리는 기술을 테스트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마치 여러 대의 전투기가 공중전을 벌이듯위성 여러 대를 동시에 동원한 모습이 포착된 건 이례적이다.
미국은 물론 각국은 위성이나 우주선이 우주에서 사용할 랑데부 기술을 확보하는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우주쓰레기 처리 기업인 애스트로스케일(Astroscale)은 궤도를 도는 위성이나 우주 잔해를 포획하는 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지구 저궤도를 나는 위성과 우주쓰레기는 초속 7~8㎞ 속도로 날고 있다. 이런 우주 물체에 정확히 다가가서 포획하는 기술은 날아가는 총알을 집게로 잡는 것만큼 어려운 기술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지구 저궤도에서 위성의 기동 능력을 상당 수준까지 끌어올렸다고 보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에 본사를 둔 우주 추적 회사 레오랩스도 지상에서 레이더를 통해 중국의 훈련 상황을 확인했고 이와 별도로 러시아가 진행 중인 훈련 사례도 관찰했다고 우주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했다.
게틀린 중장은 이날 미국의 적대 세력이 수행한 다른 우주에서 활동을 언급했다. 미국 콜로라도에 본사를 둔 우주 추적 회사 레오랩스(Leolabs)도 지상에서 레이더를 통해 중국의 훈련 상황을 확인했고 이와 별도로 러시아가 진행 중인 훈련 사례도 관찰했다고 우주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했다. 지난 2019년 러시아는 위성을 이용해 부근을 날던 더 작은 위성을 떨어뜨리는 실험을 진행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과의 우주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점을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미 우주군 관계자들은 앞서 다른 언론과 인터뷰에서 “중국이 잠재적으로 우주에서 게임 체인저가 되는 우주 기술에서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이 우주에서 우월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실제로 지상에서 3만6000㎞까지 우주를 관리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1월 스젠-25 위성을 발사해 궤도에서의 연료 보급과 우주선 수명을 연장하는 기술을 시험했다. 중국이 우주 궤도에서 연료 보급과 정비 능력을 확보했다고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도 2019년에서야 노스럽그루먼이 최초로 위성에 연료를 공급해 위성의 작동 수명을 5년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미항공우주국(NASA)도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기술적 난항과 비용 초과, 일정 지연으로 현재는 중단했다. 중국은 또 우주 스텔스 기술에서 미국을 넘어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과 중국이 경쟁할 주요 우주 분야로 재사용발사체와 소형 군집 위성 분야를 꼽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5년 독립 부대로 창설한 항공우주군을 중앙군사위원회 산하에 두고 직접 관리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미국은 여전히 우주에서 중국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미국은 가장 많은 우주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궤도에 8000개가 넘는 위성이 있다. 이는 중국의 총 위성의 12배에 이르는 수치다. 하지만 게틀린 중장은 “한때 우주에서 미·중의 역량 격차는 엄청났다”면서도 “이제 우주를 보는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미국이 더는 우위를 차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우주 역량을 활용해 다른 국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을 미국은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의 대외 확장 정책인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활용해 우주에서 미국에 버금가는 파트너로 행세하며 우주 진출을 추진하는 후발 국가에 영향력을 미칠 것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위성을 동원한 공중전은 실제로 보면 SF영화 스타워즈에서처럼 빠르게 전개되지 않는다. 위성의 궤도를 바꾸는 데만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몇 주가 걸리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잘 아는 미 우주군의 2인자가 우주에서 공중전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은 그만큼 각별한 뜻을 담고 있다. 미국이 우주에서 우위를 계속해서 유지하려면 이제 조바심을 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는 게 미국의 우주 산업계의 전반적인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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