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신작 게임 사전 리뷰…28일 얼리 액세스 출시
인조이(inZOI) 메인 화면 [게임 화면 캡처]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크래프톤이 자회사 인조이스튜디오가 개발한 '인조이'(inZOI)로 인생 시뮬레이션이라는, 기존에 도전하지 않은 새로운 장르에 출사표를 던진다.
오는 28일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 버전으로 출시를 앞둔 '인조이'는 그간 '배틀그라운드' 시리즈 외에 신규 흥행 IP(지식재산)가 없던 크래프톤이 올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대형 신작이다.
글로벌 게임사 일렉트로닉 아츠(EA)의 대표작 '심즈' 시리즈가 오랫동안 독점해온 아성에 야심차게 정면 도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상용 서비스를 앞둔 20일 직접 플레이해본 '인조이'는 크래프톤이 그간 쌓아온 인공지능(AI) 기술력과 앞으로의 잠재력이 엿보이는 게임이었다.
'인조이'속 조이 간의 대화 [게임 화면 캡처]
고퀄리티 그래픽·AI 활용 신기술로 나만의 이야기 쓰는 게임
우선 눈에 띄는 부분은 언리얼 엔진 5를 이용한 높은 품질의 그래픽이다.
앞선 시연에서 주목받았던 섬세한 캐릭터 디자인 기능은 그간 나온 한국 게임은 물론 해외 게임까지 통틀어 봐도 최고 수준의 자유도를 보여준다.
캐릭터를 활용해 다양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는 '스튜디오' 기능이나 플레이어의 동작을 그대로 캡처해 이용할 수 있는 '모션 캡처' 등 기능은 영상 제작 또는 인터넷 방송용 콘텐츠로 활용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해보였다.
게임의 무대는 서울 강남구 일대를 모티브로 한 '도원'과 미국 서부 해안을 연상시키는 도시 '블리스베이' 둘 중 하나다.
이 중 '도원'의 경우 분식집, PC방, 붕어빵 장수, 복권 노점처럼 한국인이라면 익숙함을 느낄 만한 요소들이 세밀한 그래픽으로 묘사돼 언뜻 보면 실사처럼 느껴질 정도다.
'인조이'의 핵심 강점 중 하나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기술이다.
이미지를 넣으면 자동으로 3D 모델로 변경해 주는 '3D 프린터'를 통해 게임에서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다양한 가구뿐 아니라 나만의 소품을 만들어 자유자재로 꾸밀 수 있다.
'인조이'의 건축 기능 [게임 화면 캡처]
물론 해상도나 정확도가 조금 떨어지는 것은 감안해야 하지만, AI 기술 발전 속도를 생각하면 나중에는 고해상도 3D 모델을 더 빠르게 생성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또 프롬프트 기반 AI로 즉석에서 생성한 이미지를 생성하고, 이를 사물이나 옷의 재질로 입히는 기능도 포함돼있다.
크래프톤이 지난 1월 CES 2025에서 새롭게 공개한 '스마트 조이' 기술도 새롭게 체험해볼 수 있었다.
'스마트 조이'는 조이 캐릭터에게 성격과 가치관을 문장으로 설정해 주면, 캐릭터가 이를 토대로 행동하며 이따금 뜨는 '속마음' 버튼을 눌러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기능이다.
이를테면 '터프하고 모험을 즐기는 사람'으로 설정했다면 플레이어가 조종하지 않는 시간에 운동하거나 야외 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내성적이고 학구열에 불탐'으로 설정하면 컴퓨터 프로그래밍 연습을 하는 등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최적화가 덜 된 탓인지, 이 기능을 활성화하면 게임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이밖에 다른 조이와 친해지면 문자 메시지로 잡담을 걸어온다거나, 집으로 선물을 보내주는 등 다양한 상호작용도 가능하다.
'인조이'속 도시 [게임 화면 캡처]
저사양 기기서는 원활한 플레이 어려울 듯…미완성 콘텐츠 많아
'인조이'가 택한 얼리 액세스는 우선 핵심 콘텐츠만 담아 유료로 판매하고 나머지 요소는 차후에 업데이트하는 게임 출시 방식이다.
다른 산업군에 비유하면 '유료 시식회' 내지는 '선개통 후완공'에 가까운 방식이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의 아이라고 볼 수 있는 게임이지만, 멋진 어른으로 키워내겠다"는 김형준 디렉터의 작년 8월 게임스컴 간담회 발언처럼, '인조이'는 완성된 게임이 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우선 가장 큰 장벽이 최적화다. 넓은 도시에서 생활하는 수많은 '조이' 간 상호작용을 실시간으로 시뮬레이션해야 하는 장르의 특성상, 게임은 굉장히 높은 사양의 PC를 요구한다.
이 게임의 권장 사양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그래픽카드 RTX 3070Ti를 장착한 컴퓨터에서도 그래픽 옵션을 상당히 타협해야지만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이마저도 때때로 프레임률이 확 떨어지는 순간들이 많았다.
물론 게임이 '심즈 4' 같은 만화풍 그래픽이 아닌 실사풍의 고품질 그래픽을 지향하고 있고, 상호작용 가능한 변수 역시 비교할 수도 없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놀라운 수준의 최적화다.
그렇지만 권장 사양에 한참 못 미치는 컴퓨터에서는 사실상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인조이' 속 아르바이트 [게임 화면 캡처]
아직까지 미완성·미구현된 콘텐츠도 상당하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학교와 직장은 등교하거나 출근한 캐릭터가 맵에서 완전히 사라져서 퇴근할 때까지 '비활성화'된다.
그래서 게임 내에는 소방관, 경찰관, 프로그래머, 심지어 범죄 조직을 염두에 둔 듯한 '심부름 센터'까지 다양한 직업이 있지만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면 직업의 차이가 체감되지 않는다.
또 자동차를 타고 자유롭게 이동하는 기능도 게임스컴 시연 버전에서는 가능했으나, 얼리 액세스 버전에서는 그냥 지도상의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빠른 이동을 도와주는 장치일 뿐이었다. 이 역시 안정적인 게임플레이를 위해 제한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인조이'는 플레이어에게 어떤 명시적인 목표도 제공하지 않는데, 이는 미완성된 콘텐츠와 겹쳐 계속해서 플레이할 동기를 잃게 만드는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글로벌 이용자들의 높은 기대감을 안고 다소 미숙한 첫발을 뗀 '인조이'의 성패는 제작진이 약속한 빠른 콘텐츠 추가와 업데이트 여부가 가를 것으로 보인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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