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항생 물질을 생성하는 치명적인 박테리아는 동료 박테리아들을 공격해 사멸시킨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람의 건강에 치명적인 박테리아가 스스로 항균성 물질을 만들어내 동일 계열의 박테리아들을 제거하고 혼자 영양분을 독차지하며 생존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박테리아 감염을 치료하는 방법을 찾는 데 새로운 영감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리아 반 타인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 교수 연구팀은 ‘반코마이신 내성 장내구균’이 항균성 물질을 생성해 동료들을 사멸시킨다는 점을 확인하고 연구 결과를 2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미생물학’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역 병원 데이터를 조사해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박테리아는 스스로 항균성 물질을 만들어 이를 무기 삼아 같은 계열의 박테리아들을 제거하고 지배적인 균주 자리를 차지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박테리아가 항균성 물질을 만들어 지배 균주가 되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우선 ‘의료 관련 감염 위한 강화 감지 시스템(EDS-HAT)’이라는 병원 시스템을 살폈다. EDS-HAT는 입원 환자의 유전적 감염 징후를 분석해 임상의가 실시간으로 감염을 막는 개입을 시도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연구팀은 이 시스템이 박테리아의 진화에 대해 학습할 수 있는 정보 보고이기도 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대표적인 항생제 중 하나인 반코마이신에 내성이 있는 반코아이신 내성 장내구균(VREfm)에 집중해 연구를 진행했다. VREfm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감염병의 주요 원인균 중 하나로 특히 고령층과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 등에서 사망을 초래할 수 있는 치명적인 박테리아다.
연구팀은 EDS-HAT에 포함된 입원 환자 710명의 VREfm 감염 샘플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17년에는 약 8개의 VREfm 계열이 고르게 감염을 일으켰던 반면 2018년에는 새롭게 등장한 2개의 VREfm 균주가 VREfm의 다양성을 줄이고 우세 균주로 자리했다. 또 2022년 말에는 VREfm 감염 환자 5명 중 4명이 우세 균주에 감염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한 두 종류의 VREfm 균주는 동일 계열의 다른 박테리아를 죽이거나 억제하는 항균 물질인 ‘박테리오신’을 생산하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다른 균주들을 파괴하고 활동 영역을 넓히면서 더 많은 영양분을 획득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이 전 세계 다른 곳에서도 일어나는지 궁금했다. 연구팀은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2002~2022년 전 세계에서 수집된 1만5000개 이상의 VREfm 유전체를 보유한 자료관을 통해 다른 나라에서도 우세 균주가 동료를 죽이고 영양분을 차지하는 시나리오를 따르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VREfm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있다”며 “단일 표적만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치료법 설계 길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doi.org/10.1038/s41564-025-01958-0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