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미네이터 2’의 액체 로봇이 철창을 통과하는 장면(왼쪽)과 연구팀이 개발한 액체 로봇이 철창 구조를 통과해 외부 물질을 포획하는 모습. 서울대 제공.
살아있는 세포처럼 자유롭게 변형이 일어나고 분리·합체할 수 있는 액체 로봇이 개발됐다. 몸속에서 약물을 전달하는 바이오메디컬 분야 등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 공대는 김호영 기계공학부 교수와 선정윤 재료공학부 교수, 박근환 가천대 기계·스마트·산업공학부 교수 공동 연구팀이 액체 기반의 차세대 소프트 로봇을 개발하고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21일 발표했다고 24일 밝혔다.
과학자들은 생체 세포의 독특한 능력을 인공 시스템으로 구현하려는 연구를 지속해왔다. 생체 세포는 자유롭게 변형이 일어나고 분열·융합하며 이물질을 포획하는 특성이 있다. 고체 기반 로봇이 세포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모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고체 로봇의 제약을 넘기 위해 알갱이들로 둘러싸인 액체 로봇(Particle-armored liquid robot)을 개발했다. 이 차세대 소프트 로봇은 물을 싫어하는 소수성을 띤 알갱이가 액체 방울을 감싼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액체의 뛰어난 변형성과 고체의 구조적 안정성을 모두 가진 로봇이다. 심한 압박을 받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깨지지 않고 물방울처럼 원래 모습으로 복원될 수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로봇은 영화 ‘터미네이터2’에 등장하는 액체 로봇 ‘T1000’처럼 철창을 통과할 수 있고 외부 물질을 포획해 내부로 흡수·운반할 수 있다. 여러 개의 로봇이 결합할 수 있으며 수면과 지면 위를 자유롭게 오갈 수도 있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액체 로봇이 연속적으로 여러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초음파를 이용해 이 로봇을 원하는 속도로 이동시키는 기술도 개발했다.
연구팀은 개발한 로봇이 인체 내 표적으로 이동해 약물을 전달하거나 치료하는 등 바이오메디컬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좁은 틈새를 통과할 수 있다는 강점을 활용해 복잡한 기계 내부, 지형지물 사이, 재난 지역 등에서 탐색, 세정, 장애물 제거, 영양분 공급 등의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평가했다.
논문 제1저자인 전효빈 연구원은 "액체 로봇 개발을 시작할 때 처음에는 둥근 물방울을 입자로 감싸는 방법을 생각했다“며 ”이후 발상을 전환해 표면적이 훨씬 큰 각얼음을 입자로 감싼 후 녹이는 방법을 실현해 로봇의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교신저자인 김호영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음파나 전기장을 사용해 액체 로봇의 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선정윤 교수는 "액체 로봇이 향후 산업 현장에서 보다 널리 활용되도록 재료의 기능성을 더 높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참고 자료>
doi.org/10.1126/sciadv.adt5888
(왼쪽부터) 전효빈 서울대 기계공학부 연구원, 박근환 가천대 기계·스마트·산업공학부 교수, 선정윤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김호영 기계공학부 교수. 서울대 제공.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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