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럴링크의 첫 임상시험 참가자인 놀란드 아르보 씨. 과학동아 제공.
뇌 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개발한 컴퓨터 칩을 뇌에 이식받은 첫 환자가 1년째 '생각만으로' 체스 등 각종 게임을 즐기며 새 삶을 살고 있다.
영국 BBC는 23일(현지시간) 뉴럴링크의 첫 임상시험 대상자인 놀런드 아르보 씨의 근황을 소개했다. 임상시험이 진행된 지 약 1년 2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6월 동아사이언스 '과학동아'는 국내 최초로 아르보 씨를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뉴럴링크는 테슬라,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의 또 다른 창업기업이다. 뉴럴링크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을 개발한다. BCI는 칩의 형태로 만든 장치로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첨단 기술이다.
뉴럴링크는 지름이 23mm, 높이가 8mm인 'N1 임플란트 칩'을 뇌에 삽입해 뇌파를 측정하고 이를 통해 컴퓨터를 작동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아르보 씨는 다이빙 사고로 어깨 아래 모든 신체가 마비된 지 8년 만이던 2024년 1월 뉴럴링크의 BCI 칩을 뇌에 이식받았다. 뉴럴링크의 첫 번째 뇌 임플란트 사례였다. 같은 해 3월 뉴럴링크는 아르보 씨가 휠체어에 앉아 손발은 그대로 둔 채 노트북 스크린의 마우스 커서를 조작해 체스를 두는 영상을 공개했다. BCI 장치를 두개골에 이식해 미세한 전극을 통해 신경세포(뉴런)와 신호를 주고받음으로써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BBC가 소개한 근황에 따르면 아르보 씨는 수술 1년이 지나면서 칩을 통한 조작 능력이 향상됐다고 전했다. 그는 "나는 사고 이후 포기해야 했던 게임을 하면서 성장했다"며 "이제는 게임으로 친구들을 꺾기도 한다. 불가능했던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아르보 씨는 앞으로 이 장치를 통해 휠체어나 휴머노이드 로봇까지도 조작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아르보 씨는 처음 수술받기로 결심했을 때를 떠올리며 "잘 되든 안 되든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었다"며 "만약 모든 것이 잘 된다면 뉴럴링크의 참여자로서 도움이 될 것이고 끔찍한 일이 벌어지더라도 그것을 통해 배울 점이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럴링크의 첫 임상시험에서는 예상치 못한 문제도 발견됐다. 수술을 받은 지 몇 주 뒤부터 뇌에 삽입한 칩이 읽어내는 뇌파가 줄어들며 마우스 커서 제어 속도가 크게 감소한 것이다. N1 임플란트 칩은 64가닥의 실이 붙어 있고 실에 뇌파를 읽는 전극이 달려있다. 수술 이후 시간이 경과하며 칩의 실 부분이 뇌 바깥으로 빠져나온 것이다.
아르보 씨는 "정말 속상했다"면서 "다시 뉴럴링크를 사용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뉴럴링크는 칩이 뇌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알고리즘을 수정하고 움직인 위치에서 뇌파를 재인식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선했다.
아르보 씨의 경우 6년간 뉴럴링크의 실험에 참여하기로 동의했기 때문에 그 이후의 삶은 불확실하다. BCI 기술은 인간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애닐 세스 영국 서섹스대 신경과학 교수는 BBC에 "두뇌의 활동을 추출한다는 것은 우리의 행동만이 아니라 생각, 믿음, 감정까지도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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