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년 칠레에 완공 예정 ‘초대형 망원경’
시뮬레이션 결과 외계행성 대기 신속 분석
물·산소 등 포착…현재 기술로는 수년 소요
2029년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들어설 ‘초대형 망원경(ELT)’ 상상도. 유럽남방천문대(ESO) 제공
2029년 칠레 사막에서 가동될 고성능 지상 천체망원경인 ‘초대형 망원경(ELT)’을 이용하면 외계 생명체 탐색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ELT는 특정 외계 행성에서 물과 이산화탄소, 산소 등의 존재 여부를 단 10시간 만에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미국 과학전문지 피스오알지(Phys.org)는 24일(현지시간) 워싱턴대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 과학자를 주축으로 한 공동 연구진이 현재 구축 중인 ELT의 관측 능력을 예측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했다고 전했다. 분석 결과는 논문 사전공개사이트 ‘아카이브’에 실렸다.
ELT는 유럽남방천문대가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짓고 있는 거대 천체 망원경으로, 완공 예정 시점은 2029년이다. 가장 큰 특징은 내부에 장착될 거울 크기다. 지름이 무려 39m다. 지상 망원경에 장착된 거울로서는 세계 최대 크기다.
거울이 클수록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빛을 많이 모을 수 있다. 관측 능력이 좋아진다는 뜻이다. 실제로 ELT의 관측 능력은 허블우주망원경의 16배에 이를 것으로 우주과학계는 보고 있다.
연구진은 ELT로 태양계 밖 외계 행성의 대기 구성 물질을 정확히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과 이산화탄소, 산소 등이 대기에 섞여 있는지를 간파한다는 뜻이다. 지구와 비슷한 대기를 가진 행성이 포착된다면 강력한 생명체 서식 후보가 된다.
연구진은 ELT가 정말 이런 능력을 갖출 수 있을지를 미리 시뮬레이션을 돌려 알아본 것이다. 지구에서 약 4광년 떨어진 외계 행성인 ‘프록시마 센타우리b’ 행성 대기를 ELT로 분석한다는 가정을 했더니 10시간 만에 대기 분석이 끝난다는 결과가 나왔다.
현재는 외계 행성의 대기 관찰과 분석에 최대 수년이 걸린다. 멀리 떨어진 외계 행성의 얇고 희미한 대기를 분석하는 일이 쉽지 않아서다. 2021년 NASA가 발사한 최신 우주망원경 ‘제임스 웹 망원경’을 써도 이렇게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일을 피하기 어렵다. ELT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ELT에는 지구 대기를 뚫고 지상으로 쏟아지는 별빛이 난기류를 만나도 흔들려 보이지 않도록 보정하는 특수 기술이 들어가 있다. 지상 망원경의 가장 큰 약점이 지구 대기에 의한 별빛 왜곡인데, 이를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ELT로 태양계 근처의 여러 외계 행성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생명체 거주 가능성을 세밀하게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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