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 투과하는 레이더로 지하 빈 공간
위성 영상 분석해 지반 침하 감식
주요 원인인 노후 하수관 보강 방법도 있어
25일 서울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발생한 땅꺼짐(싱크홀) 사고 현장의 모습./뉴스1
지난 24일 서울 강동구에서 지름과 깊이 20m 규모의 대형 땅꺼짐(싱크홀)이 발생했다. 사고 당시 해당 지점을 지나던 3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추락했고, 이튿날인 25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순식간에 발생한 사고는 평범한 일상을 참사로 바꿨다.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싱크홀은 사실 드문 현상이 아니다. 국토교통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에서 싱크홀은 2018~2024년까지 평균 1.9일에 한 번꼴로 발생했다. 2018년에는 한 해에만 무려 333건이 보고됐고, 올해도 이미 9건이 발생했다.
싱크홀 피해를 예방하려면 미리 지하의 빈 공간을 찾거나 지반의 미세한 움직임을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표를 투과하는 레이더부터 인공위성 영상까지 동원하고 있다. 노후 하수관을 보강하는 신공법을 개발해 싱크홀을 원천 차단하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싱크홀의 원인은 도시 지하에 있다. 국내에서 발생한 싱크홀 1346건 가운데 약 53%인 716건은 상하수관 손상에 의한 현상이었다. 터파기 후 토사를 메워 원상복구하는 작업인 되메우기 불량이 244건, 공사 부실이 162건으로 조사됐다. 상하수도에서 새어나온 물로 지반이 침식했거나 부실 공사로 빈 공간이 생긴 상태에서 지면이 붕괴하는 것이다.
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의 모습./Pixabay
대표적인 싱크홀 탐지 기술은 지표투과레이더(GPR)다. GPR은 전자파로 지하에 비어있는 빈 공간인 동공(空洞)을 파악하는 비파괴 방식으로, 직접 땅을 파볼 수 없는 도심 지역에서 많이 쓰인다. 하지만 이 기술에도 한계는 있다. 빈 공간이 깊은 곳에 있으면 찾을 수 없다.
류동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GPR은 공동을 탐지하는 가장 상용화된 기술이지만, 2m 이상의 깊이에는 탐지에 제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3개월 전인 5월 GPR 탐사에서 아무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던 곳이었다.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유충식 성균관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인공위성이 찍은 영상을 활용한 간섭 합성개구레이더(InSAR) 기법을 연구하고 있다. 위성이 같은 지점을 시차를 두고 여러 차례 촬영하고, 그 사이의 미세한 변화를 분석해 밀리미터(㎜) 단위 지반 침하를 감지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인천국제공항 4단계 공사 구간에 InSAR 기법을 적용한 결과, 연간 15㎜의 침하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으며 누적 최대 130㎜의 침하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다.
연성관 보강라이닝 공법을 활용한 하수관로 보수 과정의 개념도./한국건설기술연구원
지반 침하가 발생하기 전에 원인을 제거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올해 1월 낡고 약해진 하수관을 파내지 않고도 튼튼하게 보강할 수 있는 ‘연성관 보강라이닝 공법’을 개발했다. 기존 하수관 안에 얇고 유연한 보호대를 덧대는 방식이다. 싱크홀 원인의 절반 이상인 상하수관 손상인 만큼 실제 기술이 개발되면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도 하수관 안에 보호대를 덧대는 공법이 있었지만, 딱딱한 콘크리트관에만 효과가 있었다. 폴리에틸렌이나 폴리염화비닐 등 연성관에는 잘 붙지 않아 틈이 생기기 쉬웠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아크릴 섬유 보강재를 사용해 잘 구부러지고 찢어지지 않으며, 두께는 절반으로 줄이고 밀착력은 높였다.
아크릴 섬유 보호막은 하수관에서 흙이 빠져나오는 걸 막아 땅 밑에 공간이 생기는 걸 차단해 준다. 유성수 건설연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자주 발생하는 싱크홀은 대부분 하수관 상부에서 발생한다”며 “이 공법을 활용하면 오래된 하수관 탓에 발생할 수 있는 싱크홀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참고 자료
한국지반신소재학회논문집(2022), DOI: https://doi.org/10.12814/jkgss.2022.21.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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