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체육계에서는 전문 선수를 육성하는 이른바 ‘엘리트 체육’의 위기감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거 박근혜 정부시절 비선 실세의 딸과 연관된 사건이 이슈가 돼 촉발된 체육계 문제는 끊임없이 정치권과 국민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으로 작용하면서 위축되고 있다.
체육계에 대한 변화와 개혁의 요구가 봇물처럼 이어지고, 국위선양에 앞장선 체육인들의 명예는 땅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작금의 상황에 대해 개인과 국가의 명예를 위해 청춘을 불사르며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체육인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한국올림픽성화회는 국가대표선수회와 더불어 경기인 출신들의 모임이다. 특히 올림픽성화회는 경기인 출신 대학교수들이 모여 만든 지식인 단체로 한국 스포츠 발전의 방향타 역할을 하며 20년을 이어왔다. 올림픽성화회 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여성 회장이 된 14대 조규청 한신대 특수체육학과 교수는 체조 선수 출신으로, 전문체육과 생활체육, 장애인체육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지식과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다. 작은 체구에도 남성을 능가하는 강단과 추진력으로 대한민국 체육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는 조규청 회장을 만나 올림픽성화회와 한국체육의 미래 청사진을 들어봤다.
조규청 한국올림픽성화회 회장이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림픽 성화회와 한국체육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홍기웅기자
Q. 창립 20주년을 앞둔 한국올림픽성화회는 어떤 단체인가.
A. 1996년 경기인 출신 교수들이 설립한 단체다. 대한민국 제2의 건국이라는 88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계기로 전문체육의 발전을 위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며 대외적으로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드높인 영웅들의 업적을 기리고 계승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한국올림픽성화회는 대한민국 스포츠의 명예 회복·유지는 물론, 국민의 스포츠 활동을 통한 건강문화를 기반으로 행복한 삶 향유의 주도적 역할을 실현하고자 한다. 시대가 요구하는 각종 스포츠 현안을 가장 냉철하게 대처해 그 해답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Q. 올림픽성화회 첫 여성 회장으로 취임한 지 1년여가 지났는데 소회는.
A. 선진화 시대에 새삼스럽게 여성이라는 존재를 논한다는 것이 너무 식상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신체적 기술과 선천적 기능을 다루는 스포츠의 특성상, 남성이 아닌 여성이 회장을 맡았다는 사실에 대한 작은 관심의 발로가 이슈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편견이 뒤따른다는 것에 큰 무게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기에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과제들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문체육의 외향적 발전 문제를 초월해 비인기 종목에 대한 관심과 지원, 종목별·지역 간 발전 불균형 해소, 향후 전문체육 정책 방향 등을 위한 역할에 만전을 기하고자 한다. 여성만의 섬세함과 예리함으로 기대에 부응하도록, 속도가 아닌 방향 설정에 그 무게감을 두고 해답을 찾으려 한다.
Q. 취임 당시 전문체육의 비전을 위한 다각적인 연구와 재정적 지원을 천명했는데 그동안의 성과는.
A. 올림픽성화회의 특징은 전문체육 출신 경기인 출신 교수들이 모인 단체이기에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현장과 직접적으로 교육사업을 실행할 수 있다. 이론은 물론 실기까지 겸비한 전문 자질을 함양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스포츠 기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전문체육의 지원이 될 학교체육 활성화와 종목 특성을 살린 종목별 지역 선정과 재정지원 방안은 시급한 상황이다. 그 해결책의 장기 플랜은 국가 기관에서 행하겠지만, 우리 올림픽성화회 임원들은 집단의 장점을 살려 좀 더 디테일하고 전문적이고 실천적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에 후배들의 발전을 위한 다각적인 연구와 재정적 지원을 위한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회장 임기가 2년이다. 취임 후 열심히 뛰어다녔지만 솔직히 진행 과정에서 시일이 너무 오래 걸려 임기 내 성과를 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올림픽성화회 정관 내규 규정으로 별도의 사업 운영에 대한 기관을 둬 수익 창출과 재정 운용을 담당할 부속기관의 필요성을 느껴 자문을 구하는 중이다. 이러한 것들이 실행된다면 다음 회장은 보다 활기차고 자신감 넘치는 활동을 전개할 수 있으리라 본다.
Q. 회장께서는 선수와 심판 등을 거쳤다. 최근 전문체육 위기 의식이 강한데.
A. 근래 들어 전문체육의 위기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 저변에는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의 감소가 표면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선수 수급의 난항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가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리고 언택트(Untact) 온라인 시대의 특성과 입시 위주 교육 현장에서 신체를 움직이는 행태의 부재가 스포츠 활동 미비로 이어져 전문체육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해 파리 올림픽 선수단 규모가 크게 축소돼 출전한 것이 이러한 현실을 대변해 준다.
전문체육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저변 확대를 위해 먼저 생활체육 활성화와 학교 운동부를 활성화시키고 재정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유소년·청소년 선수의 전국대회 출전 회수 제한 조정이 필요하다. 지방 교육청과의 선수 책임 문제에 대한 효율적 조정도 요구된다.
이와 함께 선수촌의 운영 변화와 운동시간에 대한 효율적 정책 논의, 전문체육 발전의 원천적 기반인 스포츠클럽 확대·지원이 절실하다. 전문 선수의 사회적 보장·경제 지원 확대, 정부의 스포츠정책 기관에 경기인 출신 전문가 등용 등 정책 변화와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 조규청 한국올림픽성화회 회장이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림픽 성화회와 한국체육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홍기웅기자
Q. 학자로서 그동안 많은 논문을 썼다. 어떤 연구에 주안점을 뒀는지.
A. 모태신앙으로 어려서부터 교회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학문적 소양 또한 기독교 문화 키워드로 체육 석사논문을 작성했다. 그 후 성향을 접목한 선택으로 고교 미션스쿨에서 교사 생활을 하면서 기독교 문화예술 내용의 연구에 매진했다. 1997년 크리스찬 에어로빅을 창안해 기독교 TV에 7개월(25개 작품 안무) 동안 출연했다. 지속적인 논문 기술을 연계하던 중 ‘예수 찬양 댄스’로 상표 특허를 내고, 기독교 전문 학회지와 체육학회 등에 3개의 논문을 게재했다.
박사학위를 보건과학대학 재활과학을 전공하면서 ‘시니어 움직임 재활’의 내용으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크리스찬 건강 재활’ 저서를 집필할 예정이다. 저의 대부분 논문은 질적 연구의 형태를 띠고 있고 SCI 및 KCI 75편의 논문과 20편의 저서를 게재, 편찬했다. 2014년 대한체육회 체육상 연구부문 최우수상과 2019년 한국올림픽성화회 연구상을 받았다. 퇴임 후에도 새로운 이론을 창안하는 연구를 계속할 생각이다.
Q. 회장께서는 석사학위 두 개와 박사학위 세 개를 취득한 독특한 이력의 학구파 체육인인데 이유가 있나.
A. 결론부터 말한다면 늘 부족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학부 외에는 목적 달성을 위해 학위과정을 들어간 적이 없다. 무용학과 진학 전에 초등학교부터 기계체조 선수 활동을 했었지만, 운동 상해가 빈번하면서 가족의 반대로 선수 생활을 접었다. 학부 시절 석사과정 입학 자체가 실력을 인정받는 지름길이었던 현실에 도전하고자 본격적인 학자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미션스쿨 고등학교 교사로 부임한 후 신학 연구에 관심을 가지게 돼 신학대학원에 진학해 석사과정을 하게 됐고, 교직에 종사하다 보니 보다 효율적인 가르침을 위해 교육학 박사를 취득하게 됐다. 전문대로 옮기면서 전공의 부족함을 인식해 국립대학 체육학과에 입학, 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4년제 대학에 근무하면서 재활 전공에 관심을 가져 재활과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따게 된 것이다. 앞으로도 연구할 학문이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또 도전할 생각이다.
Q. 현장에서의 많은 경험과 교육자 입장에서 한국 체육과 체육정책에 대해 조언한다면.
A. 한국 체육정책의 문제점은 아직도 부족한 생활체육에서 이어지는 전문체육의 축소다. 그리고 체육시설 낙후와 행정적인 지원이 저조해 스포츠 산업이 시대적 환경에 못 미치고 있다. 또한 선수·지도자 불공정 선발, 갑질 문제, 입시 비리, 편파 판정, 승부조작, 인격적 폭력, 금품 수수, 부정 청탁 등 부패로 인해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러한 현실 타개를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불평등 없이 체육활동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 조성의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 연령별·수준별·목적별로 맞춤형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그리고 국민 영웅인 스포츠 스타들이 세계 무대에서 대한민국 위상을 드높일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더불어 스포츠 산업의 규모를 확장시켜 스포츠 현장의 자립 기반을 높여야 한다.
Q. 올해 올림픽성화회의 운영 방안과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소개해 달라.
A. 스포츠 각 기관과 학회들에서 다소 부족할 수도 있는 영역을 교수 집단인 우리 올림픽성화회에서 현장을 직접 경험한 전문 기능을 바탕으로 이상적인 이론을 발제하고 학술적 논리를 위한 지속적인 연구를 할 계획이다. 특히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의 전문성 확립을 위한 연계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주력하겠다. 그 일환으로 선진국다운 정성적 평가를 기점으로 한 즐겁게 스포츠를 행할 수 있는 문화를 확대시킴으로써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의 선순환적 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또한 인기 종목과 지역적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기반과 재정적 운영 방법을 제시하는 기관으로 성장하겠다. 전문체육의 중장기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정부 정책에 명확한 질의와 냉철한 평가를 시행하는 단체가 되겠다. ‘지닌 스포츠인, 갖춘 스포츠인, 이루는 스포츠인’의 슬로건 달성으로 스포츠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한국올림픽성화회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