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이시아 국적의 선원 수기안토씨가 화마가 지나간 주택 앞에서 당시 급박했던 순간을 떠올리고 있다./뉴스1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영덕군 한 마을로 번지자, 인도네시아 국적의 외국인 선원이 어촌 계장과 함께 직접 뛰어다니며 수십 명의 마을 주민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31일 뉴스1에 따르면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한 산불이 지난 25일 오후 강풍을 타고 영덕군 축산면 등 해안 마을을 덮칠 때 수기안토(31)씨는 마을 어촌 계장 유명신씨와 함께 주민 대피에 나섰다.
밤 11시쯤 두 사람은 몸이 불편한 마을 주민들을 먼저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기 위해 집집마다 뛰어다니며 불이 났다는 소식을 알렸다. 수기안토씨는 “할머니, 산에 불이 났어요, 빨리 대피해야 해요”라고 외치며 잠이 든 주민들을 깨웠다.
두 사람은 주민들을 업고 약 300m 정도 떨어진 마을 앞 방파제까지 뛰어갔다. 마을은 특성상 해안 비탈길에 집들이 모여 있어 노약자들이 빠르게 대피하기 쉽지 않은 곳이었다.
90대 마을 주민은 “자가(수기안토) 없었으면 우린 다 죽었을 거다. 텔레비전을 보다 잠이 들었는데 밖에서 불이 났다는 고함에 일었나 문밖을 보니 수기안토가 와 있었고 등에 업혀 집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인도네시아 국적의 수기안토(오른쪽)씨가 산불이 휩쓸고 간 경북 영덕군 축산면 경정 3리에서 불에 탄 집 앞에서 당시 급박했던 순간 등을 설명하고 있다./뉴스1
수기안토씨는 “사장님(어촌 계장)하고 당시 얼마나 뛰어다녔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빨리빨리’라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할머니들을 업고 언덕길을 내려왔는데 불이 바로 앞 가게에 붙은 것을 보고 겁이 났다”고 했다.
8년 전 취업 비자로 입국해 선원으로 일하고 있는 수키안토씨는 고국인 인도네시아에 다섯 살 아들과 부인이 있다고 한다. 주민들과 한국말로도 소통이 가능하다. 그는 “한국이 너무 좋다. 특히 마을 주민들이 가족 같다”며 “3년 후에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고향에 있는 부인에게 자랑스럽다는 전화를 받았다. 산불로 다친 사람이 없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경정3리에는 약 80가구에 60여 주민이 살고 있다. 수기안토 씨 등의 도움으로 주민들은 모두 방파제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수기안토와 어촌계장 등이 없었으면 아마도 큰일 당했을 것이다. 저렇게 훌륭하고 믿음직한 청년과 함께 일하고 계속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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