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31일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주최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동계올림픽 대비 동계 종목 협력 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동계올림픽 대비 동계 종목 협력 회의'가 열린 3월 3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유인촌 장관, 장미란 제2차관, 강수상 체육국장 등 문체부 관계자와 빙상, 스키, 스노보드, 바이애슬론, 봅슬레이·스켈레톤, 루지, 컬링, 산악 스키 등 7개 동계 종목 단체장과 지도자 등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 2월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에서 거둔 종합 2위에 이어 내년 동계올림픽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내기 위해 현장 목소리를 듣고 필요한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일단 각 종목 단체장, 지도자들은 애로 및 건의 사항을 문체부에 전달했다.
일단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에서 경기장에 출입할 수 있는 AD 카드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스키, 스노보드, 빙상 등 관계자들은 "AD 카드가 없어 의무 트레이너 등이 부상 등 선수들을 제대로 보살필 수 없다"면서 "아시안게임 당시 스키는 하얼빈 바깥에 베이스 캠프를 만들고 방문자 패스를 신청해서 들어갔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전폭적인 지원도 요청했다. 효자 종목인 쇼트트랙 윤재명 대표팀 감독은 "훈련 파트너가 중요한데 특히 여자 선수들은 남자 대학 선수들과 훈련하면 효과가 크다"면서 "장기적으로 꾸준히 합동 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역도 선수 출신인 장미란 차관은 "여자 선수들의 경우 남자 선수들과 훈련하면 효과가 크다"고 힘을 실어줬다.
윤 감독은 또 "하계올림픽의 경우 파리 대회 당시 전지 훈련이 큰 효과를 봤는데 동계 종목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스피드 스케이팅 대표팀에서도 "사이클 훈련이 세계적 추세인데 안전한 실내 바이크 훈련을 위한 장비는 태릉빙상장에 7대뿐이어서 선수 20명이 하려면 부족하다"면서 "시설도 노후해서 파손에 대한 보수 유지가 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문체부 장미란 제2차관(왼쪽)과 유인촌 장관. 문체부
비인기 종목에 대한 지원 요청도 나왔다. 대한바이애슬론연맹 이혁렬 회장은 "연임을 하게 됐는데 회장 5년 동안 동계 종목 간담회는 처음"이라고 운을 떼면서 "스스로 비인지 종목이라 얘기하는데 절름발이 스포츠가 될 수는 없고 동계 종목도 발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하계 종목에 비해 관심이 떨어졌는데 그럴수록 정부에서 지원을 해줘야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국군체육부대의 동계 종목 부활 요청도 건의됐다. 한 관계자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일시적으로 운용했던 국군체육부대 군 복무 지원이 큰 효과를 봤는데 지금은 없다"면서 "다시 지원이 되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논의된 내용이 비단 내년 올림픽을 앞두고 불거진 문제는 아니다. 예전부터 꾸준히 제기된 부분인데 단시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 장관은 "AD 카드는 나라마다 정해져 있는데 선수단 규모에 따라서 결국은 더 나가고 덜 나가고 하는 문제"라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더 많은 배정을 받도록 하는 거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번 하얼빈아시안게임 때도 문제가 있었는데 너무 구획을 많이 갈라놨더라"면서 "AD 카드 문제는 체육회와 얘기를 잘 해서 우선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예산도 한정돼 있어 최대한 필요한 곳에 배분하겠다는 의견이다. 강수상 국장은 해외 전지 훈련 확대 등 요청에 대해 "내년 올림픽에 156억 원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20억 원은 돌려서라도 준비했고 논의도 진행 중"이라면서 "해외 훈련에 7~10억 원 정도 수요가 있고 나머지는 106억 원 시설 예산"이라고 정리했다. 이어 "내년 예산에 반영하고, 다음 올림픽 이전에 가능하도록 준비하겠다"고 답했다.'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동계올림픽 대비 동계 종목 협력 회의' 모습. 문체부
우선 올해 동계 종목 경기력 향상에 단기적,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훈련, 장비 구입, 정보 수집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시설 건립과 선수촌 개보수와 같은 장기적 지원은 2026년 예산 반영을 통해 순차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김택수 신임 선수촌장은 "선수, 지도자로 24년 동안 선수촌 생활을 했는데 장관께서 디테일하게 소통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스포츠는 사기를 먹고 사는데 좋은 의견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포커스를 어디에 맞춰야 할지 일단 내년 동계올림픽을 1차 목표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유 장관은 "우리 선수들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동계 종목 훈련 여건 등을 개선하고 종목 관계자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충분히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부족한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면서 "그럴 경우 각 단체 회장단도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종목의 애로 사항을 청취한 유 장관 등 문체부 관계자들은 이날 곧바로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워낙 많은 예산이 들고, 국방부 등 관계 기관과 복잡하게 얽혀 협의해야 할 부분이 산적한 까닭이다.
하지만 이혁렬 회장이 언급한 대로 5년 만에 처음 동계 종목의 열악한 현실을 듣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었다. 이전에는 청취조차도 없었다는 뜻이다. 그래도 이 자리에서 개선에 대한 의지는 확인할 수 있었다. 유 장관은 "향후 동계올림픽에 앞서 2~3번 이런 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