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파면 여부를 오는 4일 오전 11시 생중계로 결론 내겠다고 헌법재판소가 1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14일 탄핵소추 후 111일만으로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기간인 63·91일을 넘어선 역대 최장 숙고 끝 결론이다. 이날 결정에 따라 헌정사 두 번째 대통령 탄핵이냐, 윤 대통령 복귀냐 여부가 가려진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밤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보했다. YT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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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일 최장 숙의 끝 결론…마은혁 없이 8인 선고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당초 전망한 3월 초·중순 선고가 전망됐다. 헌재가 탄핵심판 초기부터 “최우선 심리” 입장을 밝히고 주 2회씩 변론 진행 후 지난 2월 25일 종결하면서 신속 선고 예측이 우세했다. 노·박 전 대통령 사건 결론이 변론종결 후 14·11일 후 나왔다는 전례에 비춰 윤 대통령 결론 역시 최장 2주 안에 나올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헌재가 예측을 넘어 결국 4월까지 넘어가자 법조계에선 “헌재 내부의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탄핵소추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현 재판관 8인 체제에서 초기 “8 대 0 전원일치 인용(파면)”을 주장해왔지만, 숙고가 길어지면서 재판관 내부에 기각 또는 각하 의견이 나온 것 아니냐는 추측이 커졌다.
최근엔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합류 여부가 최대 관건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4일 탄핵심판이 기각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탄핵 추진까지 시사하며 마 후보자 임명을 거세게 요구했다. 이런 모습을 토대로 “마 후보자 임명 여부에 인용 여부가 갈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었고 이른바 5(인용) 대 3(기각 또는 각하) 교착설까지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 더불어민주당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선 “헌재가 마 후보자를 기다리느라 선고 기일 지정을 못 정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결국 헌재는 마 후보자 없이 8인 체제로 가기로 했다. 4월 18일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후임 없이 퇴임하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며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 모두 차분히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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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다섯 가지…‘중대한 법 위반’ 여부 결론
대통령 파면 여부를 가를 쟁점은 ▶12·3 비상계엄 선포의 실체·절차적 위헌 ▶포고령 1호 위헌 ▶군대·경찰 동원 국회 봉쇄·진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정치인·법관 체포 지시 등 다섯 가지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의결할 당시에는 형법상 내란죄도 소추 사유였으나 국회 측이 변론 초기 철회했다.
지난 11차례 변론 과정에선 양측이 팽팽히 맞섰다. 국회 측은 계엄 선포 조건인 ‘전시·사변 또는 국가비상사태’가 없었음에도 선포해 위헌이라고 한 반면, 윤 대통령은 직접 변론에 출석해 “계엄 선포 이유는 국회의 망국적 독재로 나라가 위기에 빠졌으니 주권자가 직접 나서달라는 호소였다”고 주장했다.
또 “계엄 전 국무회의가 절차·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국회 측 주장과 “비상계엄을 위한 국무회의를 정례·주례 국무회의처럼 할 수는 없다”는 윤 대통령 주장이 엇갈렸다. 아울러 “계엄군의 국회 진입은 폭동”이라는 국회 측 주장과 “의원과 직원 출입을 막지 않았고, 국회 (계엄해제요구안) 의결도 전혀 방해하지 않았다”는 윤 대통령 의견이 엇갈렸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지난달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마은혁 헌법재판관 추가 임명에 반대하는 단식농성에 돌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재가 다섯 가지 쟁점 중 하나라도 ‘중대한 위헌·위법’이라고 의견을 모을 경우 윤 대통령은 파면된다. 헌재는 노 전 대통령 사건 때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게 헌법 수호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해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잃은 경우 파면할 수 있다고 했고 박 전 대통령 사건 땐 ▶대통령의 헌법수호 의지를 기준으로 제시했다.
또 이날 결정은 12·3 계엄 후 122일 만에 나오는 첫 사법적 결론이기도 하다. 헌재가 계엄이 위헌·위법이라고 판단할 경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대통령뿐 아니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여러 인물의 내란 관련 형사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법리적 판단을 넘어 절차적인 문제를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지난달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윤 대통령 구속을 취소하며 절차적 적법성을 강조한 것이 최대 변수다. 이날 이후 윤 대통령 지지층과 국민의힘에선 “각하 가능성이 종전보다 훨씬 더 커졌다”(주진우 의원)고 주장하며 적법 절차를 강조했다.
아울러 변론 때 “윤 대통령이 국회 안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했다”고 증언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국회의원ㆍ법관 등 체포조 운용을 증언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진술 신빙성 논란이 변론종결 후에도 계속돼 보수 진영은 “사기 탄핵”이라고 주장했다. 애초 오염된 증언으로 국회 표결을 했으니 소추 자체가 부적법하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둔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여야 의원들의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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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기각·각하…어느 쪽이든 尹 운명 바뀐다
재판관 결정은 인용·기각·각하 중 하나다. 6명 이상 인용 의견을 낼 경우 윤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 두 번째 파면 대통령이 된다. 3명 이상이 기각 또는 각하 의견을 낼 경우엔 즉시 대통령직에 복귀한다. 그간 변론 과정에 출석해온 윤 대통령이 선고 날에도 출석한다면 결과가 파면이든 기각이든 심판정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신분은 달라진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둔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모습. 김경록 기자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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