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임상준 교수 분석
연평균 451건 산불 발생…매년 5.82건 증가
기후변화로 기온 상승, 강수량 감소 탓
지난 3월 25일 경북 의성군 고운사 주차장에서 바라본 주변 산들이 불타고 있다./연합뉴스
지난달 발생한 경북·경남·울산 산불은 사망자만 30명을 내면서 큰 피해를 입혔다. 산불로 소실된 주택만 3700여채에 달하고, 이재민도 3300여명이 발생했다. 산불의 규모뿐 아니라 심각한 피해까지 발생하면서 ‘괴물 산불’이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국내에서 산불이 계속 증가할 뿐만 아니라 그 시기도 빨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임상준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국제 학술지 ‘자연 재해(Natural Hazards)’에 30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산불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산불 전에 발표됐지만 논문의 분석 결과는 경북 산불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줬다.
◇산불 전성기 3월 중순으로 빨라져
연구진은 1991년부터 2020년까지 산불 발생 통계를 분석했다. 1991년부구간과 2006년부터 2020년까지의 구간을 비교해 최근 추이도 함께 분석했다.
30년간 연평균 451건의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산불 발생 건수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연구진은 산불 발생 건수가 연 평균 5.82건씩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불 발생은 4월과 5월에 집중됐다. 전체 산불 피해 면적의 80.7%가 4~5월에 발생한 산불에서 비롯됐다.
연구진은 “한국은 전체 국토 면적의 63.2%가 산림으로 덮여 있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라며 “국가 차원의 산림복구계획으로 조림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낙엽층이 두터워져 산불 위험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의성 산불 나흘째인 지난 3월 25일 오전 경북 안동시 길안면 백자리 민가 뒷산까지 산불이 번지자 한 주민이 불타는 산을 바라보고 있다./뉴스1
특히 산불 발생 전성기의 시작 기간이 최근 4월에서 3월로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과 강수량 감소로 인해 겨울과 봄철 가뭄이 길어지면서 화재 발생의 전성기가 10일 가량 빨라졌다”며 “이제는 산불 발생 전성기의 시작이 4월 초에서 3월 중순으로 앞당겨졌다”고 분석했다. 산불 발생 기간도 1991~2005년 145일에서 2006~2020년 169일로 늘었다.
해외 전문가들도 같은 견해를 밝혔다. 영국 생태환경 및 수문학센터(UKCEH)의 더글라스 켈리 박사는 사이언스미디어센터에 “한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기온 상승과 예측 불가능한 가뭄 같은 기후변화가 핵심 원인”이라며 “한국은 이번에 산불이 난 지역을 중심으로 앞으로 겨울철 가뭄이 더 잦아지고 기온 상승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자커리 캠벨-로크리 영국 에든버러대 박사도 “한국은 3~4월에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 중 하나”라며 “고온, 낮은 습도, 건조한 식생 상태, 그리고 강풍이 결합해 통제하기 어려운 산불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주 5일제 시행되자 산불 늘어…“인간 영향”
이번 경북 산불은 사람에 의해 시작됐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실화자 A(56)씨를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봉분에 있는 나뭇가지를 라이터로 태우려다가 불씨가 날리며 산불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대 연구진은 이런 식으로 사람의 실수로 발생하는 산불이 전체의 절반 정도인 49%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담배꽁초를 버리거나 농작물이나 쓰레기를 소각하다가 발생하는 산불이 많다는 것이다.
지난 3월 31일 오전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산불 발생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소방·경찰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벌이고 있다./뉴스1
주 5일제의 시행으로 주말에 야외 나들이를 다니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산불이 늘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연구진은 주말에 발생한 산불 비율이 1991~2005년에는 35%였는데, 2006~2020년에는 36.6%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2004년부터 시행된 주 5일제가 주말 산불 발생에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4월 5일 식목일은 공휴일에서 제외되면서 이날 발생한 산불은 줄었다. 1991~2005년에 식목일에 발생한 산불은 모두 331건이었는데, 2006~2020년에 식목일에 발생한 산불은 78건으로 줄었다. 식목일은 2006년 공휴일에서 해제됐다.
연구진은 “유럽이나 미국에서 발생하는 산불은 기후적인 요인이 큰데, 한국은 인간 활동이 산불의 주된 요인이라는 차이점이 있다”며 “도시 인근 지역에서 시작된 산불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라고 말했다.
◇산불 발생 지역, 길고 좁아졌다
산불이 주로 발생하는 지역에도 변화가 생겼다. 연구진은 1991~2005년에 비해 2006~2020년에는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 길고 좁아졌다고 분석했다.
산불은 경상북도에서 강원도 남부를 걸친 구역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 구역이 1991~2005년에 비해 2006~2020년에는 남북으로 16㎞ 길어지고, 반면 동서로는 76㎞ 좁아졌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1991~2020년 국내에서 산불이 발생한 지역을 분석한 자료. 빨간선에 포함된 지역은 1991~2005년에 산불이 주로 발생한 지역이고, 노란선에 포함된 지역은 2006~2020년에 산불이 주로 발생한 지역이다./임상준 교수
과거에는 충청도 일대까지 주된 산불 발생 지역에 포함됐는데, 이제는 경상북도에서 강원도 남부로 이어지는 긴 타원형 구간에 산불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에 산불이 발생하고 번진 지역도 경상북도 일대였다.
연구진은 “지난 30년간 산불의 41.1%가 강원도, 32.8%가 경상북도에서 발생했다”며 “이 지역은 산악 지형으로 진화가 어렵고, 고립된 소나무 낙엽층으로 인해 인화성이 높고, 송진 때문에 불이 빠르게 번지는 특징이 있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Natural Hazards(2025), DOI: https://doi.org/10.1007/s11069-025-07169-4
Science Media Center(2025), https://www.sciencemediacentre.org/expert-reaction-to-the-wildfires-in-south-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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