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R, 韓 무역장벽 중 하나로 '지도 데이터 반출' 규제 거론
美 빅테크 상당수 韓 망 사용료 협상했는데 또 '반경쟁적' 거론
트럼프 상호관세 앞서 발표한 터라 국내 IT업계 예의주시
일각선 '무역장벽' 앞세워 구글 이익 위한 보고서 비판 제기
[서울=뉴시스] 구글 맵스 앱 로고 (사진=구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정민 심지혜 기자 = 미국 정부가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우리나라와의 무역 장벽 주요 요소 중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규제과 망 사용료 등을 디지털 장벽으로 지목했다. 모두 구글이 우리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거나, 문제를 삼는 쟁점들이다. 특정 자국 빅테크에 목소리 만을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발간한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NTE)'에 따르면 '위치 기반 데이터'가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거론했다.
USTR은 "한국의 위치 기반 데이터 수출 제한으로 해당 데이터를 해외 사업자가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 예로 교통 업데이트, 내비게이션 길 안내 등 서비스 등 위치 기반 기능을 제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AP/뉴시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가 6일 상원 금융위원회에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2.27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기관은 "한국은 위치 기반 데이터 수출 제한을 유지하는 전 세계 유일한 시장"이라며 "위치 기반 데이터 수출에 대한 일반적인 법적 금지는 없지만 허가가 필요하다. 2024년 12월31일 기준 한국은 외국 기업에 수많은 (반출) 신청을 받았지만 지도나 기타 위치 기반 데이터 수출 허가를 승인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매년 발행된다. 특히 위치 기반 데이터 반출 제한에 대한 지적 사항은 2011년부터 미국 정부가 꾸준히 제기한 내용이다.
하지만 국내 IT업계는 미국 정부의 이번 지적을 예년과 다르게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기업에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무역 장벽이 있을 경우 각국에 상호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USTR은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전 세계 각국 불공정 무역관행을 조사해 보고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서 등을 토대로 오는 2일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를 발표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도 반출 제한을 빌미로 한국에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압박할 수 있다.
특히 구글은 1대 5000 축척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자사 해외 서버에서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최근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 구글 입장에서는 미국 정부 대응 덕분에 추진력이 더해진 상황이다.
뉴시스가 입수한 구글의 '지도 등 또는 측량용 사진의 국외반출 허가신청서'에 따르면 구글은 국토지리정보원이 발행한 1대 5000 축척의 전국 단위 국가기본도를 미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와 해외 소재 구글 데이터센터를 반출지로 지정했다.
구글은 길 찾기 기능을 수행하는 내비게이션 서버가 구축된 구글 데이터센터에 지도 데이터를 보내야 한국 지역에서도 자동차, 자전거 등 대중교통 외 길 찾기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한국 정부의 지도 반출 제한으로 국내 이용자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도 구글 맵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다.
구글은 2016년 한국 정부의 안보 우려로 반출 신청이 반려됐던 점을 고려해 한국 정부가 특정 시설에 블러(흐리게) 처리를 요청할 경우 구글이 직접 블러 처리를 시행하고 기술적 조치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와 즉각 소통할 수 있도록 구글코리아 대외협력·정책 업무 총괄 임원을 구글 지도 대외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로 지정하고 구글 본사 아태지역 대외협력·정책 총괄 부사장과 미 워싱턴에서 근무하는 지도 정책 부문 대외협력·정책 본부 총괄 부사장도 핵심 책임자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단 기술적 조치를 구현하려면 구글이 한국 정부로부터 보안시설 좌표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애플이 한국에서도 '나의 찾기' 기능을 지원한다고 1일 밝혔다. (사진=애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내 업계에서는 구글이 지도 기본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는 이유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플은 1대 2만5000 축척 지도로도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이날 iOS 업데이트를 통해 기기 추적 기능 '나의 찾기'도 도입했다. 이처럼 구글도 기술적으로 길 찾기 등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데 일부러 제한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지도 데이터 주권 측면에서도 반출을 쉽게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구글 제안은 정부가 해외 기업에 보안시설 위치를 정확히 알려주는 꼴이며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진 자산을 법인세 회피 논란에 휩싸인 해외 기업에 넘기는 것도 마땅치 않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도 데이터는 수십년간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진 자산이자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며 "국내 기업은 데이터 활용에 따른 수익을 법인세 등으로 환원하는 반면 법인세 축소 논란이 있는 해외 기업에 데이터를 내주는 건 국내 기업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USTR은 한국의 망 사용료 관련 법안에 대해서도 ‘반경쟁적’이라고 지적했다. 망 사용료는 미국에서도 지급되는 거래대가지만 USTR은 2021년 한국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된 이후 매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이같은 내용을 언급해 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넷플릭스가 컴캐스트, 버라이즌, AT&T 등 주요 인터넷 사업자(ISP)와 망 사용료 계약을 체결했다. 구글도 프랑스 오렌지텔레콤 등과 계약을 맺은 사실을 오렌지 측이 밝힌 바 있다.
심지어 한국에서도 넷플릭스, 메타, 디즈니 등 미국내 다른 콘텐츠 제공업체(CP)들은 이미 사업자간 합의를 통해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오로지 해외 빅테크 중 유일하게 구글만 망 사용료 지불 요구를 외면해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번 보고서가 미국 빅테크 중 특정 기업인 구글의 목소리만 너무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지도 데이터 문제의 경우 애플은 현재 수준에서 길찾기 서비스를 하고 있는 반면 구글만 서비스가 어렵다고 우기고 있는 상황이고, 망 사용료 문제도 이미 한국에서 상당수 빅테크들이 협상에 임했는데 구글만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며 "USTR이 디지털 무역장벽을 거론하고 있지만 사실은 구글의, 구글에 의한, 구글을 위한 보고서"라고 꼬집었다.
조대근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는 "최근 들어서는 한국 국회와 정부의 대응이 소강상태가 되면서 보고서 내용이 이전 대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지도 데이터의 경우 상대적으로 더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도 데이터의 경우 한국 정부가 계속 강경하게 나오고 있는 분야인 데다 구글 지도가 한국에서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 방점을 두고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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