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일본 도쿄에 거점 마련
히타치·소니·파나소닉 연쇄회동 주목
오테마치에 개인사무실 5월 입주 마무리
일본 전자업계 부활 사례도 벤치마킹
2012년 해체된 일본삼성, 부활 가능성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일본에 새로운 경영 거점을 마련한다. 또 주요 경영진을 이끌고 일본 도쿄와 오사카를 잇달아 방문해 현지 주요 파트너사 최고경영자(CEO)와 신년 하례회를 연다. 지난달 중국 방문에 이어 글로벌 광폭행보를 보이는 모습이다. 특히 이건희 선대회장처럼 ‘일본에서 배운다’는 경영 기조를 재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일본 도쿄에 도착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에도 일본을 약 12차례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에는 경영진과 함께 방문했다. 특히 이번 방문은 과거 이건희 선대회장도 매년 해온 전통으로, 일본 기업들의 CEO 인사가 4월 1일부로 이뤄지는 점과 맞물려 신임 경영자들과의 교류 목적이 크다는 평가다.
이번 일본 방문기간 중 이 회장은 히타치를 비롯한 일본 주요 기업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히타치 역시 최근 경영진 교체가 있었기 때문에 신임 CEO와의 인사와 함께 향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히타치는 지난해 말 경영진 교체를 알렸고, 소니는 7년 만에 CEO가 바뀌었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일본에서 개인 사무 공간을 새로 마련한 점에도 주목한다. 삼성전자는 도쿄 오테마치에 위치한 미쓰이물산 본사 빌딩에 이 회장 개인 사무실을 조성하고 있다. 해당 공간에는 일본 보좌 조직을 포함한 일부가 입주할 예정이다. 현재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이고, 이달 중 또는 늦어도 5월 안에는 입주가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과 미쓰이물산은 오랜 기간 신뢰 관계를 유지해왔다. 일본삼성이 2012년 해체된 이후 롯폰기에 있던 사무실을 정리하고 삼성전자가 2015년 입주한 지요다구 이다바시 소재 빌딩 또한 미쓰이물산이 소유한 건물이었다. 이번 오테마치 사무실 역시 이 같은 협력 관계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조치로 해석된다.
과거 일본삼성은 일본 전역에 있는 삼성 계열사 18개가 집결한 조직으로, 일본 내 영업, 연구개발(R&D), 구매 등의 거점 역할을 해왔다. 2012년 구조조정 차원에서 해체된 이후에는 본격적인 재진출 움직임이 없었지만, 이번 오테마치 사무실 개소를 계기로 이 회장을 중심으로 한 ‘제2의 일본삼성’ 형태의 운영이 재개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IT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일본에서 현지 경영 인맥을 재정비하고 장기적인 기술과 부품 협력을 도모하려는 뜻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 기업 특유의 관계중심 경영방식에 맞춰 삼성도 현지화 전략을 다시 정비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래사업기획단을 통해 일본의 주요 전자기업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바 있다. 특히 ‘일본 전자 산업의 쇠퇴와 부활’을 핵심 주제로 삼고, 소니와 히타치 제작소 사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경영위기 극복 과정에서 사업 재편 방식과 신사업 발굴 전략, 체질 개선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바 있다.
히타치는 1920년 설립 이후 2010년 전후로 그룹 전체의 경영위기를 맞았지만, 비대한 사업구조를 재편하면서 부활에 성공한 사례다. 특히 히타치는 디지털 서비스, 철도, 송배전 장비, 반도체 제조장치 등으로 사업을 집중하며 경쟁력을 되살렸다. 1946년 창립한 소니 역시 한때 핵심이던 전자제품에서 한걸음 물러나 영화·게임·음악 등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업구조로 변신하면서 위기를 벗어났다. 이 두 회사는 지금도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삼성전자가 주목하는 벤치마킹의 대상이 됐다. 삼성전자는 이런 기업들의 경영 DNA를 배우는 한편, 일본 현지에서 인맥과 거점을 다시 다지는 데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셈이다.
도쿄/이승훈 특파원·서울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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