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AI칩 부상, 주목받는 CPO
젠슨 황이 강조한 CPO 기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18일 ‘GTC(GPU Technology Conference) 2025’가 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SAP 센터에서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루빈을 소개하고 있다. 이날 황 CEO는 전기신호 대신 광신호에 기반한 CPO(Co-Packaged Optics) 기술을 강조했다./엔비디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19일 인공지능(AI)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5’에서 블랙웰 울트라, 베라 루빈, 루빈 울트라, 파인만까지 차세대 AI 반도체들의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발표 도중 황 CEO가 고속 광통신과 전력 효율을 강조하자 업계 관계자들은 “명시적 언급은 없었지만, 사실상 CPO(Co-Packaged Optics, 공동 광학 패키징) 기술을 전제로 기술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했다.
AI 반도체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전력 손실, 발열 등을 해결하기 위해 CPO가 주목받고 있다. CPO는 AI 반도체의 그래픽 처리 장치(GPU)나 중앙처리장치(CPU), 맞춤형 반도체(ASIC)와 전기 신호를 빛으로 변환하는 광(光)트래시버를 하나로 통합하는 차세대 포장(패키징) 기술이다. 반도체과 광통신 장치를 하나로 붙여버리는 것이다. AI 반도체의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데이터 병목 현상들이 발생하면서 앞으로 CPO 기술 도입이 필수로 꼽히고 있다.
그래픽=백형선
◇CPO, 잘 포장된 고속도로
AI 반도체에선 GPU끼리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연결되는지가 관건이다.특히 최신 AI 연산은 한 개의 칩이 아니라, 여러 개의 칩이 병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 사이에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로가 중요하다. 이때 칩 사이의 연결 속도가 느리면, 전체 연산이 병목에 걸린다.데이터가 오가는 통로를 고속도로라고 한다면, CPO는 이 고속도로의 통행을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포장 기술’이라 할 수 있다.
기존에는 AI 반도체의 GPU에서 나온 전기 신호가 수㎝에 달하는 긴 구리선을 타고 기판 끝에 있는 광트랜시버까지 이동한다. 거기서 광신호로 바뀐 뒤 광케이블을 타고 외부 장치로 이동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생기는 신호 손실, 전력 소모, 발열이 만만치 않다. 구리선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신호가 점점 약해지고 고속 전송을 하려면 더 많은 전력을 써야 해서 열이 난다. 특히 AI 반도체에서 전송하는 데이터가 400Gbps(1초에 몇 Gb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단위), 800Gbps를 넘어서면서는 한계에 다다랐다.
CPO는 구리선을 이용하는 구간을 없앤다. 전기 신호가 GPU를 벗어나자마자 광트랜시버를 거쳐 곧바로 광신호로 전환되고, 광케이블로 외부 장치까지 이동한다. 더 빠르고, 더 적은 전력으로, 더 멀리까지 데이터를 보낼 수 있다. 구리선은 도로를 주행하는 트럭처럼 빠르게 달릴수록 엔진이 뜨거워지고, 거리가 멀면 기름도 많이 먹는다. 반면 광케이블은 초고속 자기부상 열차처럼 신호 손실 거의 없고, 거리와 속도 제한이 비교적 적은 것과 비슷하다.
◇7년 새 40배 넘게 성장하는 시장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세계 CPO 시장 규모는 23년 2억달러(약 2900억원)에서 30년 93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를 시작으로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빅테크들도 자체 AI GPU에 CPO를 적용할 예정이다. 여기에 발맞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회사들은 CPO 기술은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TSMC가 2029년까지 연평균 20%씩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운 배경에도 초미세 공정과 CPO 기술이 주축을 이룬다. TSMC는 현재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주요 고객사에 CPO 샘플을 제공한 상태다. 또 지난해 4월 COUPE(Compact Universal Photonic Engine)이라 불리는 CPO 플랫폼을 공개하고, 지난해 9월 대만 내 30개 반도체 기업과 함께 실리콘 포토닉스 산업 협회를 설립했다. 빛으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광트래시버가 실리콘 포토닉스로 개발된 소자(素子)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CPO 기술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10년 넘게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을 개발해온 인텔 역시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CPO(Co-Packaged Optics)
그래픽처리장치(GPU)나 맞춤형 반도체(ASIC)와 광트랜시버(광송수신기)를 하나의 패키지에 통합한 기술. 전기 신호를 칩에서 바로 광 신호로 변환해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고 전력 소모를 줄인다.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용 고속 연결에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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