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싱크탱크, 선고 후 긴급대담 편성
일부는 타임라인까지 만들어 제작… 비상한 관심
선고 후 외교·안보 교류 정상화 예상
‘대미 아웃리치’ 한국 시장 先공략 움직임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경찰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4일 오전 11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파면 여부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미국 조야(朝野)에서도 헌재의 이번 결정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 이후 탄핵 정국이 4개월 넘게 계속되면서 외교·안보 분야에선 한미 간 논의가 민관 할 것 없이 올스톱된 상황이다. 이날 헌재 결정으로 어느 정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걷히면 빠른 속도로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더 활짝 문이 열릴 ‘한국 시장’을 미리 겨냥한 각 주체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뉴욕에 소재한 ‘코리아 소사이어티’는 4일 오전 8시(한국 시간 오후 9시) 라이브 웹캐스트 행사를 연다. 직전까지 주한 미국 대사를 지낸 필립 골드버그가 나와 헌재 결정 향후 정국, 한미 관계 전망 등에 대해 해설할 예정이다. 계엄 선포 당시 현직에 있던 골드버그는 퇴임 직전 언론에 “대통령이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지에 대한 추가 설명을 (대통령실에) 요구했었다”고 했다. 워싱턴 DC의 유력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역시 이날 오후 2시부터 한반도 전문가인 빅터 차 CSIS 한국석좌, 앤드루 여 브루킹스 선임 연구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대담을 가진다. 차 석좌는 최근 “탄핵 기각이든 인용이든 지난 17주 넘게 이어진 정치적 폭풍을 멈추지는 못할 것”이라 했었다.
한국 내 정치 상황에 대한 관심이 크다 보니 싱크탱크들은 그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각자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한미경제연구소(KEI)는 지난달 29일 ‘윤 대통령 탄핵 재판에 관한 타임라인’을 제작해 블로그에 게재했다. 지난해 12월 14일 국회의 탄핵 소추부터 한덕수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과 복귀, 4일 헌재 결정까지 계엄·탄핵 정국의 주요 이벤트들을 망라하고 있다. 스콧 스나이더 KEI 소장은 3일 “한국은 지금 정치적 마비에 직면해 있다”며 “탄핵을 인용하면 대중의 관심은 미래로 빠르게 옮겨갈 것이고, 기각한다면 윤 대통령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카네기국제평화기금(CEIP)은 “전 세계에서 정치적 시위가 들끓고 있다”며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사진을 홈페이지 대문에 걸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3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파면 촉구집회(왼쪽)와 탄핵기각 집회가 각각 열렸다./연합뉴스
지난해 서울과 워싱턴 DC에서 한미 동맹, 한·미·일 협력 등에 관한 이벤트들이 열릴 예정이었지만 계엄 여파로 줄줄이 취소됐다. 4일 선고 이후엔 한동안 뜸했던 미측 인사들의 방한(訪韓)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선고 이후 트럼프 2기 아웃리치 등과 관련해 더 활짝 문이 열릴 가능성이 큰 한국 시장을 선(先)공략하기 위한 행보들도 눈에 띈다. 어드바이저리 펌(advisory firm·자문 회사)인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 그룹(ASG)’의 태미 오버비 선임고문은 최근 국내 특파원들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플랫폼법을 알면 분노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31일 무역대표부(USTR)가 정부가 입법을 추진했던 플랫폼 독과점 규제 법안과 더불어 지적한 공공 클라우드 보안 인증, 망 사용료, 해외 지도 반출 제한 등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오랜 숙원 사업들로 국내에서 총리실 등을 상대로 가장 치열하게 ‘로비’가 벌어지고 있는 영역이다.
이런 가운데 주한 미국 기업들이 회원인 암참(AMCHAM·주한미국상공회의소)이 최근 ‘크롬웰 글로벌 어드바이저스’를 새 로비스트로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는 미국 정부·의회를 상대로 한국의 디지털 무역 장벽 해소를 관철시키기 위한 아웃리치 활동을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자국 빅테크 업체들을 상대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규제 권한, 과징금 부과 기준 등에 대해서도 강하게 문제 삼고 있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 밖에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부장관이 최근 회장으로 복귀한 ‘아시아 그룹’에선 파트너인 커트 통 전 홍콩·마카오 총영사가 서울을 찾아 ‘트럼프 시대 대응 전략’에 대해 강의했다. 트럼프 1기 때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무역실장을 지낸 ‘맥라티 어소시에이츠’의 케이트 칼루트케비치 총괄 전무이사도 이달 말 방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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