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안국역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측 집회 참가자들이 악기 연주와 함께 소녀시대의 '다시만난세계' 등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이지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둔 4일 오전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진행된 탄핵 찬성 측 집회는 결과가 나오기 전인데도 벌써 축제 분위기였다. 집회 현장에서 300m쯤 떨어진 헌법재판소 주변은 경찰 버스와 대규모 경찰 경력으로 진공상태가 돼 긴장이 감돌았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안국역 6번 출구 앞으로 전날부터 밤샘 농성을 이어 온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이 보였다. 8도 안팎의 쌀쌀한 날씨에 이들은 은박 돗자리를 깔아 바닥 한기를 차단하고 머리 위로 은박 담요를 덮었다. 침낭에 몸을 숨기고 김밥을 먹으며 아침 식사를 해결하는 이도 보였다.
오전 8시가 지나면서 인파가 모이자 현장은 선고 전인데도 금세 축제 분위기가 됐다.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 의결을 앞두고 여의도 일대 집회 참가자들이 불렀던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다시금 울려 퍼졌다. 노래와 함께 시민들은 "파면 파면 윤석열 파면" 구호에 맞춰서 북을 치며 소리를 냈다.
4일 오전 안국역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측 집회 참가자가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사진= 이지현 기자.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노래가 나오자 일어나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도 보였다. 대학생들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래에 맞춰 플루트, 하모니카, 멜로디언 등 악기를 연주했다. 이 모습이 신기한 듯 한 외국인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전날 밤 9시부터 집회에 나와 밤을 새웠다는 20대 안모씨는 친구와 함께 은박 담요를 덮고 있었다. 안씨는 "비상 계엄령이 있었던 그 주 주말부터 집회에 참여했다"며 "빨리 탄핵돼서 이제는 근심을 덜고 일상을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구에서 와 전날 오후 3시부터 집회에 나선 한모씨(31)는 "선고를 너무 오래 끌었는데 이제야 결과가 곧 나온다는 생각에 후련한 마음이 든다"면서도 "무조건 '8 대 0'이 나와야 하는데 결과는 혹시 모르니 마음의 대비를 하고 오기는 했다"고 말했다.
전날 전북 전주에서 서울로 와 하루 자고 집회 현장을 찾은 60대 양모씨는 "7년 전에도 이런 일을 겪어서 그런지 정말 간절하다"며 "새 정부가 수립돼 경제를 살리고 해결해주지 못했던 민생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이날 자정부터 전국에 갑호비상을 발령했다. 갑호비상은 경찰 경비 비상 단계 중 가장 높은 단계다. 경찰관들은 연가가 중지되고 가용 경력 100% 전부 동원된다. 지휘관·참모는 사무실이나 현장에 있어야 한다.
경찰은 전국에 기동대 338개 부대 2만여명을 배치하고 서울 지역에 60%가 넘는 210개 부대 약 1만 4000명을 투입해 치안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광화문 일대 110개 부대 7700명 △국회 20개 부대 1400명 △관저 앞 28개 부대 1960명을 배치했다.
이날 헌재 반경 150m를 '진공 상태'로 만들기 위해 경찰 버스와 차벽용 차량 등 200여대가 늘어섰다. 안국역 일대에 완전진압복을 차려입은 경찰들이 분주했다.
헌재 주변 율곡로, 사직로, 삼일대로, 세종대로가 통제됐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은 전날부터 무정차 통과했다.
4일 오전 안국역 인근 통행이 차단된 도로 위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밤샘을 마쳤다. /사진=민수정 기자.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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