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캐릭터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작 고증 많다”
※ 해당 기사에는 카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넥슨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 데이브 더 다이버와 P의 거짓, 스텔라 블레이드에 이어 글로벌 게임 시장에 한국 게임의 위상을 다시금 드높였다.
카잔은 네오플 대표 IP '던전앤파이터' 세계관을 기반으로 평행 우주 스토리를 선보이는 하드코어 액션 RPG다. 원작에서 강력한 전사 계열로 자리 잡은 귀검사의 시초이자 전설적인 존재인 대장군 카잔의 이야기를 다룬다.
게임은 몰락한 카잔이 오랜 기간 고문을 당한 후 유배지로 추방되던 중 눈사태를 만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남고 자신이 몰락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며 적들에게 복수하는 여정을 그린다. 이 과정에서 카잔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압도적인 전투력을 갖춘 존재로 거듭난다.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스토리의 중심 인물인 카잔으로 복수의 여정에 뛰어든다. 초반에는 극도로 불리한 환경에서 싸워야 하기 때문에 신중하고 정교한 전투를 펼쳐야 한다. 그러나 중, 후반부 복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수록 전투 스타일도 점점 변화해 강렬하고 호쾌한 액션으로 발전한다.
체계적인 아이템 트리와 스킬 구성도 인상적이다. 공격 속도와 기술 연계가 확장되고 단순한 능력치 상승이 아닌 플레이 스타일 자체가 변화하는 구조를 갖췄다.
이준호 네오플 카잔 디렉터는 "전투가 진행될수록 마치 장르가 변화하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설계했으며 성장의 체감을 액션적인 경험으로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출시 전까지만 해도 유저들은 카잔을 향해 "전혀 연관되지 않은 던전앤파이터 IP로 소울라이크 장르 게임을 만들 필요가 있었는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카잔은 던전앤파이터의 게임이었기에 성공했다. 얼핏 보기에는 스토리, 주인공만 계승한 것처럼 볼 수 있는데 세부적인 시스템에서도 던전앤파이터의 구조와 감성을 한껏 계승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던전앤파이터로 누적된 온라인 게임 서비스 능력이 카잔의 애프터 서비스에 계승됐다. 네오플은 주기적인 업데이트로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고 DLC로 새로운 재미를 제공할 예정이다. DLC 출시 전 4회차 엔딩까지 체험한 기자가 카잔과 던전앤파이터의 연계 요소를 직접 찾아보고 개발진에게 직접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 스토리, 캐릭터
- 던파 IP 게임인 만큼 당연히 원작에서 등장한 캐릭터들이 주연이다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난 던전앤파이터와의 연계 요소다. 그러나 던전앤파이터의 올드 유저가 아니라면 카잔을 언급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가 다소 다를 것이다. 그 이유는 오즈마 시네마틱 '명계의 문'에 있다.
명계의 문에서 카잔은 플레이어에게 패배한다. 소울브링어가 "명계를 벗어난 죗값을 치를 때다"고 말하자 카잔은 억눌린 말투로 그 이유를 묻는다. 소울브링어는 "거슬리니까"라고 답한다. 세계를 구한 대장군에게 어울리는 대우라고 보긴 어렵다.
이후 소울브링어는 명계의 문을 열고 카론을 소환한다. 카잔은 저항도 못한 채 힘 없이 명계로 끌려간다. 카잔의 서사를 잘 모르는 유저들은 그저 힘 없는 중간 보스로만 인식되고 있기에 "카잔이 그렇게 대단한 존재야?"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는 카잔에서 카론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는 블레이드 팬텀의 모습과 유사하다. 반역도 저질러 보면서 저항하지만 결국 카론의 손바닥 위에 있을 뿐이다.
- 오즈마 레이드로 카잔을 본 유저들은 흔한 몬스터로 인식할 수 있다
카잔의 스토리는 원작 카잔의 서사와 다소 다르지만 흐름 자체는 유사하다. 이 때 네오플은 원작 오즈마 스토리의 흐름을 오마주 했다.
카잔 스토리에서 오즈마는 리즈의 복수로 악의 근원인 황제를 처단한다. 리즈의 사망은 오즈마에게 너무나도 큰 충격을 안겨줬기에 황제뿐만 아니라 세상을 혼돈으로 물들여 인간의 종말까지 염원했고 카잔에게 저지당한다.
원작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복수 대상이 누군지 확실히 인지했지만 이를 넘어 세상의 종말을 위해 움직이고 모험가에게 저지당한다. 개발진은 단순 카잔의 스토리만을 조명한 것이 아니라 보다 세밀하게 원작과 연계한 셈이다.
스토리뿐만 아니라 특정 캐릭터에서도 원작의 향수를 느낄 수 있다. 반투족, 흑요정, 예티, 용족, 트로카와 함께 NPC 단진이 대표적이다.
지금이야 원작에서 단진의 비중이 크게 줄었지만 과거에는 항아리 등으로 카잔처럼 중요한 포지션을 담당하는 NPC였다. 얄미운 말투도 원작 고증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외에도 숨겨진 원작 고증 요소가 많으므로 세밀하게 찾아보면 더 재밌을 것이다.
- 던파 스토리를 알면 카잔의 스토리를 더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 카잔 및 보스 스킬
- 원작 블러드러스터와 유사한 광풍
카잔의 스킬 트리에서 '달빛 베기'와 '붕산격' 등 던전앤파이터 유저들에게 친숙한 스킬을 확인할 수 있다.
달빛 베기는 창 스킬인 만큼 원작처럼 공중으로 띄우는 형태가 아닌 빠른 베기의 3번째 타격이 베기 공격으로 변경되는 패시브 형태로 구현됐다.
붕산격은 원작과 동일하다. 점프로 돌진해서 전방의 적을 강하게 내려 치는 형태다. 강화 패시브인 '붕산격: 폭발'을 습득하면 충격파가 발생해 원작 버서커의 붕산격과 비슷한 감성을 맛볼 수 있다.
도부의 '광풍'은 다른 이름이지만 형태 자체는 '블러드러스트'와 유사하다. 블러드러스트는 손을 뻗어 적 하나를 잡은 뒤 혈기를 빨아들였다가 빨아들인 혈기를 분출해 대미지를 주는 형태다. 광풍, 광풍: 열파도 블러드러스트와 마찬가지로 적을 고정시킨 후 폭발시키는데 형태와 이펙트가 동일하다.
보스 패턴에서도 던전앤파이터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랑거스의 낙봉추, 말루카의 귀영섬, 리즈의 디플렉트 월, 벨레리안의 마나 실드, 리즈의 날벼락부 등이 대표적이다.
덕분에 보스 패턴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현재 던전앤파이터는 중천 시즌을 시작해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신규 유저가 입문하기도 좋은 시기인 만큼 던전앤파이터를 경험하지 않았다면 원작에서 카잔의 요소를 찾아보는 것도 적극 추천한다.
- 압도적인 포스를 자랑했던 말루카의 귀영섬
■ 아이템 레어리티
- 레전더리 → 에픽 순서가 아닌 이유가 있었다
아이템 레어리티는 던전앤파이터뿐만 아니라 다양한 RPG에서 활용되는 요소다. 하지만 명확한 아이템 레어리티를 활용한 소울라이크 장르 게임은 흔치 않다. 이에 카잔의 레어리티는 던전앤파이터의 요소라고 봐도 무방하다.
카잔의 아이템 레어리티는 커먼, 언커먼, 레어, 유니크, 에픽, 레전더리로 구성됐다. 여기서 던전앤파이터 유저라면 의문이 생길 것이다. 원작 아이템 레어리티는 커먼, 언커먼, 레어, 유니크, 레전더리, 에픽, 태초다. 카잔에서는 에픽과 레전더리의 티어가 바뀌었다. 이 답변도 카잔 개발진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개발 초기에 정말 많이 고민했던 내용이다.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레전더리'가 '에픽'보다 더 높은 등급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카잔은 던전앤파이터 IP이지만 신규 게임이기 때문에 유저 입장에서는 배워야 할 것도 많고 낯선 요소도 많다. 그래서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학습 부담이나 진입 장벽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레어리티 체계 역시 원작의 방식을 그대로 구현하는 것보다 글로벌에서 보편적으로 통하는 문법을 가져오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봤다. 그래서 레전더리를 에픽보다 상위 등급으로 설정했다"
해당 답변에서 개발진이 카잔을 개발할 때 얼마나 많은 고민을 거듭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고민은 정식 출시 이후 발 빠른 애프터 서비스에서도 확인된다. 앞으로 어떻게 완성도를 더 끌어올리고 그 완성도가 DLC에서 어떻게 반영될지 기대된다.
- 퍼스트 버서커: 카잔 '전설을 만들다 에피소드 2'
■ 원작 계승 아이템
- 카잔에서 대검으로 구현된 유성락
던전앤파이터 경험자가 1회차를 완료하면 유성락, 우요의 흩날림, 섬광일살 등 익숙한 이름의 아이템을 발견할 수 있다.
유성락은 멋진 외형으로 과거 던전앤파이터 귀검사들의 워너비 아이템 중 하나다. 동일한 외형으로는 일도류 산산, 월광, 명도 마사무네, 흑도 쿠로이츠키가 있다. 네오플은 해당 무기가 도의 대표 외형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115레벨 중천 시즌의 레거시 도인 '역작 금인필살도'도 유성락과 동일한 외형으로 구현됐다.
유성락의 대표 옵션은 자체 화속성이며 명칭 그대로 공격 시 일정 확률로 유성이 떨어뜨려 대미지를 준다. 이에 결투장에서는 필수 아이템으로도 사용됐다. 소울브링어, 아수라들이 냉기의 사야나 파동검 빙인로 상대를 빙결시켰을 때 화속성 무기로 공격하지 않으면 콤보를 이어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 과거 결투장에서 귀검사들의 애용 무기였던 유성락
카잔에서는 유성락이 대검, 우요의 흩날림이 도부, 섬광일살이 창으로 구현됐다. 원작에서는 모두 자체 속성을 보유했지만 카잔에서는 직전 회피, 직전 가드 등 특정 액션을 수행했을 때 15초 동안 속성이 부여되는 방식으로 구현됐다.
이 때 기자는 궁금증이 생겼다. 섬광일살은 원작에서도 광창이니까 구현될 만하다고 해도 대검은 선택받은 자의 대검 그람, 카잔의 저주, 마검 아포피스 등 당시 유명했던 아이템이 많았고 도부의 경우에도 심장파열태도, 귀문살도 등이 있는데 굳이 다른 무기군을 선택한 이유다. 기자의 질문에 카잔 개발진은 아래와 같이 답했다.
"원작에 등장하는 무기들 중에서 참고한 아이디어는 정말 많았다. 하지만 카잔의 이야기는 800년 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인물이나 시대, 지역에 귀속되지 않은 무기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방향을 택했다. 다만 무기의 형태나 상징적인 의미 그리고 해당 무기가 가지는 가치는 최대한 원작의 느낌을 유지하려고 했다. 세부적인 설정은 게임의 재미를 위한 차원에서 어느 정도 변화를 줘도 괜찮다고 판단했다"
개발진의 답변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외에도 원작의 향수를 느낄 만한 아이템이 많다. 예를 들면 얼어붙은 설산 세트는 오르카 아바타 세트를 연상케 한다. 또한 특정 세트는 기존 스킬에 강화 능력을 부여한다. 이는 과거 이계 크로니클 세트의 개념이다.
아이템들을 나열하고 보니까 무기에서 원작의 향수를 직접적으로 느낄 만한 아이템을 구현한 김에 이슈타르, 케레스, 불칸 등 방어구에서도 과거 원작의 향수가 느껴지는 세트를 넣어줬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 이계 크로니클 "과거엔 이런 장비도 있었지"
■ 기본 시스템
- 처음에는 소울라이크 장르 게임에 훈련장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앞선 요소들은 눈에 보이는 카잔과 원작의 연계 요소였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은 영역에서도 카잔 개발진들은 던전앤파이터의 요소를 많이 가져왔다.
카잔의 NPC 다프로나를 클릭하면 훈련장을 이용할 수 있다. 소울라이크 장르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라면 왜 이런 게임에 훈련장을 제공하는지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훈련장은 보통 딜 사이클이 중요한 온라인 MMORPG에서 주요 활용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원작에도 존재한다.
기자도 1회차 오즈마까지 완료할 때까지 훈련장의 활용도를 전혀 느낄 수 없다. 스킬 슬롯이 6개라도 기력, 투지, 스킬 포인트 제한 때문에 제대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스킬 슬롯이 왜 6개인지도 의문이었다.
그 의문은 2, 3회차에서 해소됐다. 2회차 후반부에서는 대부분의 스킬을 습득할 수 있고 기력 회복, 투지 수급도 훨씬 원활하다. 이 상태가 되니까 보스의 무력화 게이지를 확인한 후 2개의 스킬로 그로기를 만들고 4개의 스킬로 큰 대미지를 주는 운용이 가능했다.
- 수없는 트라이 반복으로 성장하는 구조 또한 원작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는 던전앤파이터 딜 몰이 플레이와 유사하다. 던전앤파이터에서 유저들은 몬스터의 패턴을 파훼하면서 무력화 게이지를 줄이고 몬스터가 그로기에 빠지면 최적의 딜 사이클로 피해를 준다.
물론 지속 피해 캐릭터, 폭풍 딜링 캐릭터 등 메커니즘에 따라 대미지를 주는 운용 방법이 다르지만 기본적인 던전앤파이터의 운용 메커니즘이 카잔에 반영된 셈이다.
실제로 2회차 후반부에는 그로기 타이밍을 계산해 4~5개의 스킬을 몰아치는 스타일로 보스를 공략하니까 이전과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어둠을 삼키는 세트를 착용하면 그로기를 1회 리셋할 수 있으니까 6개의 스킬을 모두 적중시키는 플레이도 가능했다. 기자가 개발 초기부터 고려한 구조인지 묻자 네오플도 이를 인정했다.
"맞다. 던전앤파이터의 핵심 재미 중 하나인 액션의 쾌감과 성장을 체감할 수 있는 전투는 카잔을 개발하면서 반드시 계승하겠다는 요소였다. 게임은 제국의 대영웅이었던 카잔이 반역의 누명을 쓰고 몰락한 뒤 구사일생으로 살아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카잔의 스킬 트리 시스템은 몰락한 영웅이 다시 힘을 되찾고 궁극적으로는 과거의 능력을 뛰어넘는 존재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유저가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그리고 점점 광전사로 변화해 나가는 여정 속에서 전투의 양상도 함께 격렬하게 바뀐다. 이런 흐름 속에서 유저들도 장르 자체가 변화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앞선 아이템 레어리티뿐만 아니라 맵을 선택하는 UI와 카잔의 기억도 원작 UI와 유사하다. 네오플은 보스 구간 재도전 시 라크리마 제공, 각종 성장 요소들도 던전앤파이터의 구조에서 영감을 받았다.
레이드를 실패할 때마다 유저들은 숙련도를 쌓고 필요 시엔 스펙을 더 끌어올린다. 이 과정을 라크리마 수급으로 표현했다. 카잔의 기억, 팬텀 능력도 장비 외 부가 스펙 요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던전앤파이터의 감성이다.
카잔이 출시되기 전에 수많은 게이머가 "왜 굳이 던전앤파이터 IP로 소울라이크 장르 게임을 만들었지"라고 물었다. 네오플 개발진의 답변에서 알 수 있듯이 소울라이크 장르 게임에 던전앤파이터 IP를 가미한 것이 아니라 네오플에게 카잔은 던전앤파이터 IP 게임일 수밖에 없었다 그 결단은 중국을 넘어 그토록 염원하던 서구권 시장에서 네오플의 게임 개발 능력을 한 차례 입증한 열쇠로 작용했다.
- 그건 그렇고 항아리 다 모으면 상점 사라지는 버그 수정도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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