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생산기지 베트남·中 집중
아이폰 판매가 급증…공급전략 차질
소비자 부담 확대→시장 위축 우려
애플 명동에서 한 방문객이 아이폰16을 살펴 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당장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생산 기지인 베트남에 46%의 관세가 부과되면서, 삼성은 글로벌 공급망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중국에 최대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애플 역시 54%에 달하는 중국 관세를 감당해야 할 처지가 됐다.
고관세 여파가 스마트폰 가격 상승으로 줄줄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공급·수요 판도 자체가 흔들리는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4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전 세계 주요 스마트폰 생산지인 베트남, 중국, 인도에 부과하는 상호관세율을 각각 46%, 34%, 26%로 결정했다. 중국은 앞서 부과된 관세 20%까지 더하면 총 54%의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베트남에 스마트폰 주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삼성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북부 박닌과 타이응우옌에서 갤럭시 S시리즈·Z플립·Z폴드 등 주요 프리미엄 제품과 갤럭시 A시리즈·Z시리즈 등 보급형 제품을 다수 생산하고 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베트남에, 30%가량을 인도에 의존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에 생산되는 갤럭시 제품 상당수는 미국으로 수출된다. 당장 올 하반기에 출시되는 갤럭시 폴더블 시리즈부터 미국 판매 시 관세 영향권에 들 가능성이 크다. 최대 프리미엄폰 시장인 북미에서, 그렇지 않아도 비싼 고가 프리미엄폰의 가격 변동성이 더욱 커지게 된다.
중국 외주 생산 역시 부담이 커졌다. 삼성전자가 중국에 외주를 맡겨 생산하는 스마트폰 물량도 최대 54%의 관세 대상이 된다. 삼성은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 22%를 중국 등 공장에 외주 생산을 맡기는 ODM(제조업자개발생산) 방식으로 생산했다.
애플도 타격을 입는 것은 마찬가지다. 애플은 전 세계 아이폰 물량의 90%가량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중국 고관세를 우려해 인도 등 기타 국가에도 생산 기지를 증설하면서 공급망을 분산했다. 앞서 애플은 2027년까지 인도 생산량을 2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인도에 모두 고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애플의 공급망 분산 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고관세 여파는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가격 상승 부담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이 관세 여파에 따른 비용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면, 아이폰 가격이 지금보다 30%~4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관측했다.
이는 스마트폰 시장이 위축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스마트폰 가격이 치솟으면서 교체 주기가 길어지는 ‘폰플레이션(폰+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관세 영향으로 가격이 추가 상승하게 되면 교체 주기가 더욱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은 스마트폰 가격이 급등하면 스마트폰 수요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차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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