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한 것을 생중계로 지켜 본 전남 장성백암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쓴 소감문. 정대하 기자
“우리나라 국민들이 노력해준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어 감사하다.”
4일 오전 전남 장성군 북이면 장성백암중학교에 소강당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생중계 방송을 지켜본 고다윤(13·중1)양은 소감을 또박또박 적어 나갔다. 고양은 “학교에서 탄핵 심판 생중계 방송을 틀어 주어 좋았다…나도 엄마 따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나간 보람이 있다”고 적었다. 조연우(13·중2)군도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였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으니 탄핵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적었다.
백암중 1·2학년 6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소강당에서 진행된 ‘탄핵 심판 계기 교육’에 참여했다. 허원찬 역사 교사는 학생들에게 ‘12·3 비상계엄과 한국사회’라는 자료를 나눠준 뒤 12·3 계엄 이후 122일간의 상황을 차분하게 설명했다. 허 교사는 “계엄은 행정권과 사법권 일부를 군이 맡아 다스리는 일”이라며 “12·3 비상계엄과 그 이후에 벌어진 일들은 훗날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까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대통령 탄핵 심판의 5대 쟁점을 쉽게 설명한 영상 자료를 틀어줬다.
4일 오전 전남 장성군 북이면 장성백암중학교 학생들이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하는 것을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다. 정대하 기자
학생들은 오전 11시부터 탄핵 심판 선고 실황을 함께 시청했다. 헌법재판관들이 들어서는 순간 실내가 고요해졌다. 중 1·2학생들이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주문을 읽기 전 5대 쟁점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것을 차분하게 들었다. 학생들은 ‘기본권 침해, 혼란 야기, 국민 신임 배반’ 등의 내용이 나오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11시 22분, 문 대행이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선고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신연규(14·중2)양은 “대통령도 법을 지키지 않으면 물러나게 하는 것을 보니 신기해요”라고 했다. 3학년 학생 26명이 이날 오전 11시 영어 듣기 평가를 치른 뒤 소강당에 합류했다.
4일 오전 전남 장성군 북이면 장성백암중학교 학생 90여명이 헌법재판소 파면 선고 이후 뉴스를 보고 있다. 정대하 기자
전남도교육청과 광주시교육청은 전국에서 가장 먼저 헌법재판소 결정 당일인 4일 탄핵 심판 생중계 시청 여부를 일선 학교에서 결정하도록 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전남도교육청은 ‘가상사례로 알아보는 계엄령 ‘토끼 마을 이야기’ 등 초등·중등별로수업 자료를 전달하기도 했다. 광주교사노조도 일선 학교 교사들에게 ‘헌법재판소 대통령 윤석열 탄핵 결정 선고 관련 계기 수업 시나리오(중학생용)’를 보내기도 했다.
광주·전남도교육청에서 헌재 대통령 탄핵 심판 생중계 시청을 각급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공문을 보낸 뒤, 부산·울산·전북·충남·인천·경남·세종, 서울 교육청도 똑같은 결정을 내렸다. 대부분 진보·개혁 성향의 교육감이 있는 교육청들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깊게 이해하고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적극적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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