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발전 위한 진통 겪는 과정
국가 장래를 위해 모두 힘을 모아야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결정했다. 사진 왼쪽은 이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앞에서 진보단체 회원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기뻐하는 모습(왼쪽)과 대통령 지지자들이 허탈에 하는 모습. /사진=뉴스1화상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했다. 헌재는 국회의 탄핵소추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윤 대통령은 그로부터 122일 만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앞으로 60일 안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져 새 대통령이 취임하게 된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한 뒤 8년 만에 다시 윤 대통령이 탄핵 선고를 받음으로써 한국 민주주의는 또 한번 흑역사를 썼다. 심판 과정에서 비상계엄이 야당의 줄탄핵과 입법권 남용에 대한 대통령의 통치행위라는 윤 대통령 측의 항변이 있었지만, 정당한 것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제 남은 것은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면서 분열된 국론을 통합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헌재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더 이상 헌정 파괴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치가 국민과 국가의 희망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가장 화급한 과제는 탄핵 찬반을 놓고 갈라져 있는 국민 여론을 통합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국민의힘의 뒤를 이어 윤 대통령이 직접 승복 선언을 함으로써 지지자들을 다독여야 한다. 도저히 한 나라 국민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반목이 심한 현재의 분열 상태에서는 누가 다시 대통령이 돼도 국정 운영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탄핵을 인용 또는 기각하라고 헌재를 압박했던 정치인들이나 극렬 지지자들도 이제는 자중하면서 화합에 앞장서야 한다. 또다시 헌재 결정에 불복하면서 지지자들을 결집해 폭력을 조장하고 과격행위를 선동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강력한 공권력을 동원해 불법 폭력시위에 단호히 대처해야 할 것이다.
여야의 정치적 대결 국면은 여기에서 종식되지는 않을 것이다. 차기 대권을 차지하기 위해서 상호 비방을 이어가고, 탄핵 과정에서 보여줬던 거친 말들이 오갈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양쪽 정당이나 정치인들이 먼저 최대한 막말과 선동행위를 자제함으로써 흥분한 열기를 가라앉혀야 한다.
국정공백이 석달 이상 지속되는 사이 세계 경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부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26%의 상호관세를 적용받음으로써 이미 어려운 지경에 놓인 경제에 설상가상의 충격을 받게 됐다. 이 마당에 정치인들이 선거에 이기고자 탄핵 과정과 똑같이 편을 갈라 싸우기만 하면 한국 경제는 회복 불능의 국면에 빠질 수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해 국정을 이끌고 미국의 '관세폭격'에 대응하려면 두달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은 위기에서 빠져나와 다시 전진할 수 있는 골든타임과도 같다.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의 혼란기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한 정부가 중심을 잡고 국내외 난제에 잘 대처하며 국정을 꾸려가야 한다.
윤 대통령 탄핵을 지지자들은 흔쾌히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국가의 장래를 더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면서 국론 통합에 힘을 보태야 한다. 이 또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과정이자 진통으로 보고 받아들여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아니라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다. 나보다 국가가 먼저인 것이다.
야당 또한 승리 의식에 고취되기보다 차분한 태도로 통합과 화합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놓고 향후 정치일정에 임하기 바란다. 오직 대권 획득을 위해 여론 갈라치기에 몰두한다면 설사 정권을 차지한다 해도 국가적 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수 있다. 지금부터 우리는 모두 하나가 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다시 뛰어야 한다.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