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사임 후 첫 정치행보 외갓집 강릉서 시작
권성동·이철규 등 강원 정치인 '친윤 핵심' 부상하기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8일 강원도 강릉시 월화거리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2.2.2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헌법재판소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강원 강릉시민들의 마음은 복잡 미묘하다.
강릉은 윤 전 대통령의 어머니인 최정자 전 이화여대 교수의 고향이다. 강릉은 그의 외갓집인 셈이다.
윤 전 대통령은 "강릉은 어릴 적 외가를 방문할 때마다 바닷가에 들러 헤엄치며 뛰어놀던 곳"이라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검사 시절에도 춘천지검 강릉지청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대립하다 직을 내려놓고 잠행하던 그가 2021년 4월 29일 처음으로 대외 행보를 한 곳도 강릉이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강릉중앙시장을 찾아 토속음식인 감자옹심이를 먹고 식당 주인, 손님들과 사진을 찍어주는 등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
대선 레이스 중에도 강릉 등 강원 동해안을 수차례 찾았다. 이 같은 행보에 지난 20대 대선에서 강릉시민은 윤 전 대통령에게 과반(57.31%)의 표를 몰아줬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인 4일 강원 강릉시 임당동 강릉월화거리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강릉비상행동'이 주최한 탄핵심판 선고 생중계 현장에 모인 시민들이 선고 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2025.4.4/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윤 전 대통령의 '강릉 사랑'은 당선 이후 강원 출신 '윤핵관'을 중용하면서 이어졌다. 윤 전 대통령이 방학 때 외가에 오면 함께 놀던 친구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그의 정치 데뷔를 도우며 윤석열 정부 출범의 개국공신이 됐다.
윤석열 정부가 시작되면서 '강원도 국회의원 전성시대'가 본격 개막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던 이들도 대부분 강원 동해안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이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동해·태백·삼척·정선)은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당내 주요 보직을 도맡아 '찐윤'으로 불렸다. 같은 당 이양수 의원(속초·인제·고성·양양), 유상범 의원(홍천·횡성·영월·평창)도 각각 당 사무총장, 법사위 간사 등 중책을 역임했다.
영호남 권력에 밀려 매번 중앙 무대에서 소외, 발전이 뒤처졌다는 인식이 강한 강원 주민들은 "강원도 전성시대가 열렸다"며 환호했다. 실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41년 동안 삽 한 번 뜨지 못했던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착공했고,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건설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이에 국민의힘이 참패했던 지난 22대 총선에서도 '동해안 친윤계'는 전원 생존했다. 다만 이들 '강원 윤핵관'이 대통령실 사적 채용 등 논란에 휩싸일 때마다 그 부끄러움은 지역주민들의 몫이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명태균 파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이 열린 강릉을 찾아 강문해변에서 시민들과 사진을 찍고 환호에 화답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강릉에서도 연일 탄핵 촉구 집회가 이어지는 등 비판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보수색이 강한 고령층 사이에서도 당시 "자폭을 했다"며 쓴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강원도 강릉시 강문해변에서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10.1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전날 탄핵심판 선고가 생중계된 월화거리에서도 환호와 분노가 뒤섞여 표출됐다.
김 모 씨(40대·여)는 "민주주의의 승리이자 강릉시민의 승리"라며 "그동안 윤석열에게 표를 몰아준 곳이라고 욕을 먹어 서러웠다. 오늘 헌재의 결정이 그 사람이 말하던 공정과 상식"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를 바라보는 고령층은 참담한 기분을 감추지 않았다.
A 씨(70대)는 "대통령이 도대체 뭘 잘못했나. 비상계엄으로 피해를 본 일반 국민이 있느냐"며 "비상계엄은 민주당의 줄탄핵, 입법 독재를 못 견딘 대통령의 최후 방어권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헌재는 지난 4일 오전 11시 22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렸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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