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악역 연기마저 빼어나게 소화해 호평받는 배우 박은빈(뉴스엔DB)
오는 4월 9일 최종 2부를 공개하며 막을 내리는 ‘하이퍼나이프’ 한 장면.(디즈니+)
[뉴스엔 김범석 기자]
박은빈이 또 한 번 박은빈 했다. 역시 국·영·수 잘하는 학생이 암기 과목도 능통한 법이다. 디즈니+ 8부작 드라마 ‘하이퍼나이프’(극본 김선희, 연출 김정현)를 통해서다.
데뷔 후 선역만 소화해온 박은빈에게 ‘하이퍼나이프’는 첫 악역이자 낯선 장르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래서 기대만큼 우려도 있었다. 데뷔 후 운동장 반쪽만 쓰던 박은빈이 스릴러를 통해 배우로서 쓰임새가 확장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였다. 엔터 업계에선 ‘박은빈의 연기는 검증됐을지 몰라도 살인마 사이코패스 역할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문부호가 붙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4월 9일 최종 2회 공개를 남기고 있는 현재까지 박은빈의 도전은 의미 있는 족적으로 남을 것 같다. 뒤로 갈수록 긴장감이 헐거워지는 서사와 속도감을 잃은 안단테 연출이 다소 아쉽지만, 박은빈의 디테일한 연기력이 드라마를 살렸다는 평가다.
특히 환자를 구해야 하는 뇌수술 천재의사가 수술실에서 살인 충동에 시달린다는 딜레마를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내 호평받고 있다. 존경하던 스승 덕희(설경구)에게 버림받고 의사 면허가 박탈되는 울분과 복수심을 표출할 때도 전혀 새로운 박은빈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마냥 뽀미언니 같던 박은빈의 이미지는 이제 잊어도 될 것 같다”며 “기회가 없었을 뿐 어떤 배역도 씹어먹을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증명해냈다. 영화를 포함해 다양한 출연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박은빈을 충실히 받쳐준 설경구를 주목해야 한다. 박은빈의 열연은 설경구 없이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
혹자는 설경구에게 부여된 플롯이 다소 진부하게 읽히고 박은빈보다 분량도 적다며 평가절하하지만 ‘하이퍼나이프’의 중량감은 설경구라는 실력파 배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이를 예견이라도 하듯 박은빈 소속사 나무엑터스가 ‘하이퍼나이프’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내건 유일한 조건이 바로 설경구 섭외였다고 한다.
‘하이퍼나이프’ 제작사 동풍 관계자는 “나무엑터스 김종도 대표가 박은빈 배우에게 책을 주기 전 설경구 섭외 여부를 체크했다”며 “만약 설경구가 붙지 않았다면 박은빈도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캐스팅 비화를 공개했다.
천재 외과 의사 세옥을 연기한 박은빈이 넷플릭스 장안의 화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신드롬에 가려진 건 아쉽지만 나머지 반쪽 운동장을 넓게 쓸 수 있게 된 건 엄청난 소득이 될 전망이다.
뉴스엔 김범석 bskim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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