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서 유은호 역 맡아
배우 이준혁/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배우 이준혁(41)이 지난달 종영한 SBS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를 통해 '로맨스 킹'으로 급부상했다. 이준혁은 드라마 '비밀의 숲', '비질란테', '좋거나 나쁜 동재'와 영화 '범죄도시3' 등을 통해 비리 검사와, 사적 복수에 관심을 둔 재벌가 3세, 부패 경찰 등을 연기하며 스릴러와 범죄 장르에서 특히 큰 활약을 펼쳐왔다. 특히 멜로 드라마나 로맨스물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가 SBS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에서 완벽한 로맨스 남을 연기하며 신드롬적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14일 12회를 끝으로 종영한 '나의 완벽한 비서'(연출 함준호/제작 스튜디오S·이오콘텐츠그룹)는 일만 잘하는 헤드헌팅 회사 CEO 강지윤(한지민)과 일도 완벽한 비서 유은호(이준혁)의 밀착 케어 로맨스를 그렸다. 5.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로 시작해 최총회에서 12%를 기록하며 TV앞으로 여성 시청자들을 끌어 모았다. 이준혁은 피플즈 대표 강지윤(한지민)의 비서로 일하다 강지윤과 사랑에 빠진 유은호를 연기했다. 회사 일도 육아도 심지어 요리까지 잘 하는 유은호는 강지윤 옆에서 그녀를 묵묵히 지키며 여성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배우 이준혁/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최근작만 놓고 보더라도 영화 '범죄도시3'의 빌런 주성철 형사 역과 티빙 드라마 '좋거나 나쁜 동재'에서의 얄미운 검사 서동재 등을 완벽히 소화하며 장르물 장인으로 승승장구해오고 있었던 그가 어떻게 멜로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 한편으로 멜로 킹으로 떠오를수 있었을까. 지난달 드라마'나의 완벽한 비서' 종영 직전 매체 인터뷰에 나선 이준혁은 '나의 완벽한 비서' 출연 계기부터 최근 인기에 대한 생각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특유의 위트 넘치는 화법에 섞어 펼쳐 놓았다.
- 멜로 드라마로 이렇게 큰 인기를 얻을지 기대를 했었나.
▶ 우리 일의 재미있는 부분이 세상에 없는 것을 100여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이런 세상이 어떨까'하며 마치 '맛있는 요리를 만들듯 뚝딱 선보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중들이 맛있다고 해주면 '우리가 고민한 게 통했구나' 싶어서 대중들과도 친해진 느낌이 든다. 마치 대증들과 일대일 대화한 느낌이랄까. 우리들의 추억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함께 공유한 느낌이 들어 뿌듯하고 감사하다. 시청률도 이렇게 잘 나올 줄 전혀 예상 못했다. 주말극도 '적도의 남자' 이후 두 번째인데 이렇게 잘 된 드라마는 두 개 정도 있었던 것 같다.
- 유은호라는 캐릭터를 구상하고 만들어간 과정이 궁금하다.
▶ 은호는 2회 방송에서 목적성을 잃어 버리는 캐릭터였다. 딸 아이가 우울해 하기에 회사를 그만두는데 생계를 위해 또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 하고 한지민 씨가 연기한 헤드헌팅 회사 CEO 강지윤의 비서로 들어가게 된다. 그때부터 은호의 삶은 별다른 목적이 없다. 잘 살아가야하는데 주인공으로서 팔로우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주연이지만 대부분의 조연처럼 쿠션을 해주는 역할이라 생각했다. 엄청나게 취지 않고 기타의 베이스처럼 은은하게 깔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메인 보컬이 아니라고 설정했고 은은하고 잔잔하게 묻어나게 설정했다. 은호가 정답 같은 이야기를 많이 하는 인물인데 시청자분들께 자칫 잘못하며 그 부분이 통하는 것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 부분에 클리셰를 깨는 행동들을 하는 유머를 많이 넣으려 했다.
배우 이준혁/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 '나의 완벽한 비서'가 12%까지 시청률을 올리며 인기를 모은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 시대가 같이 만들어준 인기 같다. 지금 대중들이 보고 싶은 드라마가 '나의 완벽한 비서'였던 것 아닐까. 다른 시대에 나왔다면 안됐을 수도 있다.
- 이준혁의 외모와 비주얼이 인기 요인이라는 반응들도 많다.
▶ 저도 꽤 오랜 세월 연기를 해봤지만 비주얼의 기준이라는 것은 늘 변하지 았나. 매스미디어가 시청자들에게 비주얼을 속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은호를 보면 저도 놀란다. 실제 저보다 낫다. 평소 잘 꾸미고 다니지 않고 잘 돌아다니지 않는데 이제 얼굴 들고 잘 못돌아다닐 것 같다. (웃음) 그동안 다른 장르물을 찍을 때는 이상한 눈빛, 혹은 특이한 눈 이런 것을 강조했는데 은호는 더 예쁜 조명에 예쁘게 담기는 앵글을 만들어 주셨다. 모두가 함께 노력해서 현실에 없는 가상의 비주얼을 만들어 주셨다. 현실에서 저를 보더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봐주시길 바란다.
- 남성 비서 역은 그동안 한국 콘텐츠에서 보기 쉽지 않았던 캐릭터인데.
▶ 그동안 제가 했던 역할 대부분이 기존에 있던 역할을 한 것은 드물다. 은호에 접근하는 것이 어려운 점은 없었다. 극중 은호가 많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음악이 배경으로 많이 깔리는데 음악과 인물의 리듬감이 같이 간 순간이 많다. 멜로 장르이다보니 눈빛의 교환이 중요하다고 하시길래 그런 것들에 중점을 뒀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콜드 워'같은 작품을 좋아하는데 이런 작품들의 캐스팅 제안이 들어오면 좋겠다.
배우 이준혁/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 본격적인 아빠 역은 처음인데 어려움은 없었나.
▶ 별이(기소유)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아이를 키워본 것이 아니니 너무 무섭더라. 이 나이대의 아이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많이 생각했다. 사실 촬영 현장에서 일어나는 리스크야 다 대응이 가능하지만 아이 아빠 역할은 처음이기에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별이 역의 기소유 배우가 그냥 아역 배우가 아닌 완벽한 배우였다. 대화를 나눠보면 전반적으로 대단한 공력이 느껴졌다. 배우로서 고생도 했고 잘 이겨낸 단단한 배우다. 동료로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멋있는 친구다. 어린이 50여명이 나오는 장면이 있었는데 소유가 현장을 다 커버했다. 제 딸이지만 정말 유능하고 똑똑했다.
- 드라마 인기의 가장 큰 비결은 한지민과의 핑퐁 호흡에서 나왔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은데.
▶ 한지민 배우는 무협지에서 어마어마한 내공을 가진 최고의 고수와 같은 배우 아닌가. 매우 프로페셔널한 배우이고 이번 드라마 호흡에서도 너무 고맙고 든든했다. 제가 멜로 장르를 본격적으로 해 본 적도 없고 검증된 적도 없기에 지민 씨가 그 책임을 안고 갈수 있었을 텐데 그 짐을 짊어져준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현장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었다. 멋있는 동료와 함께 일하게 돼 즐거웠다.
- 특별히 '나의 완벽한 비서'를 택한 이유가 있다면.
▶ 그동안 작품들에서 남을 빛나게 하는 역할을 많이 했다. 그랬기에 조연 배우분들에 대한 고마움이 항상 크다. 현장에 있으면 조연배우는 주연배우를 비춰 주는 매우 큰 조명의 역할과 비슷하다. 저는 조연으로 쓰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다. 기존 작품들도 독특하고 새로운 것이 많았다. 사회 비판 성격이나 사이다 같은 시원함을 주는 드라마들도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 유은호를 통해 따뜻한 정이 담긴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재벌남이나 이런 사람이 아니어도 문 손잡이 하나 고치는 모습이라던가 집밥을 끊임 없이 요리하는 모습 등도 좋았다. 은호가 집에서 딸을 돌보고 건강하게 밥을 해서 먹이고 하는 일이 멋있게 보이기를 바랐다.
- 과거 인터뷰 당시 로맨스물은 출연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입장이었는데. 그때 고민은 해소가 됐나.
▶ 어떤 부분은 해소가 됐고 어떤 부분은 어렵다. 예전과 다르게 로맨스물을 더 많이 보게 됐다. 장르물마다 비슷한 규칙과 공식이 있는데 그 안에서 내가 놀 자유가 있는데 만약 '비질란테'에서 사람을 여럿 죽였다면 로맨스물에서는 키스신이 존재한다. 마치 '범죄도시3'에서 액션 합을 맞췄던 것을 '나의 완벽한 비서'에서는 키스신으로 촬영한다고 할까. 그렇게 시청자분들을 설득해 나가는 것 같다.
- 사실 외모로는 또래 배우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얼굴인데 멜로 장르를 기피한 이유가 있나?
▶ 옛날에 이렇게 칭찬해주셨으면 좋았을 것 같다.(웃음) 저도 배우 생활을 꽤 오래 해왔는데 10년 전만해도 '멜로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어요'라고는 잘 안했따. 진지하고 깊은 연기를 하고 싶다거나 장르물 출연을 하고 싶다고들 말했던 것 같다. 지금 젊은 배우들이 로맨스 드라마나 멜로 장르 출연 의사를 밝히는 모습을 보면 '우리 때와 참 다르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 때야 영혼을 불 사라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세대였다. 그리고 자꾸 외모 이야기를 하시는데 유은호가 '나의 완벽한 비서'에서 등장하는 장면이나 '지정 생존자'에세 제 등장신만 놓고 봐도 이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보조 출연자 분들이 대거 출연하신다. 상당히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장면들이다. 유은호와 강지윤이 예술의 전당에서 만나는 장면만 해도 보조 출연자 100여명이 등장했다. 그 많은 분들이 나를 위해 뙤약볕에서 고생하셨다.
배우 이준혁/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 장도연의 '살롱드립2'나 박나래의 '나래식' 등 유튜브 예능 출연도 화제를 모았다.
▶ 예능은 정말 어렵다. 제가 이 업을 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가 20대 때 어떤 역할을 제가 수행한다면 사람들은 아무도 나를 몰라볼 줄 알았다. 세상 사람들이 그 캐릭터로만 저를 봐줄 거라 생각했다. 제가 어린 시절 연기자를 꿈꾸게 했던 크리스찬 베일이나 다니엘 데 루이스 등 그런 배우들을 보며 꿈을 꿨었다. 밥 딜런의 전기 영화인 '아임 낫 데어'도 정말 좋아한 영화 중 하나다. '내 전기 영화를 다른 배우들이 출연해서 연기해준다면'과 같은 상상도 해봤다. 그런데 내 스스로가 이렇게 대중에게 노출 될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아예 도전을 못했을 것이다. 후세에 제 진짜 모습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부끄럽다. 하지만 지금은 일정 부분 예능에 출연해야 한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살롱드립2' 때는 장도연 씨가 너무 잘 대해 주셨다. 그날 녹화가 끝나고 나서 몸이 아팠다. '나래식'에도 위염에 걸린 상태로 나갔다. 그날 고열로 시달리기까지 했다. '다시는 이런 것까지 하면 안되는구나'하고 아주 잠깐 생각해 보기도 했다. 배우를 하는 이유도 남이 써 준 대사를 열심히 외워서 멋지게 표현해내는 것이 좋아서인데 예능에 출연해 바들바들 떠는 모습은 남이 있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죠.
- 시대를 잘못 타고난 대표 배우로 꼽히기도 한다.
▶ 만약 그 논리가 맞다면 요즘 시대에 태어났어야 하나? 데뷔 초 어린 시절에는 저한테 40대 남성 역을 많이 줬다. 40대에 제대로 연기하라고 주셨나? 감독님들은 역시 눈이 예리하시다. 그 당시 수염을 항상 덥수룩하게 기르고 연기했는데 그것은 정말 시대의 의지였다. 잘 생각해 보시면 정우성, 차승원, 원빈 선배님들 모두 수염이 있으셨다. 그 시대에 수염 없는 남자 배우는 단 한명도 없다. 왜 그당시의 저만 주목받는지 모르겠다.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에 캐스팅된 이유도 수염이 예쁘게 난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때는 배우들이 다 발모제를 발랐다. 그때는 수염이 없으면 일 못할 정도였다. 유병재 씨가 올린 제 사진은 아마 27세에 40대 역할을 연기했을 때였던 것 같다. 그때는 늙어 보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비밀의 숲' 때도 제가 조승우 형보다 더 선배 역할이었다. 늙어보여야 하는 것이 과업이었다.
- '나의 완벽한 비서'의 인기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 무엇보다 현 시대상을 잘 반영한 드라마다. 어느 시대나 역지사지의 마음이 잘 반영되어야 하는 것 같다. 제가 요즘 일을 많이 하고 외부에 나와있다 보니 집에 대한 판타지가 역으로 생기더라. 집안에서 가사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멋있나. 과거에는 가사노동을 하찮게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 가치를 잘 알아주면 좋겠다.
- '범죄도시3' 홍보 인터뷰 당시 잠깐의 슬럼프를 겪었던 시기에 대한 고백을 해 대중들을 놀라게 한바 있는데.
▶ 그 직전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가 잘 안됐었다. 작품이 흥행이 잘 안되면 주연배우는 리스크를 안을 수 밖에 없다. 제가 주연을 많이 한 것도 아니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다른 많은 것을 증명해야 했던 시기였다.
- 단편 영화 감독을 했던 경험이 있는 걸로 안다. 다시 감독을 할 생각은 없나.
▶ 어릴 적 수많은 꿈 중 하나가 감독이어싸. 당시 단편 영화를 만들어볼려고 했었는제 제 지식이 많이 모자라다는 걸 꺠달았다. 배우들에게 연기 지도를 해줄 수 없었다. 그래서 연기를 배웠다. 연기 선생님에게 혼나면서 연기에 대한 새로운 매력을 느꼈다. 언젠가 연출을 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다른 것에 더 흥미가 간다. 연출자는 현장에 가장 많이 나와 있어야 하고 엄청나게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아직은 감독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조금 무겁게 느껴진다. 다만 이 업의 어떤 파트가 됐건 간에 다 해보고 싶기는 하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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