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캐나다 도기 4곳서 산불 영향 조사
경북 산불과 무관 지역도 미세먼지 증가
27일 경북 안동시 남후면 고상리 인근 중앙고속도로를 따라 불길이 길게 이어져 있다./연합
경상북도 일대를 휩쓴 대형 산불이 현지 주민들과 소방대원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산불 연기에 포함된 발암물질이 호흡기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산불은 서울이나 제주도까지 영향을 줄지 모른다. 캐나다에서 산불 연기가 수백㎞ 떨어진 지역까지 유해 물질을 퍼뜨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라 스타일러(Sarah Styler) 맥매스터대 화학·화학생물학부교수 연구진은 산불이 배출하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가 500㎞ 떨어진 도심 대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환경 과학 및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1월 30일 게재됐다.
PAH는 화학연료나 유기물이 불완전 연소할 때 발생하는 탄화수소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으로 나프탈렌, 아세나프틸렌, 벤조피렌 등이 있다. 특히 벤조피렌은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할 만큼 유해성이 높다. 지금까지 PAH는 주로 자동차나 공장에서 배출됐다.
연구진은 산불 화재가 도시 대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2010~2019년 캐나다 서부 4개 도시를 대상으로 PAH 농도를 장기적으로 분석했다. 동시에 PAH가 어디서 나왔는지 정량적으로 구분했다. 연구 결과, 연 평균 PAH 농도의 18~40%가 산불에서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이 대규모로 발생한 해에는 최대 60%가 산불 연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유해 물질이 수백㎞ 이동해 도심 지역까지 도달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산불 지점에서 약 400~500㎞ 떨어진 에드먼턴과 캘거리에서도 PAH 농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관측됐다.
13일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이는 가운데 서울 종로구 인왕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이 뿌옇게 보인다./연합
연구진은 PAH의 특성도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고온 연소 과정에서 고분자량 PAH가 생성되는데, 이는 저분자량 PAH보다 인체에 더 해로운 물질로 알려져 있다. 연구에 따르면 산불에서 나오는 PAH는 도시의 일반 배출원보다 고분자량 PAH 비중이 높았다. 도시의 대기오염보다 산불 연기가 건강에 더 위험허다는 의미다.
캐나다의 연구 결과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21일부터 경북 곳곳에서 산불이 잇따르자 전문가들은 전국적 대기 오염을 우려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관계자는 “27일 오전 서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화재와 직접 관련 없는 동쪽 지역에서도 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측정됐다”고 밝혔다. 일부 지역에서는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나쁨 기준(75㎍/㎥)을 훨씬 웃도는 300㎍/㎥ 이상으로 치솟았다.
문제는 이 같은 대기오염이 예측하기가 어렵고, 대응 체계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배귀남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동북아·지역대응초미세먼지사업단장은 “산불 연기가 바람 방향에 따라 넓은 지역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아직 정보가 충분치 않다”며 “정확한 연구를 통해 연기와 먼지, 가스를 포함한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고, 실생활 속 대처 방법까지 갖춰야 한다”고 했다.
참고 자료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2025), DOI : https://doi.org/10.1021/acs.est.4c09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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